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소정 기자】 저예산 독립영화도 온전히 피해갈 수는 없다는 자본 논리와 이윤 추구라는 이름 아래 또 다른 독립을 선포한 한 젊은 감독이 있다. 바로 준한선 감독이다.  

그의 두번째 장편영화 <불행한 여인 (영제:CASSANDRA)>(러닝타임 79분)의 시사회 및 GV(관객과의 대화)가 복합문화공간 다락스페이스에서 지난 14일 열렸다. 

<불행한 여인>은 프랑스 ‘파리’에서 화제가 된 그의 첫 장편영화 <무성한 소문> (2018) 개봉 이후 약 1년만이다.

<불행한 여인>은 어느 남자로 인해 불행했던, 불행한, 어쩌면 영원히 불행할 여자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총 세개의 챕터 (I. 같잖은 핑계, II. 찻잔과 술잔, III. 불행한 여인)로 나뉘어져 진행되는 이 영화는 준한선 감독의 전작인<무성한 소문>과 마찬가지로 프랑스 ‘파리’가 이야기의 주된 소재로 등장한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파리’와 ‘그 속에 속한 인물들’을 향한 감독의 시선이다. 전작에서의 감독의 시선은 다소 냉소적이었다면, 이번 작품에서의 그는 ‘파리’를 그리워하며 ‘인물들’을 방치하지 않고 불행에서 끄집어내주고자 한다.

이상한 남자와 이상한 여자의 대화들, 그 대화를 대변해주지 않는 객관적인 내레이션, 한 걸음 물러나 인물들을 바라보는 카메라 등 이 세가지가 어우러지는 <불행한 여인>은 관객들을 영화 밖으로 밀어내 관찰자로 만들기 위한 구성을 짜놓은 것 같지만, 주어진 상황과는 반대로 자꾸만 인물들에게 깊숙이 다가가게 되는 영화이다. 우리네 삶속에서 쉽게 정의 내릴 수 없는 ‘사랑의 의미’를 다양한 에피소드로 풀어낸 이 영화는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것만 같던 인물들의 대화를 통해 나를 보고, 나의 누군가를 떠올리며 그 의미를 곱씹어 보도록 한다.

다음은 관객과의 대화(GV) 내용이다.

-배우들의 캐스팅 비화가 궁금하다.

: 캐스팅을 할 때 공식적으로 공고를 올린다던가, 따로 오디션을 보지는 않는다. 제 주변 지인들 중에 매력이 느껴지는 인물들을 영화 속에 출연시킨다. 배우인지, 일반인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사실 이번 영화에서도 배우와 일반인의 비율이 비슷하다. 연기를 하는 사람과 연기를 해보지 않은 사람이 만났을 때 나오는 에너지가 좋고, 그 시너지의 비중이 제 영화에서 꽤 크게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배우들에게 전체 시나리오를 주지 않고, 각자의 분량만 있는 쪽대본을 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방식을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 이런 예를 들 수 있을 것 같다. 가령 우리가 지금 한 공간에 있지만, 몇몇이 계단 아래로 내려가 대화를 나누게 되면 지금 이 공간에 있는 사람들은 그 대화의 내용을 알지 못한다. 알고, 모르고에 따라 상황을 해석하는 것이 달라지기 때문에 거기서 새롭고 재밌는 지점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실제로 몇몇 장면은 제가 써놓은 대사와 조금씩 달라도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은 용인하고 열어둔 채로 작업했다.

-감독님의 다음 작품이 궁금합니다. 현재 구상하고 있는 것이 있는지.

: 다음 영화는 밝은 내용의 흑백영화를 찍어보고 싶다. 현재는 말 그대로 구상중이라 아직 어떤 영화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전작이나, 이번 작품과는 결이 조금 다른 영화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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