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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구자두 전 LB인베스트먼트(옛 LG창업투자) 회장이 중국 유학생 이름을 도용한 차명계좌를 통해 수십억원을 은닉한 혐의로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박상구 부장판사는 사문서 위조 등 혐의로 기소된 구 회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구 회장은 지난 2001년부터 2012년까지 자신의 사촌동생이 회장으로 있는 저축은행에서 중국인 유학생들의 명의로 281개의 차명계좌를 만들어 50억원을 관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다수의 명의로 차명계좌를 운용하는 것에 부담을느낀 구 전 회장은 차명계좌를 모두 해지하고 친분이 있는 소수의 사람들 명의로 차명계좌를 개설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일부 중국인 유학생 명의의 계좌를 해지하기 위해 유학생들의 사인과 인감도장을 위조해 해지전표를 만드는 방식으로해지전표 39장을 위조, 이를 저축은행에 제출해 자금을 빼내려했다.

재판부는 “조선족 동포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한다는 미명하에 동의 없이 그들의 개인정보를 구씨 친족이 운영하는 저축은행에 제공해 불법으로 차명계좌를 개설했다”며 “해지를 위한 사문서 위조와 행사를 한 행위로 죄질이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저축은행 파산에 따른 위험을 예금자보호법을 통해 분산하기 위한 경제적 이해관계 추구 과정에서 감행된 점과 동종 범죄로 처벌받은 점이 없다”며 “고령에 폐질환을 앓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구 전 회장은 구인회 LG그룹 창업자의 4남이다. 구 전 회장이 몸담았던 LB인베스트먼트는 지난 2000년 LG그룹으로부터 계열분리한 LG창업투자가 전신이다. 모회사는 (주)LB로 구 전 회장의 장남이자 이상득 전 의원 사위인 구본천 LB인베스트먼트 부회장 등 일가족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다시 (주)LB는 LB PE, LB자산운용, LB세미콘, LB루셈, LB휴넷, 유세스파트너스 등 총 7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사실상 LB그룹을 이끌던 구 전 회장은 올해 초 LB인베스트먼트 회장직에서 사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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