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여직원, 여배우, 여교사, 여의사, 여경, 여군, 여기자. 남성에게는 붙지 않는 성별 표기입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여성가족재단)이 지난해 성평등주간(2018년 7월 1~7일)을 맞아 <성평등 언어사전>을 발간했습니다. 시민들에게 성차별 언어에 대한 개선을 제안 받아 전문가 자문을 거쳐 만든 것이죠.

시민제안을 받은 결과 총 608건 중 100건으로 가장 많이 제안된 것은 직업 앞에 ‘여(女)’자를 빼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여성가족재단은 남성에게는 ‘남(男)’자를 붙이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데 반해 여성에게는 ‘여’자를 붙이기 때문에 이 같은 제안이 가장 많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함께 여자들만 다니는 여자고등학교의 학교명에서 ‘여자’를 빼야 한다는 제안도 있었습니다. 남자들만 다니는 남자고등학교의 경우 학교명에 ‘남자’가 들어가지 않죠.

대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이정복 교수는 지난 2017년 국립국어원 <새국어생활> 가을호에 기고한 ‘한국어와 한국 사회의 혐오, 차별표현’에서 “여교사, 여류작가 등은 남성형을 기본으로 해 여성형을 파생시킨 것으로 언어 형식상 여성을 남성의 종속적 지위에 두는 여성차별 표현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교수는 또 ‘남녀(男女)’, ‘부모(父母)’, ‘아들딸’ 등도 낱말 구성 요소의 순서에서 남성형이 먼저 나와 남성을 우선시하고 중요하게 표현하는 차별표현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저출산(低出産)에도 성차별적 맥락이 존재합니다. 저출산은 아기를 적게 낳는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아이를 낳는 주체는 여성입니다. 인구문제의 책임이 여성에게 있는 것으로 오인될 소지가 있는 것이죠. 때문에 여성가족재단은 ‘저출산’이라는 말을 아기가 적게 태어난다는 뜻의 ‘저출생(低出生)으로 바꿔 사용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다른 예를 들어볼까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유모차(乳母車)는 어린아이를 태워서 밀고 다니는 수레를 말합니다. 이 단어에는 ‘모’자만 들어가 평등육아 개념에 반대되죠. 때문에 성평등한 표현인 유아차(乳兒車)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민주평화당 황주홍 의원은 지난 4월 21일 ‘보행안전 및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 상 유모차를 유아차로 개정하는 내용의 법률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또 여성가족재단이 올해 성평등주간(7월 1~7일)에 발표한 <성평등 언어사전_시즌2>에 따르면 시민들은 육아 관련 신조어에 엄마를 지칭하는 ‘맘’을 사용하는 것을 바꾸자고 제안했습니다.

맘스스테이션(Mom's station. 스쿨버스 대기 공간), 맘카페.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이 단어들은 모두 육아와 관련된 말입니다. 모두 ‘엄마’만 등장하죠. 육아 관련 어휘에서 아빠의 존재는 드러나지 않습니다. 육아가 어머니, 여성의 몫이라는 느낌을 전달하는 어휘입니다.

시민들은 이 같은 단어를 수정하자고 제안했습니다. 맘스스테이션은 ‘어린이승하차장’. 맘카페는 ‘육아카페’ 등으로 말이죠. 어린이를 주체로 단어를 순화하고 엄마와 아빠가 모두 거리낌 없이 육아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수유실 명칭도 아기쉼터, 아기휴게실로 바꿔야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아빠들이 기저귀를 가는 등 아이를 돌보기 위한 공간을 찾을 때 모유수유 공간이 별도로 구분돼 있는 곳도 ‘수유실’이라고 이름 붙여 들어가기 꺼려진다는 것이죠.

이 밖에 ‘스포츠맨십(Sportsmanship)’, ‘비즈니스맨(Businessman)’, 개그맨(Gagman) 등 남성을 지칭하는 단어인 맨(Man)이 여성과 남성 모두를 아우르는 말로 사용되는데 대한 지적도 있었습니다. 시민들은 이 단어들을 각각 ‘스포츠정신’, ‘비즈니스퍼슨(Businessperson)’, 코미디언(Comedian)으로 순화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들 외에도 우리가 흔히 쓰는 단어에는 쉽게 알아차리지 못하는 성차별이 존재합니다. 일상적으로 사용해왔기에 차별을 느끼지 못하고 사용하고 있을 뿐이죠.

과거 문제가 되지 않았던 표현이라고 할지라도 시대가 변화하고 사회의 젠더 감수성이 높아짐에 따라 성차별적 요소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국사회의 젠더 감수성이 높아질수록 성차별적 언어는 점차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