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규 기자의 젠더 프리즘] 수영복 심사 폐지로도 막을 수 없는 미스코리아 성 상품화…‘한복 코르셋’ 논란
[김태규 기자의 젠더 프리즘] 수영복 심사 폐지로도 막을 수 없는 미스코리아 성 상품화…‘한복 코르셋’ 논란
  • 김태규 기자
  • 승인 2019.07.16 1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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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미스코리아 공식 홈페이지
<사진출처 = 미스코리아 공식 홈페이지>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한국일보와 한국일보E&B가 주최한 올해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본선에서 수영복 심사가 없어졌습니다. 그간 꾸준히 비판을 받아 온 미스코리아 대회 수영복 심사는 지난 2004년 한 차례 폐지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이듬해인 2005년 수영복 심사가 다시 부활했습니다. 이후 올해 다시 수영복 심사가 폐지된 것이죠. 주최사인 한국일보는 지난 2일 ‘시대의 흐름을 반영해 수영복 심사를 폐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올해로 63회를 맞는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는 1957년부터 시작된 ‘역사와 전통’이 있는 미인대회입니다. 미스코리아 홈페이지에는 “‘미스코리아’는 단순히 외면적 아름다움뿐 아니라, 지성과 품격, 재능 등 다양한 매력으로 국내·외 엔터테인먼트와 뷰티 산업 분야를 선도하는 대한민국 대표미인으로 활동한다”고 소개돼 있습니다.

그러나 미스코리아는 수영복 심사 등 여성을 성 상품화한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때문에 지난 2002년부터는 지상파 본선 중계방송이 중단돼 케이블 채널에서 중계해 왔으며 올해 대회는 TV중계 없이 유튜브, V LIVE 등 온라인으로만 중계를 했습니다.

올해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는 그간의 논란을 의식한 듯 수영복 심사 폐지와 함께 사회적 이슈에 대한 참가자들의 토론, 퍼포먼스 심사 등이 추가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수영복 심사를 폐지했다던 주최 측은 수영복을 입은 참가자들의 모습을 VCR 영상으로 공개해 비난을 받았습니다. 주최 측은 “수영복 영상은 심사에 반영되지 않는다. 하나의 콘텐츠로 수영복 영상을 공개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말 그대로 ‘심사대상’에서만 배제한 것이죠. 이런 해명을 보니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다’는 이유로 수영복 심사를 폐지한다는 주최 측 설명의 진의가 의심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이번 대회의 가장 큰 논란은 행사 말미에 지난해 수상자들이 ‘고별 행진’ 때 입고 나온 한복 의상이었습니다. 지난해 미스코리아 수상자 7명이 입고 나온 한복은 어깨와 가슴, 다리 등 노출이 심한 한복 드레스였습니다. 또 한복과 허리를 강제로 조이는 속옷인 ‘코르셋’을 결합한 형태의 의상도 있었습니다.

전년도 미스코리아 수상자들의 한복 의상을 본 한 네티즌은 “미스코리아 대회가 코르셋이라는 여성족쇄 권장대회임을 다시 한번 여실히 드러냈다. 여성을 눈요깃감이자 성적 자극을 주는 도구로 만드는 장임을 재확인시켜준 것이다. 미스코리아 대회는 이제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밖에도 “수영복 심사 폐지했다더니 더 심한 걸 하고 있다”, “한복에 대한 모욕이다”라는 등 미스코리아 대회를 향한 많은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이 같은 논란에 주최 측인 한국일보 E&B는 “해당 의상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내외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한복을 제작했던 ‘김예진한복’ 측이 전년도 미스코리아 본인들과 직접 디자인을 협의해 제작한 것”이라며 “‘김예진한복’은 시대적 감각을 가미한 퓨전 한복 제작을 계속 시도해 왔으며, 이번 콘셉트로 일반 패션쇼도 기획 중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패션 한복 명장’이라고 불리는 김예진 디자이너는 지난 2017년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코르셋은 몸을 힘들게 한다. 서양인들의 지금 패션을 보면 그동안 채워졌던 족쇄가 풀어진 느낌”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코르셋’은 사회가 여성에게 강요하는 엄격한 외모 잣대라는, 여성에게 가해지는 억압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여성에 대한 억압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탈코르셋’도 여기서 나온 말이죠.

한국일보는 그간 탈코르셋 운동, 여성혐오 등 젠더이슈에 대해 꾸준히 다뤄왔습니다. 다른 일간지들과 비교할 때 눈에 띄는 페미니즘, 젠더이슈 관련 보도도 수차례 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일보가 주최한 미스코리아 대회를 보면 일선의 기자들과 경영진의 생각은 다른 듯합니다.

미스코리아 홈페이지의 설명을 보면, 참가자들은 분명히 지성과 품격, 재능을 겸비한 이들일 겁니다. 그러나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의 ‘심사 대상’이 되는 순간 그들이 지닌 지성, 품격, 재능은 외모라는 획일화된 기준으로 환원됩니다.

때문에 이 대회가 계속 유지돼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 여성을 외모로 평가하고 눈요깃거리로 만드는 ‘미인대회’, 이제는 좀 그만 봤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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