지난 2015년 5월 19일 가수 유승준씨가 아프리카 TV를 통해 심경을 밝히고 있다. 사진출처 =아프리카TV 캡처
지난 2015년 5월 19일 가수 유승준씨가 아프리카 TV를 통해 심경을 밝히고 있다. <사진출처 =아프리카TV 캡처>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군 입대를 앞두고 한국 국적을 포기해 병역기피 논란을 일으킨 가수 유승준씨에 대한 비자 발급 거부는 행정절차를 어겨 위법하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1일 유씨가 주 로스앤젤레스(LA) 한국 총영사관을 상대로 낸 사증(비자)발급 거부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판단하라며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미국 영주권자였던 유씨는 공익근무요원 소집 통지를 받은 직후인 지난 2002년 1월 해외 공연 등을 이유로 출국한 뒤 미국시민권을 취득하고 한국 국적을 포기해 병역을 기피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당시 법무부는 병무청의 요청으로 유씨의 입국을 금지했다. 출입국관리법 제11조 제1항 3호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은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이유가 있는 자’에 해당하는 외국인에 대해 입국을 금지할 수 있다

유씨는 이후 중국 등에서 가수와 배우로 활동하다 지난 2015년 LA 총영사관에 재외동포 비자(F-4)를 신청했다. 이에 영사관은 유씨 아버지에게 전화를 통해 “입국규제대상자에 해당해 사증발급이 불허됐다”고 통보했다.

유씨는 “재외동포는 입국금지 대상자 심사 대상이 아니며, 재외동포 체류자격 거부 사유에도 해당하지 않아 비자 발급 거절은 부당하다”며 이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법무부 장관의 입국금지 결정은 행정 내부 전산망에 입력한 것에 불과하다”며 “법무부의 입국금지가 비자발급 거부를 정당화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영사관이 자신에게 주어진 재량권을 행사하지 않고 13년 7개월 전에 입국금지 결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비자발급을 거부했다”며 “이 같은 재량권 불행사는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구 재외동포법상 병역 기피 목적으로 외국 국적을 취득한 경우에도 38세가 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외동포 체류자격 부여를 제한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며 “재외동포법이 재외동포의 대한민국 출입국과 체류에 개방적·포용적 태도를 취하고 있는 점에 비춰 기한 없는 입국금지 조치는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영사관이 사증발급 거부처분서 없이 유씨 아버지에게 전화로 사증발급 불허를 통보한 과정도 위법하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판단했다.

앞서 1·2심은 “유씨가 입국해 방송·연예 활동을 할 경우 병역의무를 수행하는 국군장병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병역의무 이행 의지를 약화시켜 병역기피 풍조를 낳을 우려가 있다”며 비자 발급 거부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번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유씨가 행정소송에서 승소를 확정할 경우 정부는 유씨의 재외동포 비자 발급여부를 다시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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