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대한 민주적 통제방안 마련 목적의 국민소환제
‘국회 파행 장기화’에 거세진 여론, 정치권도 긍정적 입장
대의제 보완 통한 국민주권 강화·참여민주주의 구현 등 순기능
선진국 중 유일하게 도입한 영국…“韓 입장서 큰 의미 없다”
위헌논란·대의제와의 부조화·남용 가능성 등 문제도 제기돼
“때가 됐다” vs. “현실적으로 선행 정리돼야 할 문제 많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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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최근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 도입이 다시금 화두가 되고 있다. 국회 파행 장기화 이후 도입 여론이 거세지고, 정치권에서도 잇따라 국민소환제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하고 나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난 6월 26일 의원총회에서 “세계 각국은 국회의원 소환제뿐만 아니라 국회 불참 의원에 여러 가지 다양한 페널티를 가지고 있다. 우리만 그런 페널티가 없다”며 “자기 역할을 팽개치고 당리당략을 위해 파업을 일삼는 의원들을 솎아내는 제도인 국회의원 소환제를 도입할 때가 됐다”면서 국민소환제 도입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도 지난달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의도야 어찌됐든 이해찬 대표의 제안에 대해 환영한다. 정상적인 국회가 되면 이 건에 대해 논의하자. 국민소환제, 페널티제도 다 좋다”며 “국민소환제, 우리 당도 적극적으로 환영한다. 일하는 국회, 민생국회를 만들기 위한 제도를 만들겠다”면서 환영의 뜻을 밝혔다.

지난 2004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국회 탄핵소추 강행 이후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와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에 대한 주민소환제에 대한 관심과 요구는 급속도로 높아졌다. 이에 따라 주민소환제는 2007년 제도화됐지만, 국회의원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간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 관련 법안은 지난 17대 국회를 시작으로 매 회기마다 발의됐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던 국민소환제가 정치권의 입에서, 또 여야 가릴 것 없이 제기됐다는 점에서 국민소환제 도입 가능성에 대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국민소환제란

국민소환제는 주권자인 국민이 대의기관을 구성하고 있는 임기 중인 선출직 공직자에 대해 국민의 신임을 잃은 것을 이유로 퇴임시킬 수 있는 제도다. 국민소환제는 대의민주주의하에서 부분적으로 직접민주주의적 요소를 수용하는 대표적인 제도로 꼽힌다.

국민소환제 도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대의제 민주주의를 보완함으로써 국민주권을 공고히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고려대 법학연구원 김현정 연구원은 논문 <국회의원 국민소환제와 민주주의 실질화(2018)>에서 국민소환제의 순기능으로 국회가 민의를 제대로 대의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대의민주주의의 위기를 일부 극복하고, 민주주의의 본질에 보다 가깝게 운용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또 국민소환제를 통해 국민의 정치 참여를 유도, 참여민주주의를 구현할 수 있으며, 의회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 민주주의의 본령인 ‘자기지배’를 실현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를 통해 의회의 공공이익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국민소환제에 대한 논의는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 가결 이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장영수 교수의 논문 <참여민주주의의 실현과 국민소환제 도입의 문제점(2006)>에 따르면 1990년대 말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거론되기 시작한 국민소환제 도입 논의는 2004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 강행 이후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받아오고 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 강행 이후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에 대한 주민소환제는 지난 2007년 제도화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은 그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후에도 국민소환제 관련 법안은 지난 17대~19대 국회까지 매 회기마다 1개씩 발의됐으나, 모두 임기만료를 이유로 폐기됐다. 20대 국회 들어서는 현재까지 5개 법안이 발의돼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들 법안들은 공통적으로 현행 제도하에서 국회의원의 직권 남용이나 위법 행위에 대해 선거를 통한 정치적 책임을 지는 방법 외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의 민주적 통제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과 시민의눈 국민소환제 추진본부 관계자들이 지난 2018년 3월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국민소환제 개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과 시민의눈 국민소환제 추진본부 관계자들이 지난 2018년 3월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국민소환제 개헌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불붙는 국민소환제 도입 여론

국민소환제 논의가 최근 이슈로 떠오른 것은 국회 파행 장기화의 영향이 컸다. 이후 각 당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국민소환제 도입에 긍정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다.

또 국민소환제에 대한 국민여론도 뜨거워지고 있다. 국민소환제 도입 여론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찬성 여론은 80%에 육박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CBS의 의뢰로 지난 5월 31일 전국 성인 504명을 대상으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에 대한 찬반 여론을 조사한 결과, 찬성 응답이 77.5%로 집계됐다. 반대 응답은 15.6%, 모름 또는 무응답은 6.9%였다.

세부적으로는 모든 정당 지지층, 이념성향, 지역, 연령에서 찬성 여론이 대다수로 집계됐다.

찬성 여론은 정의당(찬성 95.9%, 반대 2.5%)과 더불어민주당(88.5%, 5.1%) 지지층, 진보층(87.6%, 7.4%)과 중도층(82.1%, 14.9%), 대구·경북(82.7%, 11.4%)과 광주·전라(81.2%, 4.9%), 40대(89.5%, 8.3%)와 50대(81.0%, 13.7%)에서 80% 이상으로 조사됐다.

무당층(찬성 74.5%, 반대 19.8%)과 바른미래당 지지층(65.4%, 29.3%), 자유한국당 지지층(59.9%, 29.9%), 보수층(66.1%, 27.2%), 경기·인천(77.7%, 17.8%)과 서울(77.0%, 17.8%), 부산·울산·경남(76.2%, 18.7%), 대전·세종·충청(75.0%, 12.3%), 30대(75.1%, 21.8%)와 20대(72.7%, 21.0%), 60대 이상(70.6%, 15.0%)에서도 찬성 여론이 대다수였다.

이번 조사는 지난 5월 31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9830명에 통화를 시도, 최종 504명이 답해 5.1%의 응답률을 나타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다. 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앞서 지난 4월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도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 도입을 촉구하는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에는 총 21만344명이 참여했다.

이에 대해 복기왕 청와대 정무비서관은 답변에서 “국민소환제는 국민투표, 국민발안과 더불어 대의민주주의하에서 부분적으로 직접민주주의적 요소를 수용하는 대표적인 제도”라며 “주권자인 국민이 투표를 통해 임기 중인 선출직 공직자를 그 직에서 퇴직시키거나 임기를 종료시키는 제도로 많은 분들이 대의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제기해 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정적을 공격하기 위해 정치적으로 악용되거나, 국회의원이 소신 있는 입법활동보다 포퓰리즘으로 흐를 소지가 있다는 국민소환제 오남용의 위험성을 언급하면서도 “그러나 이미 주민소환제가 실시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의 경험으로 볼 때 그 위험성은 기우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또 “대통령도,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도 소환할 수 있는데 유독 국회의원에 대해서만 소환할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것은 누가 봐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는 국민이 한 번의 선거행위로 위임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상시적으로 국민주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적극적인 제도라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선출직 공직자 가운데 국회의원만 견제받지 않는 나라가 특권이 없는 나라,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인가”라며 “이제는 국회가 대답해야 한다”라고 국회로 공을 넘겼다.

영국의 국민소환제…“韓 입장서 별다른 의미는 부여할 수 없어”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현재 세계적으로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를 실시하고 있는 나라는 영국, 벨라루스, 에콰도르, 에티오피아, 키리바시, 카자흐스탄, 리히텐슈타인, 미크로네시아, 나이지리아, 팔라우, 베네수엘라, 우간다 등이다.

선진국으로 범위를 좁히면 영국이 유일하다. 영국은 2009년 하원의원들의 지출스캔들을 계기로 2015년 국민소환법(Recall of MPs Act 2015)를 제정했다. 소환대상은 하원의원이며, 소환사유는 ▲의원이 된 후 국내 형사문제로 기소돼 자유형(징역·금고·구류) 이상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된 경우 ▲의원윤리위원회의 보고서가 제출된 후 하원이 일정기간 이상 의원직 정직을 명령한 경우 ▲의원이 된 후 의회윤리기준법 제10조 상의 범죄로 기소돼 유죄가 확정된 경우에 한한다.

이와 관련해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신율 교수는 “영국이 하원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를 실시하지만, 소환대상은 형사범죄를 저질러 최종적으로 형이 확정된 의원들”이라며 “우리나라는 실형이 확정되면 자동으로 의원직을 상실하기 때문에 영국의 국민소환제는 우리 입장에서 볼 때는 별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제기되는 문제점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 도입과 관련해 제기되는 문제점은 먼저 위헌 논란이다.

앞서 언급한 고려대 법학연구원 김현정 연구원의 논문에 따르면 한국 헌법에는 국회의원의 임기를 명시해 놓았고(헌법 제42조), 국회의원 소환제에 대한 근거규정이 없다. 따라서 현행 헌법하에서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 도입은 헌법차원의 문제라는 것이다.

헌법에 지자체장과 지방의회의원의 선출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하도록 위임돼 있는 지자체장 및 지방의회의원에 대한 주민소환제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문제이고, 때문에 개헌을 통해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의 근거 규정을 마련해야 위헌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국회의원의 자유위임원리에 반한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국회의원들은 지역구, 비례대표 의원을 막론하고 국민 전체의 대표로서 국정을 논의할 의무가 있다. 때문에 자신이 속한 지역이나 단체의 이익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이익에 따라 의정활동을 해야 하지만, 차기 선거에서 당선 가능성과 정치적 입지 등의 이유로 부분이익에 충실할 우려가 발생한다. 그래서 임기동안 부분이익에서 자유롭게 의정활동을 가능케 하자는 것이 자유위임원리의 취지다. 그러나 국민소환제를 도입할 경우, 임기 중 소환될 수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부분이익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어 자유위임 원리에 입각한 대의제를 기본으로 하는 헌정질서와 조화가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국민소환제의 남용가능성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가천대 법학과 이승우 교수는 논문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도의 도입과 합헌여부(2012)>에서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의 도입은 국민에 의한 소환을 전제하지만, 사실상 정치세력 사이의 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중앙정치의 차원에서 특정 국회의원에 대한 제거나 배제를 위해 소환제가 남용될 경우, 국민에 의한 소환이 아니라 정당에 의한 소환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 국민소환제가 다수결원리가 지배하는 국회에서 정치적 타협과 조정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 소수파가 다수파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이 교수는 소수파의 의사를 무시하고 정략적 정책결정을 시도하는 다수파의 핵심세력에 대해 소수파를 지지하는 국민을 내세워 소환운동을 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정치적 타협과 조정을 어렵게 해 대화와 토론을 토대로 하는 정치를 실종시키고, 대의정치를 불가능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또 국민 분열의 위험성도 제시된다. 국민소환투표로 인해 승자와 패자가 다시금 명확해지면 이를 지지하는 국민들 사이에 극단적 대결의식이 굳어질 수 있고, 이는 국민을 분열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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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소환제, 제도화 가능성은?

이처럼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 도입까지 위헌논란과 여러 문제점들이 제기되고 있지만, 여야 정치권의 긍정적인 반응이 잇따르고, 국민 여론도 찬성이 대다수인 상황에서 국민소환제 도입가능성에 대한 주목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여야가 국민소환제 도입에 대해 크게 반대 입장이 없는 상황에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등 논의의 장으로 넘어갈 경우, 진행 자체는 급물살을 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평론가는 “국민소환제 제도화 가능성은 상당히 높아졌다고 본다. 정개특위에서 이 부분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며 “이제 때가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소환제의 제도화가 아직 현실성이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신율 교수는 “현재 우리처럼 국회에서 일을 안 할 경우 국민소환을 하겠다면, 국회의원의 직무범위에 대한 확실한 정의를 내려야 한다”며 국민소환제 도입 이전 선행돼야 할 조치들이 많이 남아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신 교수는 국회의원의 직무가 국회에서의 입법활동도 있지만, 헌법상 지역구 국회의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지역구 업무를 하는 것도 직무에 포함되며, 소속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의사를 중앙정치에 반영해야할 의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국회의원의 직무는 국회 밖에서도 할 수 있기 때문에 국회를 열지 않아 국회의원이 직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것이 국민소환제의 사유가 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신 교수는 국회의원이 독자적으로 판단해 추진할 수 있는 직무범위가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문제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예를 들어 지역구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에 혐오시설을 만들겠다고 했을 때, 주민들이 동의를 받지 않고 추진했다며 해당 의원을 국민소환하겠다고 할 수 있다”며 “이는 국회의원이 독자적으로 일을 추진할 수 있는 범위가 어디까지인가의 문제와 직결된다. 이런 개념규정이 돼있지 않은 상태에서 국민소환제를 도입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정리해야 될 것이 너무 많다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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