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비서 추행 이어 가사도우미 성폭행 피소
김준기 측 “성관계 있었지만 성폭행아냐”

김준기 전 동부그룹(현 DB그룹) 회장ⓒ뉴시스
김준기 전 동부그룹(현 DB그룹) 회장ⓒ뉴시스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DB그룹 창업주 김준기 전 회장이 여비서 성추행 혐의에 이어 가사도우미 성폭행 혐의로 피소됐다. 치료를 이유로 미국으로 떠난 지 2년째 귀국하지 않고 있는 김 전 회장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16일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지난해 1월 김 전 회장의 가사도우미로 일하던 A씨가 김 전 회장을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다.

A씨는 지난 2016년부터 약 1년간 경기 남양주 별장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면서 김 전 회장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고소장을 경찰에 제출했다.

A씨가 JTBC를 통해 공개한 녹취록에서 김 전 회장은 A씨에게 “나 안 늙었지”, “나이 먹었으면 부드럽게 굴 줄 알아야지”, “가만히 있어” 등의 말을 했다. A씨에 따르면 당시 김 전 회장은 주로 음란물을 시청한 뒤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김 전 회장은 ‘합의된 성관계’였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도리어 A씨가 약속을 어기고 거액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 측은 “성관계는 있었지만 성폭행은 사실이 아니다”며 “성폭행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7년 1월 이 문제가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민형사상 일체의 문제제기를 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합의를 하고 각서까지 쓰고 돈을 받아갔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어 “그럼에도 A씨는 합의를 깨고 고소를 한 것에 이어 거액을 주지 않으면 청와대와 언론 등에 폭로하겠다고 계속 요구해왔다”며 “모든 것은 수사과정을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밝혔다.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은 현재 피해자 조사는 마쳤지만 피고소인인 김 전 회장에 대한 조사는 진행하지 못했다. 현재 김 전 회장은 지난 2017년 미국으로 떠난 뒤 2년째 귀국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김 전 회장은 지난 2017년 7월 간과 심장, 신장 등 질병 치료를 이유로 미국으로 떠났다. 같은 해 9월 김 전 회장은 그의 비서로 근무한 B씨로부터 상습 추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 당했다. 당시 B씨는 상습적 추행을 당했다는 취지의 고소장과 함께 김 전 회장의 신체 접촉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제출한 바 있다. 미국으로 떠난 김 전 회장은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자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김 전 회장은 비서 추행 혐의도 부인했다. 당시에도 김 전 회장 측은 B씨와의 신체 접촉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강제추행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당시 B씨 또한 동영상을 빌미로 거액을 요구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은 지금껏 경찰의 수사는 받지 않았다. 미국으로 떠난 김 전 회장은 3차례에 걸친 경찰 소환 요구에 불응했다. 결국 경찰은 김 전 회장에게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적색수배를 내렸다. 김 회장의 비자도 지난해 1월만 만료됐다. 김 전 회장은 불법채류자 신분으로 미국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김 회장이 귀국하지 않으면서 비서 상습추행에 대한 조사도 중단된 상태다. 경찰은 김 전 회장의 비서 성추행 사건과 가사도우미 성폭력 사건 모두를 기소중지 의견으로 검찰에 넘긴 상태다.

기소중지는 피의자 소재불명 등의 사유로 수사를 마칠 수 없어 사유가 해소될 때 까지 수사를 중단하는 것이다. 공소시효는 유지되지만 김 전 회장이 자진 입국하거나 인터폴에 의해 강제 압송되지 않는다면 수사는 다시 재개되지 않는다. 이에 일각에서는 김 전 회장이 사건이 흐지부지 종결될 때까지 최대한 귀국을 늦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김 전 회장 측은 “현재 미국 법이 허용하는 절차에 따라 합법적으로 체류하고 있다”며 “향후 주치의가 허락하는 데로 귀국해서 조사에 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DB그룹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난 만큼 그룹차원 입장 밝히는 건 적절치 않다”며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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