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원장·주요당직 두고 거듭되는 잡음, 계파전 양상도
당 전면 복귀한 친박계, 총선 앞두고 당 혁신·외연확장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예결특별위원장 후보자 선출을 위한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황영철 의원이 나경원 원내대표를 향해 의총 공개 여부를 두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예결특별위원장 후보자 선출을 위한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황영철 의원이 나경원 원내대표를 향해 의총 공개 여부를 두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최근 자유한국당은 국회 상임위원장직과 주요당직을 두고 일고 있는 ‘자리다툼’ 논란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직을 두고 복당파(비박계) 황영철 의원과 친박계 김재원 의원이 갈등을 빚었고, 복당파 김세연 의원이 맡고 있는 자유한국당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장직에 대해서도 최근 당 지도부가 교체를 고려한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또 당 사무총장 인선에서도 앞서 내정됐던 복당파 이진복 의원이 친박계의 거센 반발에 직면, 결국 친박계 박맹우 의원이 사무총장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확대해석을 경계하며 계파갈등설을 일축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친박계가 전면에 나서면서 당내 계파갈등이 재점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직을 두고 박순자 의원과 홍문표 의원의 갈등이 지속되는 등 당내 교통정리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서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등 지도부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복되는 갈등…계파갈등 재점화?

지난 5일 열린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는 이 같은 갈등이 표출됐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의총에서 차기 예결위원장을 선출할 방침이었다.

앞서 20대 국회 후반기 예결위원장은 안상수 의원과 임기를 나눠 맡기로 한 합의에 따라 황영철 의원이 맡고 있었다. 그러나 당시 원구성 과정에서 당원권 정지로 참여하지 못했던 김재원 의원이 당내 경선을 요구하면서 이날 의총에서 경선을 치를 예정이었다.

그러나 황 의원이 경선 거부 입장을 밝히고 의총장을 떠나면서 김 의원이 차기 예결위원장으로 선출됐다.

황 의원은 의총 도중 나와 기자들과 만나 “1년 전 원구성 당시 조율과 논의를 통해 의총에서 추인받았던 사안인데, 그럼에도 나경원 원내대표는 예결위원장에 측근을 맡기기 위해 당이 지금까지 지켜온 원칙과 민주적 가치를 훼손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나 원내대표가 우리 당의 원칙과 어려운 동료를 지켜내고 이번에 제대로 했다면 이런 잡음 없이 계파 갈등이 불거지지 않고 원내 구성이 조율될 수 있었다. 그런 것을 하지 못한 나 원내대표의 리더십을 인정할 수 없다”며 “계파 본색이 온전히 드러나는 상황을 목도해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거듭 날을 세웠다.

앞서 차기 당 사무총장직을 두고도 이 같은 당내 갈등은 포착됐다. 차기 사무총장에 내정됐던 비박계 이진복 의원이 친박계의 거센 반발에 철회됐고, 이후 친박계인 박맹우 의원이 사무총장직에 올랐다.

또한 주요당직 중 하나인 여의도연구원장직을 두고도 교체설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현재 여의도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김세연 의원이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으로 선출되면서 당내에서 겸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김 의원이 보건위원장과 여의도연구원장을 계속 맡는 것으로 사태는 일단락됐고, 자유한국당은 여의도 연구원장 교체 시도는 사실이 아니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나섰다.

하지만 주요당직 가운데 유일한 비박계이자, 공천 관련 여론조사 등으로 총선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여의도연구원장직을 맡고 있는 김 의원에 대한 교체설에 대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친박계가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김 의원을 교체하려던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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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기 하는 박순자…징계 꺼내든 나경원

현재 자유한국당 내 자리다툼에서 가장 극심한 갈등을 보이고 있는 것은 국토위원장직이다. 같은 복당파인 박순자 의원과 홍문표 의원이 국토위원장직을 두고 극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20대 국회 후반기 원구성 당시 박 의원과 홍 의원은 국토위원장 임기를 나눠맡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재 국토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 의원은 “당시 원내지도부와 국토위원장을 1년씩 나누는데 합의한 적이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박 의원은 9일 입장문을 통해 “홍문표 의원은 예결위원장을 역임했기에 상임위원장 자격이 없는 8명의 의원 속에 분명히 포함돼 있다”면서 “분명히 당시 원내지도부와 국토위원회 상임위원장을 1년씩 나누는 데에 합의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박 의원이 오는 8월로 예정된 신안산선 착공식에 국토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하기 위해 버티기에 들어갔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신안산선은 박 의원의 지역구인 안산 지역의 숙원사업이다.

한편 박 의원과 갈등을 빚고 있는 홍 의원도 8일 입장문을 내고 “박 의원은 여야가 합의한 관행과 당내 의총에서 세 번씩이나 만장일치로 결정한 국토교통위원장 자리를 넘길 수 없다며 막무가내 버티기 몽니를 부리고 있다”며 “박 의원의 임기연장 주장은 당은 아랑곳 하지 않고 그저 개인욕심 채우기 위한 떼쓰기에 불과하다”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결국 나경원 원내대표는 박 의원을 당 윤리위원회에 회부하는 징계 절차에 착수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10일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이 부분은 명백히 당의 기강에 관한 문제”라며 “실질적으로 당에 유해한 행위이기 때문에 당헌·당규에 따라 윤리위 징계 절차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결위원장직에 이어 국토위원장직까지 내부 갈등이 극심하게 표출되면서 원활한 원내 교통정리를 하지 못한 나 원내대표의 리더십 부재에 대한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고비 맞는 황교안-나경원 리더십

이처럼 상임위원장직과 당직을 두고 계속되고 있는 당내 불협화음과 관련해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의 리더십에도 타격이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친박계가 당의 전면으로 복귀하면서 당의 혁신과 이를 통한 외연확장을 이끌어야 하는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의 리더십이 와해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자유한국당에 대한 국민 요구는 과감한 인적청산, 근본적인 혁신”이라며 “구체적으로 박근혜 국정농단과 관련 있는 친박 인사들을 청산하고 당을 근본적으로 재편하라는 것이 지난 2016년 총선 이후 연거푸 패배한 3번의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이고,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는 이러한 민심의 요구에 부응해야하는 과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일련의 인사행태나 당내 움직임을 보면 친박계가 당의 전면에 복귀하고 있다고 정리할 수 있다”며 “이러한 일련의 사태가 자유한국당에 대한 민심의 요구를 외면하고, 나아가 황 대표와 나 원내대표의 리더십을 사실상 와해시킨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유한국당은 당 쇄신과 혁신을 통한 외연확장, 중도확장의 과제가 있다. 그래야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차기 대선 전망도 긍정적으로 변할 텐데, 그걸 못하는 것”이라며 “(이번 사태로) 강경보수 쪽에 갇히게 되는 퇴행적 리더십으로 귀결될 소지가 크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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