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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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반려인구 1000만 시대다. 많은 사람들이 강아지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이제 반려동물은 집에서 좋아하는 동물을 가까이 두고 귀여워해 주는 ‘애완’의 의미를 넘어서 인생의 동반자로 여겨진다.

김한균(35)씨에게도 반려견 ‘토니’는 가족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최근 막둥이처럼 길러온 반려견 ‘토니’를 품에서 떠나보냈다. 토니를 잃은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김씨는 한 번 더 큰 충격에 휩싸여야 했다.

김씨는 지금으로부터 약 한 달 전쯤 생후 2개월 정도 지난 토니를 입양했다. 토니는 입양된 날부터 병치레를 해왔다. 함께 보낸 시간은 길지 않지만 가족이 된 토니를 김씨는 자신의 세 딸만큼이나 끔찍하게 아꼈다.

그런데 지난 22일 새벽 토니가 갑작스럽게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이런 일을 처음 접해본 김씨는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토니의 죽음으로 인해 큰 충격을 받은 김씨에게 더욱 기가 찬 일이 벌어졌다. 반려동물의 사체 처리 규정이었다. 반려동물 사체는 기본적으로 폐기물봉투에 담아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는 것. 김씨는 “가족 같은 반려동물을 일반폐기물 봉투에 담아서 버려야 한다는 사실이 매우 충격적이었다”고 전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반려동물의 사체는 폐기물관리법을 따르도록 정하고 있다.

동물병원에서 죽었을 경우에는 의료폐기물로 분류돼 동물병원에서 자체적으로 처리하거나, 폐기물처리업자 또는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운영자 등에게 위탁해서 처리된다.

동물병원 외의 장소에서 죽었을 때는 생활폐기물로 분류돼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에 근거해 생활쓰레기봉투 등에 넣어 배출하면 생활폐기물 처리업자가 처리한다.

화장도 가능하다. 반려동물의 사체를 동물장묘업의 등록을 한 자가 설치·운영하는 동물장묘시설에서 화장이 가능하다. 장례와 납골도 동물장묘업의 등록을 한 자가 설치·운영하는 동물장묘시설에 위임할 수 있다.

흔히 떠올리는 매장 방식은 현행법상 불법으로, 이를 어길 시 과태료가 부과된다.

즉, 수일을 함께 보내온 반려동물을 차마 쓰레기봉투에 버릴 수 없는 반려인들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동물장묘업체를 통한 장례 및 납골 절차뿐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지난해 3월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7년 기준 574만 가구가 총 874만 마리의 반려동물(개 632만 마리, 고양이 243만 마리)을 기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동물장묘시설로 등록이 돼있는 업체는 전국적으로 총 37곳에 불과하다. 반려동물 현황을 미뤄 볼 때 동물장묘 시설은 터무니없이 부족한 것으로 해석된다. 게다가 이마저도 16곳이 경기도 지역에 밀집돼 있으며, 모든 시설이 장례와 화장, 봉안 등 절차가 전부 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렇다 보니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반려인들이 반려동물의 사체를 땅에 묻는 선택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펫사료협회가 발표한 ‘2018 반려동물 보유 현황 및 국민 인식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견 사체를 ‘직접 땅에 묻었다’는 응답자가 47.1%로 가장 많았으며, ‘동물병원에 의뢰해 처리’ 27.9%, ‘장묘업체 이용’ 24.3% 순으로 뒤를 이었다.

고양이의 경우도 비슷하다. 반려묘의 사체를 ‘직접 땅에 묻었다’는 응답자가 52.0%로 절반을 넘었으며, ‘장묘업체 이용’ 32.0%, ‘동물병원에 의뢰해 처리’ 16.0%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반려인구 1000만시대에 흐름에 맞지 않는 사체 처리관련 법률 개정과 동물장묘시설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동물보호단체 ‘동물해방물결’ 윤나리 공동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 많은 반려 양육인들이 반려동물이 사망했을 때 병원을 통해서 사체를 처리하고, 길에 버려진 동물을 기르던 분들은 구청에 신고해 처리하고 있다”며 “직접 사체를 묻는 경우도 있지만 폐기물법상 불법으로 규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 대표는 “민법상 동물은 사물로 분류된다. 누군가의 소유물로 보는 것이다. 연장선상에서 반려동물의 사체를 처리할 때도 물건 혹은 쓰레기로 취급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며 “많은 동물권단체에서 헌법상 동물에게 제3의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부분이 해결된다면 반려동물 사체 처리 규정뿐만 아니라 동물권에 관한 다른 법적인 문제들도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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