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첨단소재 수출품 규제 공표
국내 소비자들 불매운동으로 대응
온라인‧오프라인으로 빠르게 확산
항공‧패션업계 등 전방위로 번져
쿠팡‧다이소 “우리는 한국기업이다”
하이트진로‧신성통상 대체품목 부상

일본의 한국 경제규제에 따른 불매운동이 확산되면서 구체적인 품목이 정리된 인터넷 페이지가 등장했다. ⓒ노노재팬 홈페이지
일본의 한국 경제규제에 따른 불매운동이 확산되면서 구체적인 품목이 정리된 인터넷 페이지가 등장했다. ⓒ노노재팬 홈페이지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 기세가 꺾일 줄 모르는 모습이다. 불매운동 초기에는 과거사례와 마찬가지로 잠시 타오르다 꺼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확산되는 양상이다. 특히 일각에서는 이번 일본의 경제규제조치를 무역전쟁 및 침략행위로 간주하고 있어 장기화 조심을 보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가운데 이번 불매운동에서 직격탄을 맞은 기업들이 발생했다. 일본여행의 급감을 체감하는 항공업계, 유니클로를 위시한 패션업계, 일본 수입 맥주로 인기를 끌었던 주류업계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이에 대응하는 신성통상, 하이트진로, 모나미 등은 한때 애국테마주로까지 분류될 정도로 국내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아졌다. 소비자들이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이번 불매운동을 기점으로 극명한 온도차를 보이는 모습이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시작, 들불 같은 확산

지난 6월 30일 일본의 언론들은 일본정부가 첨단산업 수출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을 규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규제 품목에는 고순도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디드(FPI)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모두 반도체 생산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소재들이다. 

일본의 경제 규제는 명목상으로는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조치의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일본 산업을 추월하기 시작한 한국 첨단산업을 견제하려 한다는 우려에 힘이 실렸다. 

또 일각에서는 일본이 한국 경제에 타격을 주는 한편, 국론을 분열시켜 추후 친일본 기조를 가진 정권교체에 드라이브를 걸려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한국으로서는 어느 쪽이든 중대한 도발 행위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국내의 여론도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수렴됐다. 지난 10일 리얼미터의 여론조사 결과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참여하겠다고 밝힌 응답자는 66.8%에 달했다. 이후 진행된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수준의 응답이 나왔으며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70%를 넘는 응답자가 불매운동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은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빠르게 확산됐다. 이번 불매운동이 기존과 다른 점은 안 사는 것은 물론 팔지도 않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는 점이다. 특히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와 마트협회는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고 ‘과거사 반성 없는 무역보복을 규탄한다’며 일본 제품을 판매대에서 없애겠다고 밝혔다. 

온라인에서는 국내 최대 일본 여행 커뮤니티가 자체적인 휴면에 들어가면서 주목을 끌었다. 133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네이버 일본 여행 동호회 ‘네일동’은 지난 17일 일본 불매 운동에 동참하며 휴면에 들어갔다. 네일동은 일본 여행 정보를 얻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었던 만큼 이용자들의 선택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됐다. 

‘노노재팬’의 등장도 새로운 현상으로 평가 받는다. 노노재팬은 일본 제품과 브랜드를 알려주고 이를 대신할 수 있는 상품을 소개해주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대체상품의 소개는 한국산 제품의 소비를 촉진한다는 점에서 특히 긍정적인 효과가 부각됐다. 현재 노노재팬을 찾는 사람은 하루 100만명으로 추산되며 온라인에서는 이곳에서 수렴한 목록을 공유하며 불매운동의 영향을 넓혀가고 있다.  

일본 항공권 예약을 취소하는 고객이 크게 늘어나면서 저가항공사들이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뉴시스
일본 항공권 예약을 취소하는 고객이 크게 늘어나면서 저가항공사들이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뉴시스

직격탄 맞은 항공업계…에어부산‧티웨이 등 저가항공사 울상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은 건 항공 및 여행업계였다. 소비자들은 우선 일본행 여행을 취소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일본행 항공권의 예약은 전체 예약 건수의 25% 수준을 유지해왔지만 7월 들어 10%선까지 낮아졌다. 이미 예약을 진행했던 고객들의 환불 건수 역시 7월 초 15%를 기록한데 이어 3째 주에는 44%까지 증가했다. 

일본의 유력일간지 아사히신문에서도 최근 보도를 통해 온천이 있는 숙박시설 3곳에서 1100명가량의 예약 취소가 발생했다며 한국 관광객의 감소가 일본 지역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보도를 내놨다. 

이 같은 불매운동의 확산은 일본여행이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전체 이익 비중의 50% 가까이 운항을 늘렸던 저가항공사들에게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일본노선 매출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에어부산을 비롯해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모두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들 항공사들의 주가는 매각 이슈가 있는 에어부산을 제외하고 3개월 전과 비교해 40% 가까이 하락한 모습을 보였다. 

이밖에도 티웨이 항공은 오는 9월부터 한국과 일본으로 이어진 항공편 2곳의 운항을 중단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교도통신은 지난 22일 티웨이 항공이 일본 대구-구마모토현, 부산-사가현 등 정기편 2개를 중단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한국의 불매운동에 대한 폄훼성 발언을 내놨던 유니클로는 어떤 업체보다도 강한 소비자 반발을 겪고 있다. ⓒ뉴시스
한국의 불매운동에 대한 폄훼성 발언을 내놨던 유니클로는 강한 소비자 반발을 체감하고 있다. ⓒ뉴시스

불매운동 폄훼 논란 유니클로…불똥 튄 롯데그룹

의류업계를 향한 불매운동의 확산은 더욱 극적이다. 특히 단일 의류브랜드로 매출 1위를 기록했던 유니클로에 대한 시선이 따갑다. 유니클로 일본 본사의 임원은 한국의 불매운동이 얼마 가지 않을 것이라며 폄훼성 발언을 내놨다가 거듭 사과했지만 국내 여론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실제로 유니클로의 매장을 찾는 소비자는 크게 줄어들었다. 매출도 동년 동기 대비 20%가 감소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위기는 이제부터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의류업계의 경우 통상적으로 가을, 겨울을 기점으로 매출을 높인다. 유니클로는 특히 히트텍, 경량 패딩 등의 상품으로 인기를 끌었던 만큼 이 시점의 불매 분위기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소비자들로부터 시작한 불매운동은 택배 업계로 까지 번졌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은 최근 유니클로의 배송을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공식화했다. 조합 관계자가 “유니클로는 국민들의 투쟁을 폄하하고 디자인에 전범기인 욱일기를 지속적으로 사용해 온 대표적 일본기업”이라며 “유니클로 배송거부 인증샷을 시작으로 실제 거부에 돌입한다”고 밝힌 것이다. 

유니클로에 대한 시민들의 반감에 롯데그룹 역시 원치 않았던 여파를 겪고 있다.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의 지분현황을 보면 롯데쇼핑이 전체 지분의 49%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국적 정체성에 대해 매번 곤혹스러운 질문에 시달리는 롯데로서는 현재 상황이 탐탁지 않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롯데그룹은 그 지배구조 때문에라도 이번 불매운동의 표적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는 롯데지주와 호텔롯데를 양대축으로 한다. 이 중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홀딩스가 지분 99%를 보유하고 있다. 호텔롯데는 지주체제 바깥에 있지만 지배구조 재편 이전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해왔다. 이밖에도 롯데그룹은 과거 경영권 분쟁이 불거지면서 일본 광윤사가 최대주주라는 사실이 알려져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전국 각지의 상인협회, 시민단체들이 일본 맥주를 보이콧하면서 편의점 본사, 대형마트들도 동참하기 시작했다. ⓒ뉴시스
전국 각지의 상인협회, 시민단체들이 일본 맥주를 보이콧하면서 편의점 본사, 대형마트들도 동참하기 시작했다. ⓒ뉴시스

기린‧아사히‧삿뽀로 불매운동의 표적…할인행사 나선 이마트 빈축

주류업계에도 예외는 없었다. 일본 맥주는 고객 취향의 다양화와 편의점 할인 등에 힘입어 큰 인기를 얻어왔지만 불매운동 이후에는 모두 시장에서 퇴출되는 모습이다. 국내에 수입되는 주요 일본 맥주 브랜드는 기린, 아사히, 삿포로 등이 있다. 특히 기린 맥주의 모기업인 미쓰비시는 대표적인 전범기업으로 알려져 있어 불매운동의 표적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편의점 본사들과 대형마트들도 일본 맥주의 판매를 줄여나가기 시작했다. GS25, CU 등 편의점 본사들은 오는 8월부터는 해외맥주 할인 서비스에서 일본맥주를 제외한다는 방침인데 특히 CU는 에비스를 비롯한 일본 주류의 주문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일본에 대한 부담을 안고 있는 롯데마트는 일본 맥주에 대한 추가 물량을 사들이지 않기로 했다. 입고된 물량을 소진한 후 신규 구매에 나서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는 국내 대형마트 중에서는 처음으로 이뤄진 강력한 조치라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마트는 일본맥주를 할인 판매한다고 나섰다가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마트 양재점에서는 아사히 블랙 350㎖ 6캔을 5000원에 판매하겠다는 행사를 진행했는데, 아사히는 불매운동의 타깃이 되고 있는 대표적인 제품인 만큼 논란이 됐다.

ⓒ쿠팡
불매운동에 대한 쿠팡의 해명. ⓒ쿠팡

쿠팡‧다이소 “우리는 한국기업, 불매 대상 지목은 억울”

다만 일본과의 연관성이 짙어, 소비자들로부터 불매운동 대상으로 지목받았지만 당사자들은 억울함을 호소하는 기업들도 있다. 쿠팡과 다이소가 대표적인데 이들은 온라인으로부터 불매운동 흐름이 불거지자 한국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입장문을 내놨다. 

쿠팡의 경우 누리꾼들은 지분구조와 소프트뱅크의 거액 투자를 근거로 일본에 종속한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쿠팡주식회사의 지분 100%를 쿠팡엘엘씨가 갖고 있는데, 쿠팡엘엘씨의 지분의 40% 이상을 일본 소프트뱅크가 이끄는 비전펀드가 소유하고 있다는 맥락이었다. 

이에 쿠팡은 자체 뉴스룸에 해명 글을 올리고 발 빠른 대처에 나섰다. 쿠팡은 ‘쿠팡에 대한 거짓 소문에 대해 알려드립니다’라는 입장문을 통해 “쿠팡은 우리나라에서 설립돼 성장했고 사업의 99% 이상을 한국 내에서 운영한다”라며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해 5000명의 일자리를 만들애 냈다. 연간 1조원에 이르는 인건비를 우리 국민들에게 지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쿠팡 물품 구매대금의 90% 이상이 우리나라 납품업체에게 지급되고, 이커머스 플랫폼의 입점 판매자와 고객의 99% 이상이 바로 우리 국민들”이라고 덧붙였다. 

아성다이소 역시 불매운동 대상 지목에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다이소가 일본 브랜드이긴 하지만 국내에서 이를 운영하는 아성다이소는 한국기업인 아성HMP가 대주주로 있는 국내 기업이라는 것이다. 아성다이소는 특히 일본다이소가 2대 주주로 참여하고 있긴 하지만 로열티를 지급하거나 경영간섭을 받고 있지는 않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아성다이소는 과거 2013년 일본의 다케시마 운동을 후원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당시에도 “한국의 다이소아성산업은 일본 다이소와 별개 기업으로, 전 직원이 한국인으로 구성돼 독자 경영하는 한국기업”이라는 해명을 내놨다. 

하이트진로의 테라는 일본맥주에 대한 대체재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의 테라는 일본맥주에 대한 대체재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하이트진로

불매운동의 대체재, 하이트진로‧모나미‧신성통상

반면 불매운동에 따른 반작용으로 국내 대체기업들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실제로 몇몇 기업들은 국내에서 소비되는 일본 제품의 대체제로 알려지면서 주가 상승의 효과까지 얻었다. 

대표적인 기업은 하이트진로다. 일본제품 불매운동 이후 맥주 시장의 대체제로 거론된 하이트진로는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으면서 주식시장에서는 애국테마주로 분류되기도 했다.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온 하이트 진로의 주가는 지난 12일만해도 1만6800원에 거래를 시작했지만 26일 기준 2만14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하이트진로가 일본 맥주의 대체제가 될 수 있었던 건 그만한 제품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회사는 지난 3월 신제품 ‘테라’를 출시했는데 그동안의 국산 맥주와 다르다는 반응을 얻으며 높은 판매고를 올렸다. 출시 39일 100만 상자 판매를 돌파한데 이어 100일만에 334만 상자, 1억병 판매를 돌파한 것이다. 

모나미 역시 문구류의 대체제로 소비자들의 주목을 얻으면서 기대치 않았던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일본의 문구류 브랜드인 톰보우, 제트스트림펜 등을 대신할 수 있는 상품으로 부상한 것이다. 문구류는 전통적으로 일본 제품에 대한 기대치와 선호도가 높았지만 이번 전환을 기점으로 국내 산업의 추가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을 마련했다. 

의류 브랜드 ‘탑텐’을 내세운 신성통상도 불매운동의 수혜기업으로 꼽힌다. 평창 롱페딩의 제조사로 유명한 신성통상은 가성비를 강조하며 유니클로의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968년 설립된 신성통상은 이미 올바른 역사의식을 강조하는 마케팅을 이어왔는데 이번 사태를 맞아 새롭게 주목 받는 모습이다. 

실제로 신성통상의 염태순 회장은 한국 시장에 파고드는 일본 브랜드에 맞설 수 있는 아이템으로 경쟁하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혀왔으며 그 대상으로 유니클로를 지목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주방기구업체 PN풍년을 비롯해 가전부문 경동나비엔, 뷰티부문 한국화장품, 장난감 업체 손오공 등의 새롭게 부상하며 소비자들의 관심을 환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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