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2만8000여건 넘는 층간소음 분쟁, 꾸준히 증가해
제구실 못 하는 바닥구조 사전인정제도…근본 개선 필요

ⓒ뉴시스
ⓒ뉴시스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층간소음으로 인한 갈등은 상해·방화·살인 사건으로 이어지는 등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매년 2만건이 넘는 층간소음으로 인한 이웃 간의 분쟁과 갈등은 이처럼 점차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국가소음정보시스템의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따르면 층간소음으로 인한 피해접수 건수는 ▲2012년 8795건 ▲2013년 1만8524건 ▲2014년 2만641건 ▲2015년 1만9278건 ▲2016년 1만9495건 ▲2017년 2만2849건 ▲2018년 2만8231건으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이처럼 심화되고 있는 층간소음 문제와 관련해 최근 감사원의 감사결과, 층간소음을 방지하기 위해 현재 시행 중인 ‘바닥구조 사전인정제도(이하 사전인정제도)’가 제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제구실 못 하는 ‘바닥구조 사전인정제도’

한국은 이미 2004년 사전인정제도를 도입해 15년 이상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제도운영의 부실과 관리·감독의 소홀로 인해 여전히 층간소음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 5월 감사원이 발표한 ‘아파트 층간소음 저감제도 운영실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말 입주가 이뤄진 공공·민간 아파트 191세대를 대상으로 바닥충격음을 측정한 결과, 184세대(96%)는 사전에 인정받은 바닥구조 제품의 성능등급보다 낮은 성능을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114세대(60%)는 최소성능기준(층간바닥이 경량충격음 58dB 이하 등)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사전인정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감사원은 인정기관이 공동주택의 층간소음 성능기준 만족여부를 인정 당시에만 확인하고, 시공 후 사용검사 단계에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주택사업계획 승인조건으로 부가한 경우 층간소음 측정결과를 받을 뿐, 시공 후 바닥구조가 인정받은 성능기준을 만족하는지에 대한 확인을 의무화하지 않는다는 점을 꼽았다.

또한 바닥구조 인정 과정에서는 인정기관이 인정시험 기준과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거나 인정시험 기준이 미흡한 점도 문제로 꼽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으로 유효한 인정 바닥구조 가운데 95%(154개 중 146개)가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시공 분야에 있어서는 인정구조에 대한 시공관리 체계 미흡과 시공절차 위반 등 품질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점검 현장의 67%(126개소 중 84개소)가 인정구조 성능인정서에서 요구되는 품질기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후관리 분야에서도 완충재 생산업체에 대한 형식적인 점검이 이뤄져 실제 인정받은 품질기준대로 제품이 생산되는지가 확인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현재 사전인정제도로는 층간 소음을 방지하고자 하는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기가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라며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에 사전인정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방안 마련을 주문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이어지는 대책, 층간소음 잡을 수 있을까

이 같은 감사원 감사결과 발표 이후, 국토부는 특별점검을 통해 바닥구조 시공 중인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층간소음 관련 부실시공 사항을 적발했다.

국토부는 지난 5월 27일~6월 14일까지 3주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지자체,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합동 특별점검반을 구성, 바닥구조를 시공 중인 총 32개 아파트 건설 현장에 대한 특별점검을 실시했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그 결과, 평탄도 미흡, 측면완충재 시공 미흡, 콘크리트 압축강도 등 품질시험 미실시, 완충재 성능 확인 전 선시공 등의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국토부는 위반수준에 따라 벌점 혹은 현장시정 등 총 53건의 조치를 실시할 예정이다.

아울러 국토부는 시공과정이 더욱 체계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감리가 시공확인서를 작성 및 사업주체에 제출 의무기준을 마련하도록 제도개선을 추진 중이며, 하반기에도 층간소음 관련 특별점검을 추가로 실시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점검과 제도 개선을 통해 층간소음 발생이 시공단계부터 예방되도록 노력할 것이며 위반사항에 대해서는 강력히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며 “층간소음으로 인한 국민 불편을 줄이고, 쾌적하고 정온한 주거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현장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국회의 입법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재경 의원(경남 진주시을)은 지난달 26일 층간소음 문제 해결을 위한 ‘주택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국토부 장관에게 주택의 층간소음을 방지하기 위해 콘크리트 바닥판, 바닥충격음 완충재 품질관리를 강화할 수 있는 성능기준과 바닥충격음에 대한 차단성능을 사후에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도록 했으며 ▲시공 후에 평가한 바닥충격음 차단성능이 기준에 미달할 경우 주택건설사업자에게 영업정지 조치를 할 수 있는 조항을 신설했다.

김재경 의원은 “층간소음은 빈번한 이웃 간 분쟁의 원인이 될 뿐만 아니라 살인사건·사고로 이어질 정도로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됐다”며 “앞으로 층간소음문제의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위한 국회 차원의 법제도 개선을 위해 앞장서나가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전인정제도 개선 방안에 대해 층간소음 전문가는 전체적인 방향은 바람직하지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했다.

주거문화개선연구소 차상곤 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감리확인서 제출이나 사후 평가를 의무화·제도화하는 것은 옳지만, 시공사 등과 이해관계가 없는 제3의 층간소음 전문가가 그 과정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차 소장은 “감리확인서를 제출할 때도 감리원들이 비전문가다보니 층간소음을 제대로 아는 제3의 전문가들의 자문을 반드시 받게 해야 된다”며 “해당 업체에 소속된 전문가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제3의 층간소음 전문가가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후 평가와 관련해서도 “지자체 측에서도 전문가가 아니다보니 사업평가가 제대로 됐는지 안됐는지 모른다”며 “이때도 지자체에 제출된 부분을 제3의 층간소음 전문가가 한 번 더 살펴보는 과정들을 거치면 층간소음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력 사건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층간소음 갈등과 관련해 정부의 부실한 제도 운영과 관리·감독 소홀, 시공사의 부실시공 등이 적발되면서 정부는 사전인정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이번 정부의 조치와 관련 입법들이 앞으로 층간소음 문제 해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투데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