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게임 “하라M 광고 관련 공식 입장 없어”
민우회 “게임업계, 문제의식 갖고 자정능력 키워야”

<사진 출처 = 하라M 게임 화면(좌)과 하라M  광고 일부 캡처>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모바일 3D ARPG(액션알피지) ‘하라M’이 게임 내용과는 동떨어진 여성 성 상품화 광고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이 게임을 서비스하는 모바일 게임 운영 회사 (주)이유게임에 따르면 지난 3일 출시된 하라M은 신비로운 마법 판타지를 배경으로 귀여운 캐릭터들이 동화 같은 세계, 흥미롭고 광활한 필드에서 화려한 스킬로 평화를 수호하는 게임이다.

그런데 이 게임이 최근 이유게임 공식 페이스북과 유튜브 계정에 게재된 광고 영상으로 누리꾼들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하라M의 광고는 다양한 콘셉트로 촬영됐다. 첫 번째 광고에서는 여성 모델이 짧은 반바지를 입고 침대 위에 앉아 “나는 살구야, 오빠랑 살꾸야~나는 수박이야, 오빠를 사랑할 수밖엔 없어~하라M 오빠 없으니까 하기 싫다”는 가사의 이른바 ‘살구송’을 부른다.

두 번째 광고는 앞선 광고의 섹시 콘셉트 버전으로, 여성이 욕조에 물을 채우고 욕조를 닦으며 노래를 부르는데 이 과정에서 모델이 가슴골을 노골적으로 노출하기도 하며, 욕조 안에서 몸을 담그고 있는 장면도 포함돼 있다.

세 번째 광고에서는 모델이 “우리 길드가 무너지고 있어요. 하아 오빠 빨리, 제발 도와주세요. 하아~ 도와주세요. 정말 오랜만에 격렬했어”라는 대사를 말하며 기다란 빨래 방망이의 거품을 닦아 낸 후 빨랫감을 세게 두드리는 등의 장면이 나온다.

네 번째 광고에서는 ‘신비로운 대륙의 끝에서부터 신수섬의 치열한 자원 쟁탈전을 지나 지옥의 던전에서 강력한 적을 물리치고 평화를 지켜낼 수 있는 자, 모여라 여기로’라는 문구가 침대 위에 옆으로 누워있는 모델의 발끝에서부터 가슴부근까지 흐르는 모습을 묘사했다.

이 광고의 공통점은 게임의 취지나 방식과는 전혀 관계없다는 점이다. 광고 속 모델의 대사와 행동, 카메라 앵글 등은 게임에 대한 정보를 전달한다기보다는 노골적으로 여성 모델을 성적 대상화하고 도구화했다고 보기 충분하다. 

실제 누리꾼들도 이 광고에 대해 ‘역대급 저질 광고’, ‘게임이냐, 야동이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주)이유게임은 앞서 다른 게임 광고에서도 비슷한 논란에 휩싸인 바 있어 해당 업체 게임을 불매해야 한다는 주장까지도 나오고 있다.

<사진 출처 = 하라M  광고 일부 캡처>

게임 광고의 여성 성 상품화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모바일게임 ‘짐의강산’은 여성 캐릭터를 희롱하는 광고로 논란이 됐으며, 모바일게임 ‘왕이되는자’의 광고도 여성 캐릭터가 몸을 수색해 달라고 요구하거나 속옷의 종류를 맞춰보라는 등의 내용으로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여성단체에서는 게임 업계의 반복되는 여성 성 상품화 광고 논란에 대해 업계 스스로 문제의식을 갖고 자정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정슬아 사무국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게임의 내용과 광고의 콘셉트가 과연 무슨 관련이 있는지, 광고 속에서 소비 대상으로 정한 오빠로 호명되는 사람들(게임유저)이 정말 좋아할만한 광고인지 의문이 든다”며 “미투운동 이후 다양한 분야에서 젠더 감수성에 대한 점검과 체제개선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런 광고를 만든 것 자체가 스스로(제작자)가 얼마나 낙후돼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방식으로 소비되는 여성에 대한 이미지는 제작사와 광고사의 의도 및 기획이다”라며 “여성이 광고 속에서 도구화되고 대상화되는 것이 개인에 대한 비난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걸 명확히 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끝으로 정 국장은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게임 업계도 업계 내 자율심의를 따르도록 돼 있다. (그런데) 자율심의기구의 기준이 공개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지만 지금 나오는 광고들을 봤을 때 심의기준을 잘 따르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업계 내에서 스스로 부끄러워하고 자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본지는 하라M을 서비스하는 (주)이유게임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한 끝에 ‘공식적인 입장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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