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도 없어진 게임결제] 과금유도‧사행성 논란 극복할 수 있을까
[한도 없어진 게임결제] 과금유도‧사행성 논란 극복할 수 있을까
  • 박주환 기자
  • 승인 2019.07.17 18: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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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성인 월 결제한도 폐지 결정
게임산업 형평성 및 경쟁력 강화 취지
자체 가이드라인 만들며 도입 추진 중 
지나친 과금유도 및 사행성 논란 촉발
도박성 짙어, 하루에 1000만원 쓰기도
“양심 없는 천박한 자본주의적 행동”
ⓒ뉴시스
정부가 성인을 대상으로한 PC온라인게임 결제한도를 폐지하면서 과금유도와 사행성 논란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성인을 대상으로 한 PC‧온라인게임의 결제한도가 폐지됐다. 게임을 하며 사용할 수 있는 돈의 한도가 없어진 것이다. 결제한도 폐지에 대한 요구는 게임업계를 중심으로 꾸준히 있어왔다. 하지만 극복해야할 과제가 남아있다. 지나친 과금유도와 사행성 논란이다. PC‧온라인게임의 결제한도의 폐지로 야기될 문제는 한도없이 운영되는 모바일게임 시장을 보면 알 수 있다. 현재 게임업계가 스스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자체적으로 조율하려는 움직임도 있지만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들이 얼마나 사회적 문제를 염두에 두고 정책을 조율할지는 미지수다. 

PC‧온라인게임 성인 월 결제한도 폐지 결정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달 27일 게임물관리위원회 규정의 일부 개정을 공포했다. 개정의 골자는 PC‧온라인게임의 성인 월 결제한도 폐지다. 그동안 정부는 등급분류제와 연계해 성인의 월 결제 한도를 50만원으로 제한해 왔다. 청소년의 경우는 7만원이 상한이었다. 게임을 통한 과도한 비용지출을 경계한 정책이었다. 

하지만 게임결제한도를 두고 법적 근거가 없는 그림자 규제라며 이에 대한 폐지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업계는 모바일게임, 영화 등 다른 분야와 비교했을 때 불합리한 차별이라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또 중소기업들이 시스템을 구축할 때 발생하는 비용을 보전하기 위해서라도 규제의 철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고심을 이어오던 문체부는 문제제기를 수용하기로 했다. 앞서 문체부는 지난 2017년 7월 업계·이용자·학계‧관계부처 등이 참여한 ‘민관합동 게임제도 개선협의체’를 발족했다. 게임 규제로 인한 사회적 갈등을 줄이고 게임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합리적인 개선 논의를 진행한다는 취지였다. 

이와 관련 문체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게임시장의 변화와 이용자의 목소리를 반영해 제도를 합리화하도록 노력해 나가겠다”라며 “결제한도 폐지로 인한 무분별한 소비 등 게임 이용자의 피해를 예방할 수 있도록 모니터링도 지속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반색하는 업계, 가이드라인 만들며 도입 가속화 

한국게임산업협회도 이에 발맞춰 온라인게임 자가한도 시스템 구축 정책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각 게임사에 배포했다. 업계에서 자체적으로 합리적인 결제정책을 이끌어가겠다는 차원의 조치였다. 

협회의 자가한도 가이드라인에는 ▲월 2회 조정 횟수 제한 ▲각 사별 최대 결제한도 설정 ▲개별 소비정보 페이지 운영 및 결제내역 알림 서비스 제공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용자가 스스로 결제 내역 및 게임 이용 패턴을 확인하고 이를 고려해 소비를 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골자였다. 

협회와 각 게임사들도 일단은 이용자들의 합리적 소비 구현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상시 확인 및 이용이 가능한 결제 관련 정보 페이지를 운영하고 개별 요청에 따라서는 별도의 알림 서비스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한국게임산업협회 강신철 회장은 “성인 이용자의 PC온라인게임 월 결제한도 폐지가 어려운 환경에 있는 국내 게임업계에 새로운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라며 “자가한도 시스템을 통해 이용자 사이에서 합리적인 게임 소비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기여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게임사를 비롯한 관련 업계는 정부의 결정을 반기는 분위기다. 게임결제한도 규제는 헌법이 보장하는 개인의 사유재산권과 기업의 영업자유를 침해해 왔던 만큼 업계의 발전을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였다는 것이다. 

네이버, 카카오, 넥슨, 엔씨소프트 등이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문체부의 발표 이후 성명을 내고 “법적 근거도 없이 유지되던 그림자 규제가 이제라도 폐지된 것은 참으로 다행이고 전적으로 환영한다”라며 “성인의 온라인게임 결제 한도 폐지 결정은 게임산업계에 보다 자유로운 경쟁 여건을 확보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어 “게임은 이미 교육, 건강, 광고 등 다양한 영역과 융합하고 있고 5G 통신기술 등 혁신적 기술과의 접목 가능성이 가장 높은 영역으로 주목받고 있다”라며 “이번 결정을 시작으로 디지털 콘텐츠산업 곳곳에 쌓인 불합리한 규제를 혁파하고, 4차 산업혁명의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나가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플레이위드
한 게임은 출시와 함께 외제차를 경품으로 내걸며 지나친 사행성 논란에 휩싸였다. ⓒ플레이위드

과금유도와 사행성 논란 극복할 수 있을까

하지만 관련 업계의 낙관 섞인 시선과는 반대로, 그동안 지나친 과금유도와 사행성 논란을 일으켰던 게임업계가 스스로 적정선을 지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우려가 크다. 실제로 게임결제한도 폐지에 대한 우려는 현재 결제한도 없이 운영되는 모바일 게임시장을 보면 알 수 있다. 

최근 게임업체 플레이위드는 신규 게임을 출시하며 외제차를 경품으로 내걸어 사행성 논란에 휩싸였다. 이 업체는 지난 6월 신규 MMORPG(다중접속 역할 수행) 로한M을 론칭하며 전 서버 최초로 100레벨을 달성하는 유저에게 2020년식 포르쉐를 제공한다고 약속했다. 이 차량의 가치는 1억원에 상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벤트 이후 이 게임의 이용자는 급증했다. 구글플레이 매출에서도 2위의 자리를 선점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업계 내외에서는 이 같은 성공을 게임성에 기댄 긍정적인 사례로 보지 않는다. 실제로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많게는 수백만원을 들여가며 게임 아이템을 구매하고 있다는 볼멘소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최초의 100레벨 달성을 위해서는 소수에게만 지급되는 확률형 아이템을 구매해야 하는 만큼 이용자들의 출혈적인 과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현행법상 경품으로 차량을 제공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6년 7월, 소비자현상경품의 가액 및 총액한도 규제를 폐지했다. 하지만 게임산업진흥법에 따라 경품이 사행성을 조장하는 것은 안 된다. 더욱이 이 업체의 경품 지급 방식은 무작위 추첨 등이 아니라 경쟁을 통해 1명에게만 지급하는 것이라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와 관련해선 현재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사행성 해당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다른 업체는 신규 모바일 게임의 출시를 앞두고 추첨을 통해 암호화폐를 지급하겠다고 밝혀 심의 대상이 됐다. 아직 정부가 암호화폐의 제도권 포용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지 않은 만큼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앞서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암호화폐 제공 및 거래 등을 부가서비스로 제공한 한 게임의 유통을 규제했다. 일각에서는 고스톱, 포커 등 도박게임에서 암호화폐가 현금처럼 통용되기 시작하면 사행성 게임의 확산을 것 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만약 게임결제한도 폐지가 게임사들에 의해 본격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한다면 이 같은 과금유도를 통한 노이즈 마케팅이 경쟁적으로 발생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경품 당첨자를 제외한 나머지 이용자들이 심각한 수준의 재정적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은 쉽게 예상 가능하다. 

ⓒ청와대 국민청원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특정 게임의 도박적 성격을 규탄하는 글들이 수차례 올라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남는 것은 허무뿐, 이것은 완전한 도박이다”

엔씨소프트의 MMORPG 리니지M은 업계의 사행성 논란을 거론할 때 거의 항상 입방아에 오른다. 아이템 입수를 비롯한 게임의 거의 모든 것이 확률에 기대고 있어 사실상 도박과 흡사한 형태를 띠고 있다는 것이다.

한 이용자는 이 게임의 확률성을 복권에 비교하며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모든 것이 확률이다. 확률이 없으면 안되는 게임이다. 거의 도박과 흡사하다”라며 “확률형 상자에서 비싼 아이템이 나올 확률은 극악이다. 로또 1~2등 당첨 확률 정도다”라고 말했다. 

이 게임의 사행성 논란은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서도 수없이 제기된 바 있다. 한 청원인은 “2일간 총 250만원을 투입했으나 원하는 변신카드 제작을 얻는 것을 실패해다. 남는 것은 허무함뿐. 이것은 완전한 도박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변신카드의 제작확률을 홈페이지나 게임 내 도움말 등에서 찾을 수 없었다. 확률공시를 하지 않으면 이것은 게임사에서 조작이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합리적인 의심을 하며 분개했다”라며 “욕심이 생겨서 돈을 투입한 것은 저의 선택이었고 저의 잘못이기는 하나, 제작 시도 한번에 33만원씩 날아가는 도박시스템을 어떻게 이렇게까지 자유롭게 허용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분은 (하루에) 1000만원 쓰고도 원하는 카드를 얻지 못했다고 한다. 조금만 찾아보시면 피해자들의 사례가 정말 무수하게 많다. 정말 이정도 되면 바다이야기보다 더 심한 도박 아닌가”라고 물었다. 

ⓒ뉴시스
게임이용자보호시민단체협의회는 지난달 12일 정부의 게임결제한도 폐지를 규탄하며 집회에 나섰다. ⓒ뉴시스

자율규제 이행 위한 기반 마련돼야
 
게임결제한도의 폐지가 본격화 되면 확률형 아이템을 수익원으로 삼고 있는 게임의 문제는 모바일에서 온라인으로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게임업계에서는 당연히 수익성 증대를 위해 환영할 일이겠지만 개인의 무분별한 소비를 조장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는 남는다. 

시민단체 역시 이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게임이용자연대 등 20여개 단체로 구성된 게임이용자보호시민단체협의회는 정부의 게임결제한도 폐지를 규탄하며 자본과 기업의 관점만 고려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협의회 관계자는 “개정안의 내용을 보면 게임등급 심의 때 이용자 1명이 사용할 수 있는 계정 수와 구매한도액을 기재하지 않도록 해 게임회사에 자율권을 부여한다는 내용이다”라며 “게임중독의 확산과 사행성이 높은 확률형 아이템을 반대하는 대다수 국민들의 뜻에 반하는 내용으로 매우 충격적인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일반적 기준에서 볼 때 매달 50만원씩 돈을 써가며 게임을 하는 사람을 과연 정상적인 사람이라고 볼 수 있겠는가. 그럼에도 앞으로 수백만원, 수천만원 무한대로 게임을 하도록 해, 게임회사들이 돈을 벌 수만 있다면 국민이 인생을 망쳐도 상관없다는 말인가”라며 “외국 회사를 배려해 모바일게임에 한도를 부여하지 않은 것부터 잘못된 일인데 온라인게임 한도를 폐지하라는 것은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다. 일말의 양심도 없는 천박한 자본주의적 행동이 아닐 수 없다”고 힐난했다. 

이와 관련해선 정치권에서도 진즉에 반대의 목소리가 들렸다. 민주평화당 유성엽 의원은 PC온라인게임 결제한도 주장이 거론될 당시 “대안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결제한도를 폐지할 경우 게임중독, 사행성 조장 등의 사회적 문제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확률형아이템 자율규제와 결제한도가 없는 모바일게임의 미흡한 시스템과 중독현상 등 다양한 부작용 사례가 이용자들의 불신을 얻고 있다. 안정적인 자율규제 이행을 위한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결제한도 제한을 없앨 경우 사행성 조장을 부추기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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