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인피니티(Ocean Infinity)사의 심해수색 선박 시베드 콘스트럭터(Seabed Constructor)호가 지난 2월 17일 원격제어 무인잠수정(ROV)을 통해 스텔라데이지호의 VDR(블랙박스)을 회수하고 있다. 사진제공 = 외교부
오션인피니티(Ocean Infinity)사의 심해수색 선박 시베드 콘스트럭터(Seabed Constructor)호가 지난 2월 17일 원격제어 무인잠수정(ROV)을 통해 스텔라데이지호의 VDR(블랙박스)을 회수하고 있다. <사진제공 = 외교부>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해양수산부와 외교부가 스텔라데이지호 가족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제기한 VDR(블랙박스) 훼손 가능성에 대해 반박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대책위가 재반박을 하면서 공방전으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대책위는 30일 “정부의 보도해명자료는 대책위가 지적한 ‘VDR 데이터 칩의 합리적인 훼손 가능성’에 대해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답변을 하지 못했다”며 유감을 표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정부가 영국의 한 전문업체에 의뢰해 지난 26일 수령한 스텔라데이지호 VDR 데이터 추출 결과 2개의 데이터 칩 중 한 개는 훼손돼 데이터 추출이 불가능했으며 나머지 1개의 데이터 칩에서만 약 7%의 데이터가 복구됐다.

스텔라데이지호에는 캡슐과 본체 등 2개의 VDR이 탑재돼 있었다. 이번에 분석된 VDR은 캡슐이며 선교 내 벽면에 부착된 본체는 회수되지 않았다.

대책위는 지난 29일 보도자료를 내고 ▲스텔라데이지호 심해수색을 맡은 오션인피니티(이하 OI)가 회수된 VDR의 부속물을 제거하고 고압의 물로 세척하는 과정에서 손상됐을 가능성 ▲OI가 VDR을 보관하는 과정에서 극초순수액(DI워터)을 교체하지 않아 손상됐을 가능성 등 데이터 칩 훼손의 원인이 된 경우의 수를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고원인 규명을 위해 미회수된 나머지 1개의 VDR을 회수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에 외교부는 같은날 해명자료를 통해 “데이터 칩의 균열은 다양한 요인이 있을 수 있다”며 “부속물 제거 과정에서 발생했다고 단정 짓기 어렵다”고 밝혔다.

VDR을 보관하는 극초순수액을 교체하지 않아 균열이 생겼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VDR 캡슐 제조사인 미국 L3사의 설명에 따르면 공기 접촉을 차단하기 위해 극초순수액에 VDR을 충분히 잠긴 상태로 유지하면 충분하다”며 “정기적인 극초순수액 교체는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VDR을 복구한 영국 업체의 VDR 복구 사례가 10건도 넘는다는 대책위의 주장에 대해 “(해당 업체가) 스텔라데이지호 외에 선박용 VDR을 심해에서 수거한 사례는 미국 국적 컨테이너선 엘파로호가 유일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주장했다.

나머지 1개의 VDR을 회수해야 한다는 대책위의 주장에 대해서는 “VDR 본체는 심해 수압에서 견딜 수 있는 내구성 및 수밀기능을 갖추고 있지 않아 정보의 안정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심해수색 당시 선교 내에서 VDR 본체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대책위는 “전문적이지 못한 답변”이라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VDR 복구 업체의 복구 사례에 ‘선박용 VDR’이라고 명시한 적이 없다”며 “역사상 비행기, 선박 등 블랙박스를 회수한 사례는 총 20건 이상이며, 심해 3000m 이하에서 회수한 사례는 스텔라데이지호를 포함해 총 6건”이라고 밝혔다.

대책위에 따르면 이 6건의 사례 중 데이터 복구에 실패한 사례는 스텔라데이지호가 유일하다.

극초순수액 교체가 필요하지 않다는 정부의 주장에 대해서는 “정부 주장의 근거는 민간업체인 L3의 설명”이라며 “미국의 교통안전국(NTSB) 수석조사관에게 이메일을 통해 문의한 결과 극초순수액을 일정한 간격으로 교체해야 하며 보충돼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는 민간업체의 설명을 근거로 주장하고 민간인인 대책위는 미국 국가기관의 설명을 인용하고 있는 것이다.

또 대책위는 부속물 제거과정에서 균열이 생겼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정부의 입장에 대해 “훼손 원인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기했을 뿐 명확한 원인을 밝혀야 함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정부의 VDR 본체 정보 안정성에 대한 주장에는 “그렇다면 내구성 및 수밀기능을 갖춘 VDR 캡슐의 데이터 칩이 훼손된 정확한 원인을 밝혀야 한다”고 언급했다.

대책위는 “원인을 밝히기 위해 공신력 있는 전문기관에 의뢰할 것을 정부에 요청한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현재 OI의 심해수색용역 완수여부 검증을 진행 중이며 추가 유해수색 및 수습 여부에 대해 관계부처 간 협의를 거쳐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정부가 대책위의 주장에 반박하며 공방전으로 흘러가는 가운데 언제쯤 2차 수색이 시작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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