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더 나은 진보는 불가능할까’ 저자 부경대 경제사회연구소 남종석 교수
신자유주의 개혁 정당화시킨 ‘진보적 자유주의’…80년대 이후 아젠다 주도해
한국 진보의 주류된 ‘진보적 자유주의’, 신자유주의 국가 전환에 결정적 역할
진보적 자유주의 담론, 한국 진보 전체를 신자유주의에 적응하게 만들어
이념과 현실 괴리돼 있는 급진주의, 담론 수준에 머물러…현실에선 무기력
현존 질서에서 자본주의 바꾸는 ‘민주적 사회주의’, 韓 진보담론 한 축 돼야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는 부경대 경제사회연구소 남종석 연구교수 ⓒ투데이신문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는 부경대 경제사회연구소 남종석 연구교수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한국 진보담론은 정말 진보적인가?”

부경대 경제사회연구소 남종석 연구교수는 저서 <더 나은 진보는 불가능할까>를 통해 이 같은 물음을 던지며 한국 진보의 주류가 된 ‘진보적 자유주의’ 담론에 대해 비판한다. 민주화 이후 한국 진보가 진보적 자유주의를 통해 박정희 개발독재 등 퇴행적 보수주의와의 결별을 이끌어냈지만, 자유주의로 퇴행해 신자유주의 국가를 건설하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아울러 남 교수는 앞으로 한국 진보가 구축해야할 새로운 담론으로 현존하는 질서 속에서 자본주의를 질적으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민주적 사회주의’를 제시했다. 또 민주적 사회주의 이념의 정착을 위해 책임지고 사회를 관리하겠다는 노총의 의지와 역량이 중요하다며 한국 노동운동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투데이신문>은 남종석 교수를 만나 진보적 자유주의 담론이 주류를 차지한 한국 진보의 현재와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해 물었다.

진보적 자유주의 담론으로 한국 진보주의는 자유주의로 후퇴

Q. 진보적 자유주의 담론에 대해 비판했다. 진보적 자유주의는 무엇인가

진보적 자유주의는 한국 진보의 큰 흐름을 형성하고 있는 범민주계열의 중심적 이데올로기다. 이 진보적 자유주의는 미국 민주당 중도좌파의 이데올로기로, 1980년대 이후 세계정세를 규정하는 중요한 정책적 아젠다를 주도해 왔다. 1990년대 유럽 사민주의 정당들의 현대화 역시 미국의 진보적 자유주의를 수용한 것이다. 토니 블레어의 영국 노동당과 슈뢰더가 이끄는 독일 사민당, 프랑스 사회당 정부의 정책담론 역시 진보적 자유주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유럽의 진보적 자유주의가 전후 유럽 사민주의로부터의 후퇴를 의미한다면, 한국의 진보적 자유주의는 박정희식 개발독재 및 그 후예들의 퇴행적 보수주의와의 단절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비교된다.

Q. 진보적 자유주의는 어떤 문제가 있나

한국의 진보적 자유주의는 박정희식 발전주의 국가를 신자유주의적 국가로 변모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한국에서 신자유주의적 구조개혁의 주체가 사실상 진보적 자유주의 이념에 토대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박정희-전두환-이명박·박근혜로 이어지는 반공주의 체제의 후예들은 반북이데올로기와 친재벌적인 시장근본주의의 옹호자들로, 부패한 집단이라는 점에서 퇴행적이다. 한국의 진보적 자유주의는 인권과 평화 및 남북 협력을 지향하고, 재벌집단이 지배하는 경제체제에 비판적이며, 문화적 다양성을 수용하는 점에서 진보적이다. 그러나 그들은 금융세계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했으며, 노동시장의 구조조정을 입법화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이처럼 진보적 자유주의 담론으로 인해 한국 진보주의가 자유주의로 후퇴했다는 것이 문제다.

<더 나은 진보는 불가능할까>의 핵심은 미국과 유럽처럼 한국에서도 진보적 자유주의가 신자유주의 개혁을 정당화한 이데올로기라는 점이다. 또 우파가 아니라 중도좌파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주도했다는 것에 대한 비판이다. 민주당 좌파는 그들의 왼쪽 진영들인 민중운동과 사회운동, 정치적 급진파들이 몰락하면서 한국 진보를 대표하게 됐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같은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를 통해서다. 그런데 노 전 대통령의 집권 시기는 한국에서 신자유주의의 제도화가 완성되는 단계였다. 즉 한국 진보는 신자유주의 세력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신자유주의는 시장근본주의도 아니고, 보수주의도 아니며, 복지체제를 부정하는 것은 더욱 아니다. 그러나 일자리 창출을 통해 실업을 해결하려 하는데 그 일자리가 저임금 노동자를 확대하는 불안정 일자리라는 것이 문제다. 신자유주의는 경기부양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경제개입도 옹호하지만, 이는 경제의 금융화에 대한 맹목이다. 또 불안정 고용의 확대로 인한 노동시장의 불안정을 보완하기 위해 사회안전망을 강화하지만, 재정적자에 대한 강한 두려움 때문에 보편적 복지 과제는 수행 불가능하다.

Q. 진보적 자유주의 담론이 미국과 유럽의 중도좌파(사민주의 정당)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나

유럽 사민주의가 미국식 자유주의를 수용하게 되는 것이 이른바 ‘사민주의의 현대화’다. 1970년대 위기 이후 1980년대 유럽경제는 붕괴되고, 실업률은 10% 내외에서 하락하지 않았으며, 실질임금은 정체되고, 복지비용도 상승했다. 마거릿 대처 당시 영국 총리는 이런 상태에서 시장근본주의적인 이념과 정책으로 노동조합을 공격하고, 복지체제를 시장친화적으로 변모시켰다. 영국 노동당이나 프랑스 사회당도 이와 같은 변화에 저항하기보다 적응하는 것을 선택했다. 이로 인해 노동시장을 유연화시키고, 복지제도를 점진적으로 보편적 복지에서 잔여적 복지로 전환시켰다. 이는 임금비용을 낮추고 재정적자를 줄이는 수단이 됐다. 이러한 정책은 사실상 미국 민주당 중도좌파의 노선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독일과 프랑스도 다를 바 없다.

Q. 이들과 북유럽의 사민주의국가는 어떤 차이가 있나

근본적인 차이는 없다. 우리는 북유럽 사민주의를 보편적 복지국가의 표준으로 삼고 있다. 실제로 북유럽 국가들은 높은 1인당 노동 생산성, 적은 노동시간, 보편적 복지(교육·주거·일자리·실업급여 등)로 잘 알려졌다. 그러나 스웨덴이든 노르웨이든 남유럽이나 동유럽보다는 상태가 좋긴 했지만 80~90년대 이후 장기적인 경기침체를 피하지는 못했다. 스웨덴의 경우, 1930년대 이후 지속됐던 사민당의 집권이 위기를 맞고 우파정당들이 약진했다. 최근 북유럽 국가에서도 난민 위기와 결합돼 극우파, 인종주의를 조장하는 정당들이 약진하고 있다. 또 사민주의 정당들도 경제정책이나 사회정책에서 과거의 유산들을 점차 힘겨워하는 상황이다. 다만 여전히 노조 조직률이 높고, 복지체제의 지속성이 있으며, 유럽의 다른 지역보다 인구가 적고 자원이 풍부하고, 기술적 체계도 잘 갖추고 있어 사회의 안정성은 훨씬 크다. 그러나 북유럽 사민주의도 점차 진보적 자유주의로 변모하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는 부경대 경제사회연구소 남종석 연구교수 ⓒ투데이신문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는 부경대 경제사회연구소 남종석 연구교수 ⓒ투데이신문

진보적 자유주의라는 자장 안에 갇힌 한국 진보

Q. 진보적 자유주의 담론은 어떻게 현재 한국사회 진보담론의 주류가 됐나

한국의 민주화 세력은 박정희 독재와 이를 계승한 민간정권과 대결하며 성장해왔다. 1990년대와 2000년대를 거치며 사회적 주체가 된 1980년대 학생운동, 민주화운동에 참여한 이들은 민주화와 함께 시장자유주의를 수용했다. 이들은 박정희 체제의 발전국가에서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신자유주의 체제로의 전환을 대표한다. 한국에서 신자유주의 정책을 처음 입안한 사람들은 전두환 쿠데타 정권에서 적극적으로 임용된 경제관료들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노동시장, 자본시장을 시장친화적으로 만드는 것을 주도한 이들은 IMF사태 이후 구조조정을 주도한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정책을 이끈 사람들이다. 이 시기 민주당 정부에 결합된 이들의 중심적인 이데올로기가 진보적 자유주의였고, 고려대 최장집 명예교수 등이 이를 대표한다.

다른 측면에서는 진보적 자유주의보다 더 왼쪽에 있는 사회주의, 사민주의 좌파가 몰락했기 때문이다. 80~90년대 한국의 진보는 마르크스주의나 고전적 사민주의좌파 등 급진주의적이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 통합진보당의 분열과 몰락으로 인해 한국의 급진주의 운동은 표류했다. 과거 민중운동과 연대했던 급진주의 지식인들조차 이제는 민중운동과의 결합을 포기하고, 민주당 좌파에서 한국 진보운동의 희망을 보게 됐다. 정의당이 진보를 표방하지만, 중심적인 세력은 진보적 자유주의다. 신자유주의 세계로 변모한 한국 현실에 대한 급진적인 대안이 되기보다 현실에 적응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최근 정의당 당 대표 경선 결과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회주의 진영은 정의당 내에서도 소수파이며, 지식인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한국에서 급진주의는 거의 주변화 됐고 민주당 좌파, 즉 진보적 자유주의가 포퓰리즘과 결합한 수준에서 진보담론을 지배하고 있다.

Q. 진보적 자유주의 담론이 주류를 차지하면서 한국 진보는 어떤 문제에 봉착했나

진보적 자유주의 담론은 한국 진보 전체를 신자유주의에 적응하도록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 더불어 진보정당 운동이든 시민사회 운동이든, 진보적 자유주의라는 커다란 자장(子臟, 자궁) 안에서 움직이게 됐다. 한국 진보가 신자유주의를 수용했기 때문에 급진성이 탈각된 것이다. 유럽의 사민주의는 진보적 자유주의를 받아들이면서 신자유주의 개혁을 주도했고,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지금 유럽은 경제적으로 파탄 났고, 제도적으로 붕괴되고 있는 상태다. 한국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예상된다.

Q. 합의제 민주주의와 관련해 ‘신자유주의의 새로운 통치성의 전형’이라고 지적했다. 무엇이 문제인가

합의제 민주주의는 ‘통치성(governance)’이라는 단어를 한국적 맥락에 맞게 풀어쓴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국가수준에서든 지자체 수준에서든, 정권을 잡은 집단들이 시민사회로부터 독립적으로 권력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행정-통치 체제에 시민사회 및 이해관계자들을 적극적으로 결합시켜 시민적 합의를 중심으로 통치를 진행하는 것을 뜻한다. 이 경우 정권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는 ‘시민사회를 대표하는 시민단체’다. 시민단체의 활동가들, 시민단체와 결합된 지식인들이 정부 및 지자체의 다양한 의사결정 기구에 참여하고, 이들의 의견을 반영해 통치성이 실현되는 것을 합의제 민주주의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참여하는 주체인 시민사회는 참여와 비판을 동시에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정권의 하위 권력파트너라는 점이 문제다. 이들은 인적 상호교류에서부터 아젠다 및 정책의 공유, 정부 및 지자체의 행정 일부를 위탁 운영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결합돼 움직인다. 민주당 집권기에 한국 시민단체들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권력과 함께 성장했다. 냉정히 말하면 시민단체의 명망가가 정치사회로 진입하는 것이 하나의 경로처럼 비치기도 한다. 통치성에 결합된 시민사회는 이미 그 자체로 권력의 일부이기 때문에 진보적 자유주의 세력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적 개혁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세력이 되지 못한다. 더불어 이러한 권력네트워크 하에서 정부의 시장친화적 개입에 대해 침묵하고 동조함으로써 이에 저항하는 사회운동세력을 고립시킨다.

Q. 현재 얘기되고 있는 급진주의적 진보담론에는 어떤 주장들이 있나

한국에서 인기 있는 몇 가지만 말해보자면 페미니즘, 기본소득 네트워크, 녹색당(생태 근본주의), 포스트-포스트 마르크스주의(초급진주의), 트로츠키주의, 주사파 등이 있다. 다만 현실적인 정치세력으로서 유의미한 그룹은 많지 않다. 녹색당은 지지율이 낮고 당 조직이 거의 굴러가지 않는다. 페미니스트들은 급진적이지만 정치세계에서의 개입능력은 일천하고, 정치에 개입하는 이들은 기성 정당질서를 수용한 자유주의 엘리트 여성들일 뿐이다. 2000년대 들어와서 공산주의 이론가로 떠오르고 있는 자크 랑시에르나 앨랭 바디우, 안토니오 네그리 등의 초급진주의자들을 연구하는 지식인들이 있지만, 이 사상가들과 현실정치를 연결시키지 못한다. 이념과 주장은 매우 급진적인데 현실에 오면 민주당 좌파를 지지하는 수준으로, 이념과 현실이 완전히 괴리돼 있는 것이다. 반면, 책에서 다룬 토마 피케티나 그리스의 시리자(ΣΥΡΙΖΑ, 급진좌파연합), 전남대 철학과 김상봉 교수는 현실정치에 깊이 관련돼 있는 급진주의자들이다.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은 전문적인 경제사 저작이지만 정책적 함의가 넘친다. 또 시리자의 도전과 실패는 유로존 개혁이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김상봉 교수의 책 <기업은 누구의 것인가>는 진보정당의 아젠다를 만들기 위한 작업이었다. 그 성과와는 별개로 매우 현실주의적인 개입이다. 이들은 지식인 사회 내에서 담론 수준에만 머무르는 급진주의와 달리 구체적이고 현실적이기 때문에 쟁점이 된다.

Q. 이 같은 급진주의적 진보담론의 한계는 무엇인가

앞서 나열했던 급진주의는 담론적 수준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구체적인 현실에서는 무기력하다는 점이 한계다. 그런 점에서 피케티나 시리자, 김상봉 교수는 훨씬 현실적이다. 나는 한국의 급진주의자들, 혁명적 사회주의자들, 아감벤이나 랑시에르 등의 공산주의를 다루는 학자들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들 초급진주의자들은 현실을 구체적으로 고민하지 않아 현실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초급진주의는 어차피 자신들의 주장은 관념이라고 생각할 뿐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현실에서 현실 권력과 잘 공존하는 경향이 있다.

ⓒ도서출판 두두
ⓒ도서출판 두두

‘민주적 사회주의’ 정착 위해 노총·노조 역할 중요

Q. 그리스 급진좌파연합 시리자는 반(反)신자유주의를 내세우며 집권했지만 실패했다. 여기서 한국 진보진영이 얻어야 할 교훈은 어떤 것인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그리스 등 남유럽 정부들은 자국 은행을 살리기 위해 막대한 재정지출을 하면서 재정적자가 누적됐다. 2015년이 되면서 그리스 부채비중은 GDP 대비 170%로 치솟았고, 경제가 붕괴됐다. 이때 시리자는 유럽연합(EU)이 요구하던 재정긴축을 풀고 경기확장 정책을 펼치겠다고 공언하며 집권했다. 그러나 EU는 그리스에 대한 대출연장을 하지 않겠다고 압박했고, 결국 시리자는 EU의 요구에 굴복해 긴축재정을 지속했고 경제는 더 악화됐다.

시리자의 실패로부터 한국 진보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먼저 경기 악화 상황에서의 긴축재정에 대한 위험성이다. EU의 긴축재정 요구로 인해 남유럽의 경제는 더 붕괴됐다. 한국의 경우도 민주당 정부인 문재인 정부도 그렇고, 노무현 정부 때도 재정운영을 긴축에 기초했다. 한국경제가 별로 좋지 않은 상황에서 진보적 자유주의자들의 경제정책 자체가 긴축, 균형재정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경기를 후퇴시킬 수 있다. 또한 시장통합, 경제통합의 위험성도 있다. 결국 시리자는 유로존이라는 경제공동체에 남기로 결정했다. 당시 진보 세력들 중에서는 유로존을 탈퇴하는 것이 더 좋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러한 시장통합으로 들어가는 것 자체가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경제적 자율성이 없는 시장통합에 속하는 것은 국민국가의 경제정책의 자율성을 약화시킨다는 위험성이 있다. 한국의 경우, FTA에 참여하면서 도입한 투자자간 소송제도가 일종의 경제통합으로 볼 수 있다.

Q. 앞으로 한국 진보진영이 구축해야할 새로운 담론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영국 노동당이나 미국 민주당 내 좌파들의 이념인 ‘민주적 사회주의’가 중범위의 수준에서 한국의 진보담론의 한 축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민주적 사회주의는 현존하는 질서 속에서 자본주의를 내적으로 전화(轉化)시키는 운동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기업과 자본이동에 대한 사회적 통제를 강화하고, 중앙은행 독립도 제고돼야 한다. 기업에 대한 사회적 통제는 단지 기업의 활동을 억압한다거나 소유권을 찬탈한다는 게 아니라 기업들이 사회적 역할을 제대로 하도록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일자리 창출이다. 더불어 환경적으로 대안적 이니셔티브를 제시하고 경제성장과 환경적 전환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Q.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이 같은 민주적 사회주의 이념이 제대로 정착되려면 노총-노동조합의 역할이 중요하다. 노동자들이 사회적 주체가 되는 경로는 노조를 통해서다. 노조 조직률 강화와 책임지고 사회를 관리하겠다는 노총의 의지와 역량이 중요하다. 노조 스스로 사회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한국 사회의 장기적 아젠다를 만들 수 있어야 하고, 기업 경영현실을 이해해야 하며, 사회적 연대를 위한 노총-노조의 역할을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현재 한국 노동운동은 한계가 매우 크다. 임금 인상에만 목매는 현실을 극복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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