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최저임금 1만원 실현 사실상 어려워져”
경영계 “동결 무산 안타깝지만 불가피한 선택”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13차 전원회의에서 2020년 최저임금이 28590원으로 의결됐다. ⓒ뉴시스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13차 전원회의에서 2020년 최저임금이 28590원으로 의결됐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노동계와 경영계의 길고 긴 접전 끝에 2020년 최저임금이 최종 결정됐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2일 오전 5시 30분경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13차 전원회의에서 2020년 최저임금을 8590원으로 의결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올해 최저임금 8350원보다 240원 인상된 금액이다. 한 달 노동시간 209시간을 기준으로 했을 때 월 임금으로 환산하면 179만5310원이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처지를 조금도 고려하지 않은 참담한 결과라고 규탄하는 한편 경영계는 동결을 끌어내지 못한 데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수용하겠다는 분위기다.

11일 오후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 ⓒ뉴시스
11일 오후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 ⓒ뉴시스

올해도 어김없는 ‘파행’

내년도 최저임금을 놓고 노동계와 경영계는 13차에 걸친 전원회의에서 한치의 양보도 없는 힘겨루기를 벌여왔다. 이 과정에서 집단 퇴장과 불참으로 인한 파행이 예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반복됐고 끝내 법정시한을 넘기고 말았다.

노동계와 경영계는 각각 최저임금 1만원 실현과 최저임금 안정화를 주장해왔다.

경영계는 최저임금 안정화의 일환으로 사용자위원들은 내년 최저임금 수준은 최소 동결이며,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은 소상공업자 등이 많이 분포하는 음식·숙박업과 도·소매업 등에 대해서는 다른 업종보다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해달라는 취지다.

이와 관련한 안건이 제5차 전원회의에 상정됐고 표결이 진행됐다. 결과는 참석 위원 23명(노동자위원 5명·사용자위원 9명·공익위원 9명) 중 9명이 찬성하고, 14명이 반대함에 따라 부결됐다. 사실상 공익 위원들이 모두 반대 표를 던졌다는 해석이다.

사용자위원은 표결 결과에 반발하며 집단으로 퇴장했다. 이후 열린 전원회의에 전원 혹은 일부 불참해오다 제10차 전원회의가 돼서야 모든 위원이 참석했다.

그러나 파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같은 날 이번에는 노동자위원들이 전원 불참했다. 사용자위원들의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 때문이었다.

노동자와 사용자 측은 각각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올해 기준 19.8% 인상된 1만원과 4.2% 삭감된 8000원을 제출했다. 노동자위원들은 물가인상과 경제성장 등을 고려하지 않는 비상식적인 행위라고 규탄하며 삭감안을 철회하고 상식적으로 납득할만한 수준의 수정안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제11차 전원회의가 돼서야 논의를 다시 본격화 한 노사 위원들은 1차 수정안을 제시했다. 올해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노동자위원들은 14.6% 인상된 9570원 안을, 사용자위원들은 2.0% 삭감된 8185원 안을 냈다. 양측 모두 한발 물러선 모양새였지만 여전히 극명한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에 공익위원들은 양측에 표결 가능한 최종안을 요구하며 사용자위원에게는 인하안을 철회할 것을, 노동자위원들에게는 한자릿수 인상률의 수정안을 내놓을 것을 권고했다. 노사는 제13차 전원회의에서 각각 8880원 안과 8590원 안을 내놨다.

이를 양측의 최종안으로 정하고 표결이 진행됐다. 표결에는 노동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공익위원 9명 등 총 27명의 모든 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이뤄졌다. 투표 결과 노동자위원들의 제시안 11표, 사용자위원들 제시안 15표, 기권 1표로, 사용자위원들의 제시안이 최종적으로 확정됐다.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는 사용자위원(왼)과 노동자위원(우) ⓒ뉴시스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는 사용자위원(왼)과 노동자위원(우) ⓒ뉴시스

勞 “참담한 결과” vs 使 “동결 무산 아쉬워”

2020년 최저임금 결정에 대해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의견이다.

노동계는 IMF 외환위기 때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때 이후 가장 낮은 인상률로,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이 불투명해졌다고 규탄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하 한국노총)은 “최저임금 참사가 발생했다. 내년 최저임금으로 올해보다 2.87% 오른 시급 240원 인상안을 결정했다. 저임금 노동자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참담한 결과”라며 “1998년도 IMF 외환위기 때 2.7%, 2010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때 2.75%에 이은 가장 낮은 인상률”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대로라면 문재인 대통령 임기 안에 최저임금 1만원 실현은 사실상 힘들어졌다. 이를 통한 양극화 해소와 노동존중사회 실현도 불가능해졌다”며 “지난 2년 동안 최저임금 폭이 대폭 상승했다고 하지만 최저임금법 개악으로 인상효과는 크게 반감됐다”고 설명했다.

한국노총은 “이번 최저임금 결정에 대응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아울러 최저임금 1만원 실현과 소득불평등 해소, 양극화 해결 등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며 이의제기를 시사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도 “최저임금 240원 인상은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시대정신을 외면한 경제 공황 때나 벌어질 법한 실질적인 최저임금 삭감 결정”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더 이상 노동을 존중할 의사가 없고 최소한의 약속조차 지킬 마음이 없다면 향후 최저임금 1만원이 대표하는 우리 사회의 양극화 문제 해소를 위해 더 강하게 투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경영계는 동결을 이루지 못한 데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별다른 이의제기 없이 이번 최저임금안을 받아들겠다는 분위기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우리 경제는 미·중 무역 분쟁과 글로벌 경기 성장세 둔화 등으로 수출 감소세가 이어지고 일본의 수출 규제로 대외 여건이 좋지 않다. 최근 2년 동안 최저임금 인상률이 29%에 달해 이미 중소·영세기업의 지불능력 수준을 넘어섰고 취약계층도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상황이다”라며 “ 때문에 동결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2020년 최저임금이 2.87% 인상된 8590원으로 결정된 데 매우 아쉽다”고 전했다.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기중앙회)도 “현재 어려운 경제 상황과 최근 2년 동안 빠르게 인상된 최저임금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인 중소·영세기업 소상공인들이 절실하게 기대한 동결을 이루지 못해 아쉽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중기중앙회는 “내년도 인상에 대비한 적응 노력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향후 기업의 지불능력을 고려한 업종·규모별 구분 적용을 빠른 시일 내에 논의해 만들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위원회가 2020년 적용 최저임금안을 제출하는 즉시 이를 고시하고, 이의제기 등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최저임금 고시 전 노사 양측이 의결된 최저임금안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으며, 노동부 장관이 사유를 인정할 경우 최저임금위원회에 재심의를 요청할 수 있다.

노동부는 이 과정들을 거친 후 최저임금법에 기초해 다음 달 5일까지 내년도 최저임금을 확정 고시할 방침이며, 이는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된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