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간 대기오염 배출농도 조작 도마 위
관련 임원 구속까지…끊임없는 악행 논란
4월 특별지도·점검 관련 처분 ‘차일피일’
배출농도 행정처분도 미뤄지나 우려
공대위 “주민 비판↑, 긍정적 결과 기대”

지난 5월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열린 영풍석포제련소 법령위반 따른 통합환경조사 촉구 기자회견 ⓒ뉴시스
지난 5월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열린 영풍석포제련소 법령위반 따른 통합환경조사 촉구 기자회견 ⓒ뉴시스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국내 최고 아련제련소로 승승장구해오던 경상북도 봉화군 ‘영풍 석포제련소’가 또 한 번 위기를 맞았다.

그동안 영풍은 석포제련소를 운영하면서 수십년에 걸쳐 각종 불법행위를 자행해 주변 지역의 환경과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했다는 논란에 반복적으로 휩싸였다. 이 과정에서 지자체와 정부의 관리·감독망을 요리조리 피해 가며, 환경 마피아 이른바 ‘환피아’ 의혹까지 불거졌다.

지역의 환경단체들은 공대위를 결성해 영풍 고발에 나섰고, 토양정밀조사와 환경영향조사, 관계기관의 합동점검 등을 통해 석포제련소의 오염 실태와 수십건의 환경법 위반 사실을 낱낱이 파헤쳤다.

올해 5월에는 석포제련소 인근 하천에서 기준치 이상의 카드뮴 검출됐다는 대구지방환경청과 환경부 합동조사 결과가 발표됐고, 영풍은 “최근 환경부 조사에서 하천에서 기준치가 넘는 카드뮴이 검출된 사실을 죄송하게 생각하며 카드뮴 공장을 폐쇄하겠다”고 사과했다.

그로부터 두 달여가 흐른 7월 31일, 영풍은 또다시 흔들렸다. 환경부가 대기오염물질 배출농도 상습 조작 경북 지역의 대기업 소속 임원과 측정대행업체 대표가 구속됐다는 발표를 내놨는데, 문제의 기업이 바로 영풍이었다.

영풍이 측정기록부를 허위로 발급받은 이유는 배출허용기준을 초과했을 때 처하는 행정처분과 기본배출부과금 납부의무, 내부적인 환경시설관리 업무 등을 회피하기 위함이었다.

이것이 그동안 국내 제일 아련제련소가 감춰온 민낯으로, 50년이라는 기나긴 세월 동안 영풍이 저지른 추악한 악행은 고구마줄기처럼 캐도캐도 끝이 없다.

지난 3월 본지가 직접 경북 봉화군을 방문해 촬영한 영풍 석포제련소 ⓒ투데이신문
지난 3월 본지가 직접 경북 봉화군을 방문해 촬영한 영풍 석포제련소 ⓒ투데이신문

상습적 대기오염 배출농도 조작

환경부에 따르면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사업장에서는 대기로 배출되는 오염물질 농도를 자체적으로 측정해 그 결과를 관리하고, 배출수준에 따라 적정한 대책을 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때 측정을 자격 있는 대행업체에 위탁할 수 있는데, ‘환경분야시험·검사 등에 관한 법률’에서 측정수치를 조작하도록 요구하거나 측정기록부를 허위로 발급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런데 영풍은 측정대행업체 측과 짜고 실제로 측정된 대기오염물질 배출농도를 조작하거나, 측정을 하지 않았는데도 마치 한 것처럼 꾸미는 방법으로 지난 2016년부터 3년간 약 1868부의 허위 대기측정기록부를 발급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1868부의 측정기록부 중 276부가 측정값이 배출허용기준을 넘었지만 기준치 이내인 것처럼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먼지와 황산화물 농도값을 배출허용기준의 30% 미만으로 조작해, 2017년부터 이듬해까지 총 4차례에 걸쳐 기본배출부과금을 면제받은 사실도 밝혀졌다.

영풍 측은 조작된 값을 측정기록부에 기록해 발급하도록 하고, 실제 측정한 값은 별도로 기록하는 이중 관리 방식으로 단속에 대비하고 관련 자료를 수시로 파기하는 등 치밀한 수법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측정대행업체가 측정치 조작을 거부하거나 측정공 설치를 요구하면 수수료 지불을 미루는 방식으로 갑질을 일삼기도 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위 사례의 경우 측정대행업체와 공모관계가 입증된 배출업체(석포제련소)는 ‘환경분야시험·검사 등에 관한 법률’ 제33조를 토대로 징역 1년 이하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또 오염물질을 측정하지 않거나 측정결과를 거짓으로 기록하거나 보존하지 않은 배출업체는 ‘대기환경보전법’ 제94조에 기초해 500만원 이상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를 토대로 환경부는 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 경상남도에 각 업체에 대한 행정처분을 의뢰하는 한편 “향후 대기측정치 조작에 대해 계속 수사를 확대해나갈 방침”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처벌은 이번에도 미지수?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 사이 석포제련소 하류의 수질측정망과 하천 시료에서 카드뮴이 검출됐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4월 17일부터 3일 동안 석포제련소를 대상으로 특별지도·점검을 실시했다.

그 결과 무허가 지하수 관정 개발·이용, 폐수 배출시설 및 처리시설의 부적정 운영 등 6가지 관련 법률 위반사항이 적발됐고, 환경부는 경상북도와 봉화군 등 관할 행정청에 영풍을 상대로 행정처분과 형사고발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을 의뢰했다.

그러나 봉화군 측에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지하수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만 고발할 것이 요청됐을 뿐, 이보다 높은 법정형에 해당하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의 물환경보전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고발 요청이 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위 특별지도·점검을 토대로 경상북도가 영풍의 위반사항에 대해 120일 조업정지처분을 통지했는데, 제련소 측이 ‘환경부 적발 사항은 위법이 아니다. 직접 자세하게 소명하겠다'고 청문을 신청하며 이행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청문마저도 제련소 측 요청으로 두 차례 연기된 상태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환경부의 뜻이 잘 전달돼 대구시와 경북도, 경남도가 적절한 행정처분을 내릴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한 시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석포제련소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피해공동대책위(이하 공대위) 신기선 공동집행위원장은 대기오염 배출농도 조작 의혹을 계기로 주민들의 불만이 커져, 관련 부처가 이전처럼 유야무야한 태도를 취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신 위원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제까지 숨기고 속여 왔던 악행이 들통났으니 영풍은 사면초가에 처했다”며 “이전에는 제련소 인근 주민들이 (제련소와 생계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보니) 비난도 못하고 여럽게 살아왔는데 이번 조작 사건을 계기로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졌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 4월에 실시한 특별지도·점검 결과와 이번 대기오염 배출농도 조작 사건과 관련해 공대위에서는 기업에서 전방위적이고 계획적으로 꾸민 사건이기 때문에 담당자에게만 책임을 질 것이 아니라 전수조사를 실시해 사업자를 고발해야 한다고 판단, 고발장까지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신 위원장은 “그동안 조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물어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오던 관계 부처였는데 고발장을 내자 조사 중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며 “당장에 어떤 결과가 나오진 않겠지만 우리가 목소리를 냄으로써 그들을 압박하고 있다. 계속해서 하다 보면 조사도, 처벌도 안 할 수 없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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