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물티슈에 스며든 잠재적 독성
앱으로도 약액 속 유해성분 확인…원단은?
원단 위험성 대두…중금속 성분 검출되기도
약액에만 초점맞춰져 소비자 관심도 멀어져

물티슈 원단 섬유ⓒ게티이미지뱅크
물티슈 원단 섬유 확대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영화 <페르소나>중 주인공 아이유는 남자주인공의 심장을 건네받아 유리병에 넣으며 말한다.

“오빠, 고마워. 내가 썩지 않게 잘 절여서 아주 오래 보관할게.” 

하지만 오래오래 보관하기 위해 절여야 하는 건 비단 심장뿐이 아니다. 물티슈가 유통되고 사용되는 최대 3년여의 시간을 어떤 환경에서도 곰팡이 없이 버텨내려면 어지간히 독해서는 살아남기 힘들다.

인위적인 청결을 유지해야 하는 사명은 물티슈가 단순히 ‘물’과 ‘티슈’로만 이뤄진 순수한 존재가 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티슈는 약액과 원단으로 구성되는데 약액은 물이고 원단은 티슈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젖어있지 않으면 물티슈의 정체성이 사라지고, 원단이 없으면 물만 남는다.

약액은 통상 97%의 수분에 3%의 보존제와 계면활성제 등으로 이뤄진다. 경우에 따라 수분의 비율이 99%까지 올라가는 제품도 있다. 

이런 약액에 대해서는 물티슈 성분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가 높아짐에 따라 2015년 7월부터 식품의약안전처에서 관리되면서 유해 성분이나 보존제 성분 규제 등의 법안이 제법 마련됐다. 물론 성분에 대한 함량 표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 문제 등이 여전히 남아있지만 약액의 화학물질에 대한 규제는 원단에 비해선 기준이 세워진 모양새다.

핫이슈는 바로 물티슈의 화학성분

“물티슈? 안 쓰는 게 제일 좋지! 근데 그게 되니?”

가습기 살균제 파동이 일어났던 2011년 당시, 갓난아기를 기르던 기자의 지인은 옥시 제품을 사용하고 있었다.

기다렸던 첫 아이라 뭐든 다 해주고 싶었다던 지인은 면역력이 약한 아기를 위해 평소 본인은 사용하지도 않던 가습기와 함께 혹시 몰라 살균제도 함께 구입했다.

“아기 낳고 내가 너무 정신이 없어서 가습기 청소를 제대로 못 했거든. 근데 바로 그 제품이 뉴스에 나오는 거야. 너무 놀라고 충격받아서 그때부턴 아예 가습기를 안 써.”

지인은 아이러니하게도 ‘게을러서’ 크게 피해를 보지 않았지만, 그 후로는 바빠졌다. 

화학성분에 굉장히 예민해진 지인은 사건 이후 일일이 어려운 화학 용어를 검색해 가며 아기에게 덜 해로운 제품들을 찾았지만, 아이가 초등학생이 된 지금은 관련 애플리케이션이 발달해 제품명만 입력하면 성분명이 모두 나온다고 한다.

'화해'어플리케이션에 물티슈의 성분과 위험도가 표기돼 있다.ⓒ'화해'어플리케이션캡처
‘화해’ 애플리케이션에는 물티슈의 성분과 위험도가 표기돼 있다. ⓒ‘화해’ 애플리케이션 캡처

 

화장품 성분 검색 앱으로 유명한 ‘화해(화장품을 해석하다)’는 (주)버드뷰가 2013년 론칭한 화장품 평가·분석·후기 앱이다. 이렇게 관심만 있다면 무서운 유해성분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세상이다.

이렇게 약액은 규제가 차츰 마련돼 가고 있으며 관련 앱까지 잘 구비돼 있지만, 현재 물티슈 원단은 화장품법상 규제 대상이 아니다. 아울러 소비자의 관심에서도 멀어져 있다.

약액에 집중된 물티슈 성분 규제... 원단은?

기자가 사용한 물티슈(부직포) 제품ⓒ투데이신문
기자가 사용한 물티슈(부직포) 제품ⓒ투데이신문

 

물티슈원단으로는 섬유를 직포공정 없이 열과 수지를 통해 펠트 모양으로 만든 부직포를 가장 많이 사용한다. 

섬유는 크게 천연 섬유와 인조 섬유로 나뉘는데, 천연섬유는 목화솜으로 만드는 면, 누에고치에서 얻는 실크(견), 양털인 양모 등의 가공되지 않은 섬유이고 인조섬유는 재생섬유와 합성섬유로 분류할 수 있다. 물티슈에서 사용되는 원단은 주로 인조섬유 중에서도 합성섬유다.

문제는 단가 등을 이유로 물티슈에 플라스틱 성분이 함유된다는 것이다. 플라스틱 물티슈는 몇백 년이 지나도 썩지 않아 환경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게티이미지뱅크
물티슈 원단을 확대한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현재 국내 물티슈 시장의 원단 사용은 천차만별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물티슈 구성요소 중 원단의 원가가 전체 원가의 반을 넘길 정도로 가장 비중을 많이 차지한다고 한다. 저렴한 플라스틱 원단의 함량을 높여 단가를 확 낮출 수도 있고 최고급 원단을 사용해 고가 전략을 노릴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이를 규제할 법안은 존재하지 않는다.

싸게 만들어 많이 판다는 ‘박리다매’ 전략으로 플라스틱 성분인 폴리에스테르 원단을 사용하더라도 법정 약액 기준만 충족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플라스틱 원단과 중금속 성분...약액검사만으로는 완벽한 규제 어려워

플라스틱 성분인 폴리에스테르가 함유된 물티슈가 문제가 되는 이유 중 다른 하나는 중금속 성분이다. 플라스틱을 물티슈로 만드는 과정에서 효율을 높이기 위해 사용되는 화학물질들은 고독성인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물티슈를 지속적으로 사용할 경우 포름알데히드, 프탈레이트 등 중금속에 노출될 수 있으며 이는 장기에 치명적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티슈업계 관계자는 물티슈 원단은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한 제품을 사용한다고 밝혔다. 중국산은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현재 원단에 대한 별도의 성분검사 시행은 제조자의 의무가 아니기에 정확히 어떤 성분이 얼마나 들었는지 알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환경 보건학 박동욱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보편적으로 건강한 성인이 한두 번 물티슈를 쓴다고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특별히 화학물질에 민감한 아토피 질환자나 어린아이에게는 상대적으로 적은 양과 빈도에도 이상이 일어날 수 있다”며 “특히 민감성 검사그룹은 아기가 아닌 성인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도 완벽하게 안전한 제품은 없다”고 말했다.

물티슈는 피부에 직접 닿는 제품이고 여러 번 반복 사용될 수 있는 제품이기 때문에 화학물질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약액에서 문제가 생기면 곰팡이가 피는 등 비교적 빨리 알아차릴 수 있지만 원단은 그렇지 않다. 유해성분이 있다고 가정할 때 반복 사용해 몸에 그 성분이 쌓인다고 해도 일반 소비자가 알아차릴 방법은 막막하다. 

식약처 화장품연구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 물티슈의 원료인 원단까지 규제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약액을 검사할 때 물티슈의 수분을 짜내 검사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데 물티슈 특성상 장시간 적셔져 있던 상태기 때문에 원단에 문제가 있다면 약액에 그러한 성분이 용출돼 나온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국내 모 물티슈 업체가 시중에 유통되는 폴리에스테르가 함유된 원단을 지난해 9월경 KTR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소에 의뢰한 결과, 폴리에스테르가 함유된 물티슈에서 기준치 100배를 초과하는 안티몬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안티몬’은 중금속의 일종으로 과학수사 드라마에서 연쇄살인 사건 에피소드에서 쓰였던 독극물 성분이기도 하다. 그만큼 위험한 성분으로 위와 창자에 문제를 일으키거나 피부 가려움증이나 두통 등의 다양한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화장품법상 판매 중단은 물론 리콜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다. 기존 어떤 물티슈라도 친환경 원단(텐셀, 레이온)을 제외한 폴리에스테르가 혼합된 제품에서는 검사 수치만 차이가 있을 뿐 모두 안티몬이 검출된다”며 “이제는 미세플라스틱 위험을 넘어 안티몬 중금속에 노출되는 심각한 위험성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물티슈의 원액만을 가지고 검사가 이뤄지고 있는데 피부에 직접 닿는 물티슈의 성격상 원단 관련 검사가 철저하게 이뤄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성분 검사만을 진행하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다”라고 전했다. 

보건환경연구원 약품 분석과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원단에 있는 수분을 짜내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물티슈 성분 검사로는 원단 자체 성분에 대한 정확한 조사는 어려워 보인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처럼 정작 피부에 문질러지는 것은 원단인데 초점이 약액에 맞춰져 있는 만큼 원단의 플라스틱과 중금속 성분에 대한 고려는 깊게 이뤄지지 않는 점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에는 이런 구절이 등장한다.

“계속해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마침내 단단한 바위에 구멍을 뚫는 것처럼,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위험한 화학물질과 접촉하다 보면 결국 우리에게 심각한 문제가 일어나게 마련이다. 아무리 그 양이 미미해도 거듭되다 보면 몸속에 화학물질이 축적되어 마침내 중독을 일으킨다. (중략) 평범한 시민이라면 우아한 판매기술과 얼굴 없는 설득자에게 속아 넘어가 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죽음의 물질을 인식할 수 없게 된다.”

우리 주변에 항상 존재하는, 너무나도 친근한 물티슈는 이제 미세플라스틱이라는 환경 문제는 물론 소비자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중금속 문제까지 대두되는 상황이다. 

지치지 않고 떨어지는 물방울이 기어이 바위에 구멍을 뚫어 버리기 전에, 그리고 더 이상 우아한 판매기술 너머로 치명적인 화학성분에 중독되기 전에 잘 가려진 진실을 직시해야 할 시점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