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벗지 못한 日그림자...돌아온 신동빈 ‘아베 인연’ 딜레마
롯데, 벗지 못한 日그림자...돌아온 신동빈 ‘아베 인연’ 딜레마
  • 최병춘 기자
  • 승인 2019.07.16 1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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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회장, 11일간 日 출장길 마치고 귀국
총수일가-아베 총리 인연 주목, 역할론 기대
반일 여론 확산, 日 기업 정체성 논란 재점화
불매운동 타격, 아베 친분 반일 역효과 우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뉴시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뉴시스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롯데그룹이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한일 양국 갈등이 격화되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일본의 반도체 핵심 부품에 대한 수출 규제 등 경제 제재로 반일 감정에 따른 불매운동이 확산되면서 롯데가 도마에 올랐다. 때마침 롯데 신동빈 회장의 출장길에 오르면서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친분이 주목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냉각된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일정정도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아베 총리가 경제 보복의 당사자로 국민의 공분을 한 몸에 받고 있어 국내 부정적 여론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롯데가 또 다시 한일 양국 사이 딜레마 빠진 모양세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5일 일본 출장을 마치고 귀국했다. 지난 5일 출국한지 열흘만이다. 롯데 측은 신 회장의 이번 일본 출장길을 정기적인 일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출장 시점과 맞물려 본격화된 일본의 경제 제재조치와 무관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대이은 日 아베 총리 친분, 중재자 역할론 부각

롯데의 핵심사업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핵심 부품 등 수출 규제조치 직접적 연관성은 없다. 그럼에도 이 같은 관측이 나온 것은 롯데와 일본의 특수한 관계 때문이다.

신 회장은 일본 정‧재계에 발이 넓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롯데의 총수일가와 이번 한일 갈등 국면을 이끈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친분은 유명하다. 롯데 창업주인 신격호 명예회장이 아베 총리 부친인 아베 신타로 전 외무상, 외조부인 기시노부스케 전 총리와 교류해온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일본에서 태어나 성장한 신 회장 또한 아베 일가와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4년 전 도쿄(東京)에서 열린 신 회장의 장남 결혼식 피로연에 아베 총리가 하객으로 참석한 바 있다.

아베 총리와 친분이 깊은 신 회장의 일본 출장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일본의 제재 조치로 불거진 국내 반일 감정과 이로 인한 타격이 예상된 롯데가 어떤 식으로든 움직임을 보일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 같은 반일감정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신 회장이 일본의 경제 제재 조치로 악화된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일정 부분 중재자 역할에 나설 것이란 분석도 제기됐다.

롯데도 신 회장과 아베총리와의 친분을 부인하지 않고 있지만 이른바 신 회장의 모종의 ‘역할론’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롯데 관계자는 “아베 총리와 친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양국의 정치 외교 문제이기 때문에 사적인 관계가 개입할 여지는 없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도 이번 사태가 정치적 이슈인 만큼 기업인이 영향력을 미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신 회장으로서도 양국 분쟁 조정 이전에 롯데의 발등의 불 끄기 급하다는 관측 지배적이다.

당장 규제 피해 직접 대상 아니지만 롯데와 일본과의 관계는 떼어서 판단하기 힘들 만큼 밀접하다.

아베와의 인연도 롯데와 일본의 특수한 관계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롯데는 일본을 떼어내서 설명하기 힘든 기업이다. 롯데라는 기업의 탄생지가 일본이다. 지난 1922년 울산에서 태어난 신격호 명예회장이 일본에 넘어가 ‘껌’을 만들어 성공한 뒤 지난 1948년 세운 ‘롯데’가 모태다. 이후 20년 후 1967년 귀국해 한국의 롯데제과를 설립, 지금의 롯데그룹으로 성장했다.

현재 일본 롯데와 한국 롯데로 구분돼 별개 회사로 취급하고 있지만 지배구조상 서로 얽혀 있어 명확하게 별개의 회사로 규정짓기도 어렵다. 한국 롯데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규모면에서 원조 격인 일본 롯데를 넘어선지 오래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구조적으로 일본 롯데가 한국 롯데를 지배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총수일가가 일본 계열사를 통해 국내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정점은 롯데 총수일가가 지배하고 있는 일본 포장재업체 광윤사다. 광윤사는 지분 28.1%로 일본 롯데홀딩스의 최대주주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국내 주요 계열사인 호텔롯데(19.1%), 부산롯데호텔(46.6%), 롯데케미칼(9.3%), 롯데제과(6.5%)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호텔롯데는 일본의 투자회사 지분까지 포함하면 롯데면세점과 함께 사실상 일본 롯데가 100% 지배하고 있는 기업이다. 다시 호텔롯데는 한국의 롯데지주 11.1% 지분을 보유, 신동빈 회장(11.7%)에 이어 2대주주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이 일본의 한국 롯데 지배 통로역할을 했던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그 고리를 끊어내려 했지만 여전히 상장작업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여기에 신 회장이 ‘원롯데’를 표방, 형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분쟁 끝에 일본 롯데홀딩스 경영까지 맡고 있다.

지난 6일 오후 대구 달서구 대천동 유니클로 매장 앞에서 한 시민이 일본 경제 보복의 부당함과 일본 제품 불매 동참을 호소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6일 오후 대구 달서구 대천동 유니클로 매장 앞에서 한 시민이 일본 경제 보복의 부당함과 일본 제품 불매 동참을 호소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불매운동 직격탄, 일본기업 이미지 강화 

여기에 한국 롯데도 일본 기업과 합작사업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 유니클로의 한국법인은 롯데쇼핑이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다. 또 일본 생활잡화 브랜드인 무인양품도 롯데상사가 40% 지분을 갖고 있다. 일본 대표 맥주 브랜드인 아사히의 국내 수입‧유통 업체인 롯데아사히주류도 롯데칠성이 지분 절반(50%)를 차지하고 있다. 반도체 생산장비와 복사기, 프린터 등을 판매하는 캐논코리아비즈니스도 롯데지주가 50%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는 롯데는 ‘일본기업’이라는 인식을 강하게 하고 있다. 아베와의 친분 또한 경제 제재 공분의 대상이라는 점에서 신 회장과 롯데에게 중재자 이전에 반일 감정을 자극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이번 일본의 경제조치로 불거진 불매운동으로 인한 타격 1순위도 롯데다. 합작회사 대부분이 온라인을 통해 확산되는 불매운동 대상으로 지목됐다. 이 외에 롯데칠성과 롯데제과, 롯데푸드 등 일본 지분이 있는 계열사 또한 판매 감소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유니클로 등 일부 매장에서 방문 고객 수가 줄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등 매출 하락이 가시화되는 분위기다. 아사히 맥주는 매출이 급격히 줄어 최근 수입 맥주 매출 순위 2위에서 4위로 추락했다. 유니클로 일본 본사인 패스트리테일링도 최근 진행한 결산 설명회에서 한국 불매운동이 매출에 일정한 영향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매출 하락 등 체감 이전에 시장의 우려는 투자 위축으로 반영됐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롯데그룹 상장사 11곳의 시총이 지난 1일 24조6257억원에서 지난 12일 22조8468억원으로 무려 1조7789억(-7.22%)나 감소했다. 이는 삼성·현대차·SK·LG 등 5대그룹 중에서 가장 크게 줄어든 것이다. 유니클로 지분을 소유한 롯데쇼핑을 비롯해 롯데칠성, 롯데하이마트, 롯데제과, 롯데푸드 등 주가가 2주 사이 7~8%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불매운동이 장기화될 경우 일본 기업들이 롯데와 맺은 합작투자 계약을 철회할 가능성까지 내다보고 있다.

롯데그룹은 일본 롯데나 합작회사와의 경영 분리를 강조하며 진화에 나섰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유니클로 등 합작사에 투자목적 지분만 있을 뿐 경영은 관여하지 않고 있다”며 “일본 롯데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불매 운동에 따른 피해 우려에 대해서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신 회장의 일본 출장길의 성과는 아직까지 불투명하다. 다만 오는 16일 열리는 하반기 사장단 회의를 통해 어느정도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이 직접 주재하고 롯데 각 계열사 대표와 지주사 임원 등 100여명이 참석하는 사장단 회의는 오는 20일까지 5일간 진행된다. 신 회장의 메시지는 회의 마지막날인 20일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일본 금융권 인사들을 만난 걸로 알고 있다. 세부적인 일정까지는 알지 못한다”며 “사장단 회의는 각사 발표 기반으로 진행되는 만큼 사업군별 언급은 있을 것 같지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해 말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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