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에 조직문화 꼬집는 글 게재돼 논란
한전 측, 사실 확인 어렵고 입장 표명 어려워

ⓒ직장인 익명 어플리케이션 '블라인드' 캡쳐
ⓒ직장인 익명 어플리케이션 '블라인드' 캡쳐

【투데이신문 홍세기 기자】 “밑에서 안사주고 같이 안먹어주면 XX을 떤다”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의 조직 문화가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직장인 익명 어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 올라온 ‘입사하고 가장 충격적인 것 두가지’라는 제목의 한전 직원의 글이 화제다. 

해당 글 게시자가 충격을 받은 두 가지 사안은 바로 ‘밥 당번’과 ‘품의’ 문제를 제기했다. 

먼저 이른바 ‘밥 당번’으로 불리는 실태를 고발했다. 

게시자는 “부장이나 처장은 절대 밥을 혼자 못먹는다”며 “밑에 부하직원이 밥을 사줘야 먹는다”고 적었다. 

그는 “차장님이나 부장님들이 6시만 되면 ‘밑에서 차대놓고 기다리겠습니다’ 이딴 대사를 왜 뱉는가 싶었다”며 “밑에서 안사주고 같이 안먹어주면 XX을 떤다. 50 먹고 혼자 밥도 못먹는 잘못된 인생을 살아온 불쌍한 인생 그 자체다”라고 비난했다. 

또 품의와 관련해 게시자는 “야근할 때 밥먹으라고 쓰는 돈을 다쓰거나 못쓰는 경우엔 품의를 내서 윗사람 밥을 먹여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처음 밥먹어야 하니 품의 올리라길래 이게 뭔 X소리인가 싶었다”며 “밥먹고 술먹기 위해서 말도 안되는 말을 지어내서 돈을 쓰게 만들어야 한다”고 황당한 실태를 고발했다.

더 황당한 것은 그 이후다. 게시자는 “그 책임은 품의 낸 사람, 아침에 전표 받아서 처리하는 신입이 영수증에 자기 이름을 써서 모든 죄를 뒤집어쓴다”고 적었다. 

게시자는 한국 최대 공기업에 입사했다는 자부심이 이런 문화로 인해 부끄럽다고 호소했다. 

이 같은 게시글에 한전 직원뿐만 아니라 타 공기업에 다니는 직원들도 동조했다. 

서부발전 직원은 댓글을 통해 “자회사들은 오죽하겠어?”라며 동조했고, 지역난방공사 직원이 “어디 지사야?”라고 묻자 게시자는 “이건 권역이 문제가 아니라 골고루 퍼진 암세포와 같지”라며 회사 전반의 문화라고 실토했다.

사기업에 다니는 이들은 “직장 부하한테 밥 얻어먹는 놈들이 있다고? 어디 동네에 있는 영세기업에서도 안그러겠다”며 반응을 보였다. 

한전의 조직 문화에 대해선 이전에도 블라인드에서 한 차례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처장급 직원의 자녀 결혼식 혹은 상을 당했을 때 부하 직원이 돈도 받고 주차관리도 한다는 고발 글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자는 이런 문화가 자발적이지 않다면 직권남용, 자발적으로 이루어진 행위라면 청탁금지법 위반이 아니냐는 질문글을 올렸다. 

한전 관계자는 <투데이신문>과의 통화에서 이같은 부조리한 조직 문화에 대해 “블라인드의 특성상 사실 확인이 어렵고, 이에 대한 입장을 언급하기에 굉장히 조심스럽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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