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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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올해 초 공포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에 관한 개정 근로기준법’(이하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본격 시행을 하루 앞두고 있다.

기업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에 앞서 취업규칙에 관련 내용을 명시하고 임직원 간 소통창구 마련, 사내교육 시행 등 준비를 해나가는 반면 정작 당사자인 직장인들의 절반 이상이 해당 법률이 시행된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월 15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관한 내용이 포함된 개정 근로기준법을 공포하고 오는 16일 본격 시행을 예고했다.

노동부는 직장 내 괴롭힘을 ‘사용자 또는 노동자가 직장에서 지위 또는 관계 등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노동자에게 신체적 또는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구체적인 판단기준 및 사례는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을 통해 안내하고 있다.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예방 및 발생에 관한 조치를 정해 취업규칙에 반드시 명시하고, 이를 관할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신고해야 한다.

직장 내에서 괴롭힘이 발생했을 시 누구든 이에 관한 내용을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으며, 사실로 확인될 경우 사용자는 조사를 거쳐 행위자에 대한 징계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 신고 피해자에 대해 불이익을 줘서는 안 되며, 이를 어길 시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기업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법 시행에 앞서 세부조치를 마련하는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9일 발표한 국내 300개사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대한 기업인식과 대응’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필요성에 관한 질문에 응답 기업의 87.7%가 ‘그렇다’고 답했다.

또 34.6%가 해당 법에서 요구하는 조치들을 완료했고, 50.5%는 시일 내 완료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필수 항목인 취업규칙 반영 및 신고‧처리시스템 마련과 더불어 ▲사내교육 시행 ▲취업규칙 외 예방‧대응규정 마련 ▲최고경영자 선언 ▲사내 설문조사 실시 ▲홍보 및 캠페인 진행 등의 조치도 준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직장 내 괴롭힘 사례 투데이신문 재구성 <자료 출처 = 고용노동부>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직장인들은 시행여부 조차 잘 모르고 있다. 또 불명확한 처벌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일까지 직장인 128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직장인 10명 중 6명(61%)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에 대해 알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찬반 여부에 대해서는 4%가 ‘반대’라고 응답했는데 그 이유로 ‘괴롭힘에 적정범위란 있을 수 없음’ 34%, ‘취업규칙 표준안에 명시된 일부 항목만으로는 천태만상인 갑질 행태를 막기는 역부족’ 22%, ‘갑질을 신고해도 제대로 된 처벌, 조치를 기대하기 힘든 구조’ 21%, ‘가해자가 대표일 경우 정상적인 감사 이행이 어렵다’ 17% 등을 꼽았다.

직장인 박모(27)씨는 “최근 회식자리에서 상사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언급해 시행여부를 알게 됐다. 그전까지는 전혀 몰랐다”며 “그 자리에서 부대표가 해당 법안에 대해 반복적으로 언급하며 ‘이제는 술도 막 줄 수 없다’, ‘상급자가 말하기가 조심스러워질 것 같다’는 등의 말을 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대기업에서는 관련 교육이나 고지 등 사내 조치가 마련된 것 같은데 반면 중소기업에서는 노동자 스스로가 찾아보고 파악해야 하는 상황인 듯하다”며 “시행 이후에도 피해자가 피해를 입증해야 하는 등의 상황들 탓에 직장 내 괴롭힘 예방 및 근절 등에 있어 얼마만큼 효과가 나타날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올바르게 정착되기 위해서는 모호한 법 규정을 명료화하고 구체적인 적용사례를 모으는 한편 기업문화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정부가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대응 매뉴얼’을 발간했지만 모호한 규정 등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우려와 집행부담이 있다”며 “법은 최소한의 보완책일 뿐 직장 내 괴롭힘 근절을 위해서는 기업 조직원 간 갈등을 줄이기 위한 기업문화 개선활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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