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민이 지난 6일 대구 달서구 대천동 유니클로 매장 앞에서 일본제품 불매운동 참여를 호소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한 시민이 지난 6일 대구 달서구 대천동 유니클로 매장 앞에서 일본제품 불매운동 참여를 호소하는 릴레이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따른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은 지난 1일 한국을 상대로 반도체 부품 3가지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내렸다. 이는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따른 경제보복 조치로 해석된다.

일본의 이 같은 조치에 일본제품 안 사기, 일본여행 안 가기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 방학을 맞아 계획했던 일본 여행을 취소했다는 대학생 A씨는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맞서 일어나고 있는 일본여행 안 가기 운동에 동참하고자 예약을 취소했다”며 “성수기인 만큼 다른 여행지를 찾는 게 부담이 되겠지만 이 기회에 국내 여행지를 찾아볼까 한다”고 말했다.

<뉴스토마토>의 지난 14일 보도에 따르면 이달 1~9일 기준 국내 주요 여행사 6곳의 일본여행 예약 취소율은 최대 80%에 달한다.

국내 6개 여행업체의 일본여행 예약인원 총 1만8577명 중 1만2747명이 예약을 취소했으며, 이 중 B 업체는 1222명의 예약자 중 80%인 981명이 예약을 취소했다. 이밖에도 C 업체 76%(7537명 중 5706명), D 업체 69%(5755명 중 3965명), E 업체 56%(1168명 중 652명), F 업체 52%(988명 중 517명), G 업체 49%(1907명 중 926명)으로 일본여행 예약 취소가 급증했다.

SNS,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일본제품 목록이 공유되며 불매운동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다.

이 목록에는 식품, 음료, 주류, 의류, 담배, 숙박, 자동차 등을 국내에 판매·유통하는 업체들의 이름이 열거돼 있으며 심지어 영화 배급사, 학습지, 세면대·변기 제조업체까지 포함돼 있다.

일본제품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까지 개설됐다. 일본제품과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상품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 ‘노노재팬’은 18일 오전 한때 접속자 폭주로 서버가 마비되는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

지난주 개설된 노노재팬은 소비자들이 직접 일본제품과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을 게시할 수 있으며 꾸준히 정보가 업데이트 되고 있다.

사진출처 = 노노재팬 홈페이지 캡처
<사진출처 = 노노재팬 홈페이지 캡처>

국민 절반 이상 ‘일본제품 불매운동 참여’

온라인 상의 분위기를 반영한 듯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참여하는 국민은 실제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는 tbs의 의뢰로 지난 17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3명을 대상으로 ‘제2차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응답자가 54.6%로 집계됐다고 18일 밝혔다. 이는 지난 11일 실시된 1차 조사(48.0%)에 비해 6.6%p 증가한 수치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는 응답은 39.4%로 1차 조사(45.6%)에 비해 6.2%p 감소했다.

반면 향후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참여하겠다는 응답자는 66.0%로 1차 조사(66.8%) 보다 0.8% 감소했으며 앞으로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응답은 28.0%로 1차 조사(26.8%)에 비해 소폭 증가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17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1만1556명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최종 503명이 답해 4.3%의 응답률을 나타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다.

자세한 사항은 리얼미터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사진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사진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일본 소비’ 비난보다는 불매운동 연대에 집중해야”

이처럼 일본제품 안 사기, 일본여행 안 가기 운동이 확산되면서 일본여행을 다녀오거나 일본제품을 소비하는 유명인들을 향한 비난이 이어지기도 했다.

배우 이시언씨는 지난 3일과 4일 자신의 SNS에 일본 여행을 간 사진을 올렸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씨는 논란이 일자 해당 사진을 삭제했다.

또 뷰티 유튜버 이사배는 지난 7일 게시한 영상에서 협찬 받은 일본 화장품을 소개해 비난을 받았다. 이튿날 그는 “현재 이슈와 맞물려 이 제품을 프로모션 하는 것은 적절치 못했음을 깨달았다”고 사과하고 해당 영상을 삭제했다.

이 같은 비난에 일각에서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참여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남에게 참여를 강제하거나 참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난하는 것도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한다.

상지대학교 교양대학 교수 이종우 칼럼니스트는 “한국인들의 정서 상 진영논리에 상관없이 대다수가 일치된 모습을 많이 보이는 게 병역문제와 일본 관련 문제다. 일제강점기 시절 피해에 대한 생각이 저변에 깔려있다는 것이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가장 큰 원인이 아닌가 싶다”라며 “남북관계가 개선되는 상황에서 훼방을 놓는 모습을 보이는 등 점차 누적되던 반일감정이 이번 경제보복 조치를 계기로 한꺼번에 폭발한 것”이라고 불매운동 확산의 원인을 분석했다.

이어 “논란의 당사자들이 시기적으로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점은 있겠으나 이를 비난하기보다는 불매운동에 동참하는 이들과 연대해 ‘나는 일본제품을 소비하지 않겠다’하는 모습을 더 많이 보여주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라며 일본 제품을 소비하는 데 대한 비난 여론이 이는 것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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