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균 산은 부행장, KDB생명 수석부사장으로
산은 출신 인사 반복, 사실상 은퇴코스 전락 비판
대우건설 매각 추진 자회사도 낙하산 인사 우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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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KDB산업은행이 KDB생명‧대우건설 등 매각을 추진 중인 자회사를 중심으로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휩싸였다.

1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백인균 산업은행 경영관리부문 부행장이 KDB생명 수석부사장에 내정됐다. 이달 중 KDB생명 이사회를 거쳐 공식 임명될 예정이다.

백 부행장은 산업은행에서 기업인수합병(M&A), 투자금융, 사모펀드 등의 업무를 거친 기업금융 전문가로 통한다. 앞서 이동걸 산은 회장은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3월까지 KDB생명의 매각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에 이번 인사 조치가 KDB생명 매각에 속도를 내겠다는 이동걸 산은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회장이 백 부행장을 정재욱 KDB생명 사장을 도와 매각 작업을 마무리 지을 적임자로 낙점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백 부행장 내정 소식에 반복된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도 뒤따른다. 산은이 KDB생명 고위 임원에 산업은행 출신 인사를 선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0년 금호그룹으로부터 금호생명(현 KDB생명)을 인수한 이후 4명의 대표이사 중 2명이 산업은행 출신이었다. 안양수, 최익종 전 사장은 산업은행 부행장 출신이다. 최 전 대표는 2010년 금호생명 사장을 맡았고 안 전 대표는 2013년 수석부사장으로 왔다가 2015년 사장을 맡았다.

이번에 백 부행장에게 자리를 내주게 된 임 수석부사장도 산업은행 부행장 출신이다. 이에 앞서 안동명 전 부사장, 안양수 수석부사장 모두 산업은행 출신이다. 이렇다보니 업계에서는 KDB생명 고위 임원직, 특히 부사장직은 임기를 다한 산업은행 부행장의 은퇴코스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1월 취임한 정재욱 대표의 경우 산업은행 출신은 아니지만 이동걸 산은 회장과 함께 한국금융연구원에서 근무, 이 회장의 측근으로 꼽혀 사실상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산업은행 출신 경영진의 성적표도 좋지 않다. 특히 안 전 사장이 이끌던 2017년 KDB생명의 지급여력(RBC)비율은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를 크게 밑도는 128%까지 떨어졌고 실적도 76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보험업에 이해도가 부족한 낙하산 인사의 한계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백 부행장 또한 보험사 경영에 전문성이 있다고 평가하긴 어렵다. 이에 산은이 낙하산 인사 실패를 되풀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 같은 우려에 산은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백인균 부행장의 인사가 확정 된 것 이 아니라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다른 매각 대상 자회사인 대우건설에서도 산은의 낙하산 인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산은이 대우건설 매각을 위해 설립한 자회사 KDB인베스트먼트에 낙하산 경영진이 포진될 것이라는 의혹이 노조를 통해 제기됐다.

전국건설기업노조 대우건설지부는 지난 9일 성명을 내고 “구조조정을 예고한 KDB인베스트먼트에 낙하산 경영진을 앉히려 한다는 소문이 벌써부터 돌고 있다”며 “분명히 밝히지만 노동조합의 공감없는 낙하산 경영진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KDB인베스트먼트는 산업은행이 구조조정 업무를 전담하기 위해 올해 새로 만든 자회사다. 업계에서는 산은이 지난 6월 대우건설 지분 전량 50.75%를 넘기면서 대우건설에 대한 매각작업도 본격화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KDB인베스트먼트 초대 사장으로 이대현 전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이 거론되고 있다.

노조는 그동안 산은의 경영진 낙하산 인사 등 경영간섭이 대우건설 경영 악화를 불러왔다고 주장해왔다. 이와 관련된 갈등도 계속됐다.

지난 2016년에는 박창민 전 사장이 대우건설 대표이사로 취임한 가운데 산업은행이 사장추천위원회 위원들을 회유, 압박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박근혜정부에 의한 낙하산 인사라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드러나 결국 사퇴했다.

지난해에는 산업은행이 호반건설과 인수합병(M&A) 계약을 추진하던 과정에서 헐값매각 및 특혜 의혹이 제기됐고, 결국 매각이 무산됐다.

노조는 “산업은행은 그동안 경영간섭을 중단하고 자율경영을 보장하라는 노조의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며 “건설업의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끊임없이 구두경영을 일삼아 온 산업은행이 이제는 자회사를 통해 책임회피를 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산은은 관계자는 “(인사와 관련해) 전혀 들은 바 없다”며 “사실무근”이라고 낙하산 인사 의혹에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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