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주 스타트업 스토리 칼럼니스트
-피칭 프레젠테이션 컨설팅 전문 기업 디테일러 대표
-IR피칭 및 프레젠테이션 스토리 컨설턴트
-현 대전MBC <FM모닝쇼: 영화사용설명서>
-현 대전대학교 이노폴리스캠퍼스 대덕특구 IR피칭 공식멘토
-현 인하대학교기업가센터 스타트업 IR피칭 컨설턴트
-현 서강대학교 인재개발아카데미 실무프레젠테이션 겸임교수
-전 아워홈 경쟁입찰프레젠테이션 전문프리젠터
-전 CMB충청방송 <뉴스포커스> 메인 앵커
-전 대전MBC <뉴스투데이: 투데이핫무비>

연구자가 수행하는 연구, 실험 등 모든 과정을 기록하는 노트, 연구노트. 

주로 실험을 하기 위한 환경과 실험 조건, 과정, 현상, 결과 등을 구체적으로 작성하며, 어떠한 방식, 어떠한 매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서면 연구노트와 전자 연구노트로 나뉜다. 

연구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들이 그대로 기록되는 특성 상, 노트 속에는 성공뿐 아니라 실패의 기록도 가감없이 담겨있다. 덕분에 같은 실수가 반복되는 것을 막고 기술이나 노하우를 축적·전수하는 중요한 수단이 될 뿐만 아니라,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특허 분쟁이 생겼을 때 중요한 증거자료로 쓰이고 있다. 연구 윤리 측면에서도 하나의 연구 결과가 세상에 나오기까지 과장이나 허위, 표절 없이 직접 수행하였는지 등의 증명을 돕는 고마운 도구이다. 

하지만 기존의 방식인 서면 연구노트에는 불편함도 내재돼 있다. 노트는 묶음으로 이뤄져야 하며, 페이지 수나 종이가 찢겨나간 것 없이 일렬로 기재돼야 하고, 연구기록은 시간대 별로, 지워지지 않는 잉크로, 기재한 날짜는 반드시 명시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기록된 연구기록 사이에 공백이 있으면 인정되지 않으며 기재한 모든 기록과 수정한 부분에는 기재자의 서명과 제3자인 증인의 “나는 기재한 기록을 읽어봤고 이해하고 서명한다”는 서명이 필요하다. 

더구나 중간에 컴퓨터를 통해 얻는 전자 데이터를 서면에 기록하는 것도, 반대로 서면에 작성된 데이터를 재구성해 전자로 옮기는 것도 모두 쉬운 일은 아니다. 연구노트 작성이 끝났다 할지라도 방심하기는 이르다. 수십, 수백 장의 기록지를 보관하는 일은 만만치 않으며, 나중을 위해 인덱스를 구분하는 일이 번거로운 것은 물론, 원하는 기록을 다시 찾는 데에는 일일이 수작업이 필요해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전 세계가 기술 개발에 뛰어들며 연구 개발(R&D)산업 예산만 20조를 웃도는 시대에 연구 산업의 관리를 투명하게 만드는 가장 대표적인 시스템, 연구노트의 중요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굳이 연구 논문을 조작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황우석 박사 사건까지 들먹이지 않더라도 누구나 안다. 연구자의 윤리 의식을 바탕으로 연구자의 기록, 결과물은 일체의 거짓 없이, 투명하게 기록되어야 한다는 것을. 

그렇다면 실제 연구자에게 연구노트란 어떤 의미일까. 

특히 정부지원사업 등을 진행 중인 기업 또는 연구소라면 자의든 타의든 반드시 작성해야 하는 보고 자료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연구노트가 오히려 연구원들의 업무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면, 원하는 때에 검색조차 잘 이루어지지 않아 무용지물에 지나지 않는다면?

여기 이러한 문제들을 풀어내는 스타트업이 있다. ReDWit, 그들에게 맡겨보자. 매번 서면으로 작성 후 전자 연구노트에 일일이 옮기느라 번거로웠던 연구노트가 스캔 한 번으로 업로드가 끝나고, 더구나 교수님 또는 연구소 내 직원들과 회의한 내용이 음성녹음으로 고스란히 저장돼 자동으로 시스템에 등록된다. 실험 과정은 영상 및 사진으로 촬영돼 그대로 저장되고, 모든 정보를 취합하는 주체가 연구원 자신이 아닌 컴퓨터 시스템의 힘을 빌릴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해, 지금 이 순간부터 불필요한 수고는 덜고 효율적인 시간 관리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ReDWit은 제안한다.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활용해 다자간 시점 인증 및 결재를 지원하고 전자 문서의 위변조를 파악하며, 서면으로 된 연구노트를 스캔 한 번으로 전자화 시키고 각종 실험을 음성과 영상 등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업로드 되는 ‘원스톱 전자연구노트’를. 

각 연구 기관들은 ReDWit의 시스템을 구매해 기관 내에 배포, 연구원들의 사용을 독려하고, 이를 통해 그들이 어떤 프로젝트, 어떤 과정을 진행하고 있는지 단순한 보고 수준을 넘어 세세한 진행 과정을 잘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반대로 사용자인 연구원들 또한, 연구노트 작성에 불필요한 시간을 쏟는 대신 오롯이 연구 자체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ReDWit에 따르면, 한 기관에서는 실제로 감사 지적을 받아 기존의 연구노트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연구원들의 불만이 크고 서면으로 작성했던 것을 다시 전자화해 옮겨야 하는 등 중복 작업이 많아 연구노트 사용률이 1/5에 지나지 않는다는 인터뷰도 있었다고 한다. 즉 사용자가 먼저 편하다고 느끼고 사용을 즐기는, 더욱 더 간편하고 실용적인 시스템이 필요한 것이다.     

무엇보다 ReDWit의 연구노트는 서면에 작성된 문서를 스캔하면 곧바로 전자화된다. 이 문서에는 블록체인 시스템과 자동 시점 인증을 통해, 진본임을 나타내는 마크가 찍히고, 라벨링 역시 자동으로 이뤄져 추후 검색이 용이하도록 돕는다. 즉 연구원은 서면의 내용을 재구성해 작성할 필요 없이 손글씨로 작성한 부분을 촬영, ReDWit 시스템에 등록만 하면 끝인 셈이다.  

ReDWit의 첫 사용자는 그들의 학교, 즉 카이스트의 동료들, 선후배, 교수들이 될 것이다. 동문의 연구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과학적 연구가 많은 카이스트를 질좋은 테스트베드 삼아 다양한 실사용자의 피드백을 얻을 것이다. 

ReDWit의 수장, 김지원 대표를 처음 만난 건, 카이스트 내에 위치한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였다. 블록체인 스타트업 <블록오디세이>의 co-founder의 자격으로 찾아왔던 그녀는 사업에 대해 누구보다 진정성 있게 표현했으며, 미팅 내내 대화 내용을 빼곡이 적어 내려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후 카이스트 문지 캠퍼스에서 열린 오픈벤쳐랩 프로그램에서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새로운 이름 <ReDWit>, 그리고 ‘연구노트’라는 새로운 토픽에서 그녀의 도전 정신이 느껴졌다. 이후 카이스트 창업융합전문석사 계절학기 강의를 마치고 나오는 길, 우연히 그녀를 다시 만났다. 지난번보다 더 단단하게 데이터를 다졌다며 밝게 웃는 모습에서 우리나라 과학 산업의 미래를 보았다고 말하면 너무 과장일까. 그녀의 이야기를 조금 더 자세히 들어보자. 

▲ ReDWit 김지원 대표

#. ReDWit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 ReDWit은 Research and Develoment Witness의 줄임말입니다. ‘연구과정의 목격자’라는 뜻으로, 연구 과정에서 생성되는 기록들을 증명해주는 ’연구노트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ReDWit의 구성원은 모두 카이스트 출신의 기획자와 개발자, 총 5명으로 이뤄져 있고, 모두 각자의 학과 내에서 크고 작은 다양한 연구 환경을 경험한, 연구 환경을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가 뚜렷한 친구들이 모였습니다.  

#. ReDWit 연구노트는 어떤 아이템인지, 조금 더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 ReDWit의 연구노트는 서면의 기록들을 인증해주는 기능에 초점이 맞춰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연구노트는 법적인 인정을 받기까지 조건이 매우 까다로운데요, 특히 기록자의 서명, 작성된 시간, 제3자의 서명까지 모두 필요합니다. 기존에는 기록들을 이 형식에 맞추기 위해서 연구와 이해관계가 없는 다른 사람을 섭외해 매번 검사를 맡아야 하는 형식이었다면, 저희 연구노트는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제3자의 인증을 한 번에 받을 수 있고, 뿐만 아니라 사진만 찍으면 자동으로 연구노트로 인정받기 위한 포맷을 맞춰 주는 편리한 서비스 입니다. 

#. 그렇다면 기존의 연구노트와 비교했을 때, ReDWit이 가지고 있는 차별화된 부분은 무엇인가요. 
: 기존의 연구노트는 주로 PC기반의 입력 방식에 최적화돼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한국기계연구원, 한국조폐공사, KISTI 등 대덕연구단지 내 기관의 연구원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을 때, 연구기록의 74.4%가 서면으로 작성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연구노트를 PC기반으로 만들거나, 음성, 영상 등을 활용할 계획이었는데, 시장조사를 진행하면서 ‘서면의 전자화’에 더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보안 역시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사용해 위, 변조를 피하고 연구 기록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ReDWit은 실제 사용자에게도 굉장히 편의성이 많은데요. 기존의 연구노트 방식에서는 서면으로 작성된 기록들은 정작 필요할 때 빠르게 검색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전자로 제출됐다 해도 파일의 제목만 검색할 수 있고, 그 안에 적힌 내용을 찾으려면 모두 다 다운받아 일일이 확인해야 했었죠. 하지만 이제부터 ReDWit을 활용하면 사용자가 서면의 기록을 단순히 사진만 찍어도 자동 라벨링 기능이 적용되기 때문에, 사용자가 작성한 내용을 빠르고 쉽게 검색할 수 있습니다.

#. 연구원들의 인터뷰를 직접 진행하셨잖아요,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ReDWit 연구노트를 개발하면서, 가설 검증 과정 중에 느꼈던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 처음에는 연구원들이 왜 연구노트를 안쓸까 많이 고민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한 가설은 ‘연구노트의 작성이 연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설정하고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약 30명의 연구원들을 인터뷰한 결과, 현재 기존의 연구노트는 강제로 쓰라고 할 때만 쓰는 귀찮은 존재였고, 기관에게 증빙을 하기 위한 용도로만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정말 저희의 가설대로, ‘연구에는 도움이 되지 않고, 연구를 진행 중이라는 증명을 위해 따로 시간을 내 증빙 자료를 만드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연구원들에게 도움이 되는 연구노트를 만들겠다고 결심했고, 연구원-친화적’인 기능을 넣고자 많이 노력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저희의 차별화 요소이기도 한 ‘자동 라벨링’ 기능이었고, 이를 통해 검색이 가능한 연구노트를 만드는 것입니다. 연구원들이 스스로 연구기록을 찾아볼 수 있게 되면 과거의 기록을 찾는데 쓰이는 시간을 줄일 수 있을 것이고, 실제로 서면 기록의 가장 큰 단점이 인덱싱/검색이었습니다. 현재 ReDWit은 AI 전문 업체와 협업해 연구기록을 자동으로 인식하고 라벨링하는 것을 개발 중에 있습니다. 

#. 이전에 블록체인 관련 회사에서 Co-founder로 함께 했는데, 이후 퇴사해서 연구노트 개발 분야에 집중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 제가 퇴사 할 당시, 제 주변 연구원들이 연구 노트를 써야 해 저와의 저녁 약속을 못 나온다는 것입니다. 막상 그런 사정을 들으니 저도 예전에 작은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연구노트를 쓰느라 고생했던 기억이 났습니다. 때마침 연구노트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기록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고 포맷도 맞춰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주변의 개발자들에게 자문을 구했습니다. 이후 이 아이템이 현실 가능성이 있을 것이란 판단에 특허 전략원과 카이스트 연구노트 시스템 담당자 선생님과의 인터뷰도 진행했습니다. 정말로 기관 측의 니즈가 있다는 것을 파악했고, 몇몇 대표 연구원들의 설문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노트 내에 꼭 필요한 기능들을 설계하게 됐습니다. 

#. ReDWit 연구노트는 특히 어떤 분들에게 유용할까요.
요즘 연구실에서 정부 R&D과제를 하면 연구노트 쓰는 것을 협약 시부터 필수로 정하는 곳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즉, 필수로 연구노트를 작성해야 하는 연구원들에게 가장 유용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사진만 찍으면 기존 시스템과 연동이 되고 모든 형식을 맞출 수 있으니까 연구노트를 쓰는 데에는 약 1분 30초만 투자하면 완성이 됩니다. 특히 한 노트에 쓰는 것이 아니라 여러 종이에 노트를 많이 하는 연구원들에게 유용할 것으로 기대되는데요. 저희의 시스템에 사진만 찍어두면 언제 어디서든 바로 볼 수 있고 검색을 통해 쉽게 기록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과거의 기록을 보면서 실험하기도 수월할 것입니다. 

#. 카이스트, K-school 안에서 많은 스타트업 동료들을 만나셨을텐데요. 꼭 전하고 싶은 한 마디가 있다면, 이 기회를 통해 해보시면 어떨까요?
: 처음에는 저희끼리 모여 고민하다가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 막막할 때가 있었습니다. 때마침 학교 안에서 열린 창업경진대회, E*5에 나가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많이 성장한 것 같습니다. E*5는 비즈니스모델 수립, 고객 인터뷰, 사업 계획서 총 3단계의 과정에서 많은 VC들의 피드백을 들을 수 있어 현재의 시스템을 구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마침내 멘토님들의 피드백을 통해 한 단계씩 성장해 나갈 수 있었고 최종에서 1등을 수상하게 됐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심사위원들이 연구노트를 처음 들어보셨는데, 저희가 발견한 인사이트에 공감하셨고, 저희의 솔루션에 피드백과 응원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어쩌면 제가 스타트업을 시작하면서 가장 잘 한일이 E*5를 참가한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혹시 스타트업을 하면서 잠깐 막혀있다거나 막막한 느낌을 갖게 되신 분들이 있다면 작은 경진대회라도 나가서 다른 창업팀도 만나고 심사위원들의 시각도 들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앞으로 ReDWit의 행보가 궁금해집니다.
: 현재 ReDWit은 내년 상반기에 ‘카이스트 연구노트 고도화 사업’에 참가하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특별히 동문인 카이스트 학생들에게 ReDWit의 연구노트를 가장 먼저 선보이고 싶은 것도 사실인데요. 이후에는 학교 주변에 위치한 대덕연구단지 내 연구원들, 서울대와 포항공대 등 연구 중심의 대학교에 진출하려고 하고요. 더 나아가 특허권과 연구 윤리를 확립하고, 고객 층을 연구 기록의 접근과 수정의 기록이 중요한 영업비밀 시장까지 확장해 나갈 예정입니다. 

무엇보다, 실질적으로 많은 연구원들이 저희 서비스를 통해 연구노트 작성 시간을 줄이고, 더효율적인 연구 환경을 조성하도록 돕는 것이 ReDWit의 비전입니다. 줄어든 시간만큼 양질의 연구를 할 수 있다면, 분명 과학, 산업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Prove Your Work”, 일의 증빙이 필요한 모든 곳에 적용 가능한 솔루션을 만드는 것이 ReDWit의 최종 목적지입니다.  

▲ 김민주 컨설턴트(디테일러 대표)와 ReDWit 김지원 대표

오늘의 피칭 Story-key>

① 시간 순서를 깨자. 논리 구조를 깨자. 진행과정을 그대로 설명할 필요는 없다.

: ReDWit의 한 피칭덱은 마치 과학실험을 하는 방식으로 구성돼 있었다. 먼저 문제 정의를 시작으로 문제를 검증하고 문제를 재정의해 가설을 세우고 그 가설을 검증해 인사이트를 얻고 솔루션을 도출하기까지. 일련의 과정들이 총 18장의 슬라이드 중 13장에 할애돼 있었다. 물론 이들의 히스토리를 시간의 순서에 맞추어 이해할 수 있겠으나 정작 ReDWit에 대하여 말하는 부분이 너무 적었고, 무엇보다 피칭 초반에 아이템에 대하여 잘 모르는 상태로 듣다 보니 약간의 답답함도 느껴졌다. 이럴 때는 오히려 ReDWit의 연구노트(현재)를 먼저 소개한 다음, 이것을 만들기까지의 과정(과거)을 말하고, 이제 나아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싶은지(미래)의 구조로 바꾸는 것이 낫다.

김지원 대표가 준비한 또 다른 피칭덱은 총 20장 중 1장이 제목, 8장이 문제 분석, 솔루션이 3장, 기술 4장, 스케일업 4장, 팀 2장으로 이뤄져 있었다. 물론 꼼꼼한 분석이 좋은 솔루션을 낳는 것도 사실이나, 이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우리는 9장의 슬라이드가 지나갈 때까지 어떤 아이템을 소개하려는 것일까, 궁금함 또는 답답함이 따라올 것이다. 

사실 이렇게 분석이 길어진 데에는 그녀가 만났던 멘토들의 영향이 크다. 본래 ReDWit의 처음 피칭덱에는 핵심 분석 요소만 간단히 정리돼 있었지만 창업 준비 중 다양한 멘토링을 받으면서 멘토들로부터 서로 다른 피드백을 받았고, 그때마다 부족함으로 지적받았던 부분들을 분석 파트에 채우다보니 결국 본 피칭덱 머리 부분이 너무 길어져 뒤뚱거리게 된 것이다. 기억해야 한다. 멘토링 내용을 바탕으로 피칭덱을 보강하는 자세는 바람직하나 모든 부분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기보다는 대표의 입장에서 비판적으로, 때로는 재구성의 측면에서 유의하며 적용하는 것이 좋다.

또한 피칭덱에서 솔루션이 너무 늦게 나오지 않도록 주의하자. 오히려 이 솔루션에 대해 한 두 문장으로 처음에 던지고, 이러한 솔루션에는 정확한 분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브릿지를 깔아 분석으로 넘어가는 전략도 있다. 즉, 장황하게 분석을 풀어놓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에게는 Appendix, Q&A 시간이 남아있다.

② 피칭덱 업데이트는 기본 ! 3P에 맞춰 준비하자.

: 만약 100번의 발표 기회가 주어진다면, 많은 사람들이 동일한 피칭덱으로, 즉 하나의 피칭덱으로 백 번의 발표를 진행한다. 그러나 김지원 대표는 달랐다. 어떤 곳에서 발표하느냐, 어떤 청중 앞에 서느냐에 따라 피칭덱의 순서와 슬라이드 내용이 서로 달랐다. 즉, 지원 사업의 성격에 맞추어 내용 구조를 모두 달리 한 것이다. 

People(청중), Purpose(목적), Place(장소)를 나타내는 3P.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이 세가지 P를 만족시키는 피칭덱을 만들기 위해 늘 자료 작성 전 고민해야 한다. 어떤 사람들이 올까? 그렇다면 그들은 어떤 이야기를 좋아할까? 나는 무엇을 위해 피칭을 하는 걸까? 어디에서 해야하지.

그런 측면에서 김지원 대표는 두 번째 만남에서 총 4가지 버전의 피칭덱을 준비해왔다. 수익원과 핵심지표 등 비즈니스 모델을 중심으로 한 피칭덱, 문제를 정의하고 가설을 검증하는 ‘과정, 히스토리’를 보여주는 데 집중한 피칭덱, 시장 세그먼트 및 포지셔닝 맵 등을 넣어 분석한 피칭덱 등 피칭덱 흐름 구성의 중요성, 3P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대표였다. 사실, 매번 다른 피칭덱을 만드는 일? 말이 쉽지, 단언컨대,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절대 쉽지 않다. 단순히 피칭덱을 타깃, 목적에 맞춰 바꾸어 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만 실천에 옮기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부지런하지 않으면, 성실하지 않으면 절대 못하는 일이다. 나 자신과 타협해버린다면 지나치기 쉬운 부분이지만 그녀에게는 이것이 일상인 듯 보였다. 꼼꼼하게 슬라이드를 출력해 가져와 연이어 피칭을 선보이는 모습에 믿음직스럽다의 수준을 넘어, 존경스러움까지 느껴졌다.

③ 어떤 사업에 지원하는가? 사업 주관 기관과의 연결고리를 넣자!

: 카이스트에서 진행하는 사업에 지원하는가?! 그렇다면 카이스트 재학 중이라는 점, 카이스트 내에서 연구를 많이 진행해오며 problem과 solution을 찾았다는 점을 강조할 수 있을 것이다. 특별히 우리의 아이템이 카이스트 내의 어떤 특성과 맞물려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곰곰이 생각해보고 이를 녹여도 좋을 것이다. 

예를 들면, 단순히 “ReDWit은 연구자들의 불필요한 시간을 덜어줍니다. 이는 연구의 품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의 평면형 설명이 아니라, 청중들이 실질적으로 혜택(Benefit)을 느낄 수 있도록 몇 가지 단어와 문장들을 전략적으로 활용해보는 것이다.

나아가 카이스트 내 연구자의 수, 발표된 논문 수가 몇인지 알아내 적용할 수도 있다. “2018년 한 해 동안 카이스트에서 발표된 과학 논문만 2500건, 이에 필수로 따라붙는 연구노트 양 역시 상당할 것입니다. 물론 발표되지 않았지만 진행 중인 건까지 합하면 5000건이 넘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ReDWit은 이들을 만납니다. 단순 작성에 드는 불필요한 시간은 줄여주고 그 시간을 활용해 양질의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도울 것입니다.” 등의 멘트를 붙여볼 수 있다. (물론 이 문장 내의 논문 건수는 임의의 수임을 밝힌다.)“ 

사람들은 누구나 궁금해한다, 나에게 어떤 도움이 될 지를. 사업도 마찬가지이다. 주관하는 입장에서는, 심사하는 입장에서는 우리 쪽에 얼마나, 어떻게 도움이 될지가 궁금할 것이다. 그들에게 우리를 만났을 때 어떤 시너지가 날 수 있는지 보여주자. 미래를 그려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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