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명암] 실낱같은 유니콘 꿈, 폐업으로 사라지려나
[스타트업의 명암] 실낱같은 유니콘 꿈, 폐업으로 사라지려나
  • 박주환 기자
  • 승인 2019.08.14 1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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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속도로 양적팽창하는 스타트업
미래시대, 가치와 고용 창출 견인차
5년 후 10곳 중 3곳만 살아남는 현실
규제 완화 요구하는 스타트업 기업들
지적재산권 보호 문제도 해결해야
“세계적 유례없는 상생모델 만들어야”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산업계에서 스타트업의 양적팽창이 두드러지지만 규제완화, 기술탈취, 낮은 생존율 등 해결해야할 과제가 산적한 상황이다.  ⓒ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스타트업(Start up)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생겨난 스타트업 컴퍼니(Startup company)에서 나온 말이다. 기본적으로 벤처기업(Venture company)과 동일한 의미를 갖고 혼용되지만 스타트업에는 보다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출발한 창업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IT버블 이후 잇단 도산으로 오명을 쓴 벤처에 대한 이미지 때문인지 최근 신생기업들은 대부분 스타트업을 자칭한다. 

국내에서도 스타트업 생태계는 빠른 속도로 양적팽창을 이뤄오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국내 연도별 신설법인은 2011년 6만5000개였던 것이 2016년 9만6000개로 늘어났고 지난해 10만2000개를 기록하며 최초로 10만개를 넘어섰다. 이중 벤처인증을 받은 기업도 2012년 2만6000개에서 2015년 3만개를 돌파해 2017년 3만5000개를 기록했다. 

하지만 양적팽창 만큼 스타트업의 안정적인 경영을 위한 여건이 마련되고 있는지에는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기술을 갖고 있음에도 시장으로 진출하지 못하는 스타트업에 대한 우려는 꾸준히 제기되고 있으며 대기업의 기술탈취, 바닥을 치는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노력도 절실한 상황이다. 스타트업이 중장기적으로 국가경제를 이끌어 갈 것이라는 점에 비춰볼 때 이 같은 문제들은 반드시 해결해야할 장애물들로 남아있다.

4차산업혁명 시대의 견인차 스타트업

스타트업은 이제 하나의 현상이 됐다.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처럼 지금은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한 곳들도 스타트업에서 시작했다. 집에 딸린 차고지에서 책상 하나를 놓고 시작해 기업가치 1조원의 유니콘으로 성장했다는 식의 이야기는 스타트업 성공사례의 전형이다. 

국내에서는 승차공유 서비스 타다를 개발한 VCNC, 숙박업 서비스 플랫폼 야놀자, 부동산 연결망을 제공하는 직방 등이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힌다. 특히 약 900억원에 달하는 투자를 유치하며 단숨에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비바리퍼블리카의 모바일금융서비스 토스는 그 중에서도 독보적이다. 토스는 치과 전공의 출신 이승건 대표가 다양한 시도 끝에 내놓은 간편송금 서비스로 2015년 론칭해 지난해 기준 누적 다운로드 2100만 건을 기록했다. 

스타트업은 정보통신기술 융합으로 설명되는 4차산업혁명에 있어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으로 평가 받는다. 전문가들은 전통적인 기업들의 수직적 기능이 분해되고 외부로부터의 혁신이 중요해지면서 스타트업의 출현이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내다본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의 협업 증가는 이 같은 현상의 방증이다. 세부적인 고객의 필요성에 집중하는 소품종 소량생산의 시대로 접어들수록 전문성을 띤 스타트업의 중요성은 강조될 수밖에 없다. 

가치 및 고용 창출 측면에서도 스타트업은 한국 경제를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지난 2009년 이후 스타트업(벤처기업)의 기업당 평균매출 증가율은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는데 2015년의 경우 8.6%를 기록하며 대기업 -4.7%와 중소기업 8.0%의 증가율을 상회했다. 고용창출 역시 2014년 기준 최근 5년간 8%의 고용증가율을 보이며 30대 그룹의 1.3%를 6배 이상 앞섰다. 

벤처기업협회가 지난해 말 내놓은 자료에서도 국내 벤처기업은 2017년 기준 국내총생산의 14.5%에 달하는 225조의 매출을 냈으며 전체 산업체 근로자 수의 4.1%에 달하는 76만명의 고용을 창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규환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확보한 ‘창업기업 생존율 현황’ ⓒ김규환 의원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규환 의원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확보한 ‘창업기업 생존율 현황’ ⓒ김규환 의원실

5년후 생존율은 27%, 10년 후에는 8%에 불과

하지만 전술했듯 스타트업은 사실상 벤처기업의 다른 이름이다. 신생 창업기업이 가진 생득적 위태로움과 낮은 생존율은 여전히 위험요소로 남아있으며 이는 통계를 통해 여실히 드러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규환 의원이 중기부로부터 확보한 ‘창업기업 생존율 현황’에 따르면 국내 창업기업의 27.5%만 5년 이후 살아남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평균 생존율이 40.9%인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특히 예술, 스포츠, 숙박, 음식점업, 사업지원서비스, 교육서비스 부문 창업기업의 5년차 생존율은 평균을 하회했다. 국내에서 5년차 생존율이 가장 높은 분야는 제조업 분야였는데 이 역시 OECD 평균에 못 미치는 38.4%에 그쳤다. 스타트업 하면 흔히 떠올리는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도 34.5%에 불과한 수준이었다. 

한국무역협회는 국내 창업기업의 10년 후 생존율이 8%에 불과하다는 보고를 내놓기도 했다. 창업기업들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를 감안한다고 해도 100개의 기업 중 92개가 사라진다는 것은 사회적 차원에서도 낭비가 아닐 수 없다. 

김 의원은 이와 관련 “우리나라 창업기업의 생존율이 OECD 주요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업종 간 생존율 편차도 크다”라며 “생계형 창업 비율이 23.9%로 미국 11.4%, 영국 13.5% 보다 높은데 기술기반 창업을 확대 할 수 있는 정책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대한상공회의소 박용반 회장은 이번 20대 국회 들어 14번이나 의원들을 찾아가 스타트업 및 벤처기업에 대한 규제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뉴시스
대한상공회의소 박용반 회장은 이번 20대 국회 들어 14번이나 의원들을 찾아가 스타트업 및 벤처기업에 대한 규제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뉴시스

한 목소리로 외치는 ‘규제완화’

산업계에서는 스타트업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규제 완화를 통한 시장 진입 경로 확대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기술이 있어도 사업화에 실패하는 사례를 최소화 하고, 스타트업들이 합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IT전문 로펌 테크앤로가 실시한 시뮬레이션 결과 세계 100대 스타트업 중 13곳은 국내에서 사업이 불가능했고 44곳은 조건부로 가능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글로벌 경제를 이끄는 100개의 아이템 중 57개가 온전히 도입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최근 들어 규제완화의 목소리가 특히 높은 부문은 핀테크 분야다. 대한상공회의소 박용만 회장은 20대 국회 들어 14번째 방문을 이어오며 스타트업 및 벤처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를 호소하고 있다.

박 회장은 지난 13일에도 더불어민주당 유동수‧김병혹 의원,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 바른미래등 지상욱 의원 등을 만나 규제 완화를 통한 핀테크 산업의 성장을 위한 역할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박 회장이 구체적으로 요구하는 바는 국회 계류 중인 개인간거래(P2P) 금융 제정안과 보험업법 개정안의 통과다. 핀테크 관련 스타트업체들은 아직 국내에 P2P 금융 서비스에 대한 법적 체계가 마련되지 않아 스타트업들이 좌절을 겪고 있다고 성명을 내기도 했다. 

이들은 “전 세계적으로 핀테크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국내 핀테크 서비스 성장의 밑거름이 되는 제도 정비는 수년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라며 “국회 논의가 더 지체된다면 국내 핀테크 산업은 국제 수준의 경쟁력을 상실하고 스타트업의 금융혁신 동력 또한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아산나눔재단 이혁희 팀장은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현주소와 개선방향’ 보고서에서 “정부가 4차 산업혁명 구현이라는 기치를 들고 규제 샌드박스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미래 먹거리 분야를 핵심 선도사업으로 선정하고 규제 와 제도를 전면 재설계해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여전히 규제로 인한 장벽은 존재한다”라며 “핀테크 산업의 경우 현재 금융법 체계가 열거 주의 방식(원칙적으로 모든 것을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규제되거나 금지되지 않는 사항을 나열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있어, 법으로 규정돼 있지 않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등록할 수 없거나 성격이 전혀 다른 기존 업종 중 하나로 분류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뉴시스
유라이크코리아 김희진 대표는 농촌진흥청이 소의 생체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분석하는 자사의 기술을 도용했다고 주장하며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뉴시스

아이디어 탈취에 죽어가는 스타트업

스타트업의 기술 보호에 대한 문제도 꾸준히 거론되는 이슈다. 특히 대기업들에 의한 기술 및 아이디어 강탈은 수차례 사례가 나오고 있으며 공공기관을 통한 지식재산권 분쟁도 끊이지 않는 모습이다. 

기술 및 아이디어 탈취는 스타트업의 낮은 생존율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대기업들의 지식재산권 강탈은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는 것은 물론, 교묘히 아이디어의 핵심만 베끼는 ‘카피캣’으로 진화하면서 스타트업 생태계를 교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카카오와 핀테크 스타트업 인스타페이의 사례는 특허 소송으로 번진 대표적인 경우다. 

인스타페이는 ‘이동통신 단말기를 이용한 지로 요금 결제 방법 및 장치’를 지난 2010년 특허 등록했는데 QR코드와 바코드를 기반으로한 모바일 결제 기술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2016년 경 카카오페이가 ‘카카오페이 청구서 서비스’를 내놓자 인스타페이는 특허무효소송을 제기했다. 유출된 자사의 아이디어와 기술로 카카오가 도용 서비스를 출시했다는 것이었다. 

이후 카카오는 이에 반발해 인스타페이에 특허무효심판을 제기하며 맞불을 놨고 특허법원은 결국 카카오의 손을 들어줬다. 원심에서는 인스타페이의 특허권이 인정됐지만 2심과 3심에서 카카오가 제기한 특허무효가 받아들여진 것이다. 특허법원은 신규성 또는 진보성이 부정돼 특허 등록이 무효로 돼야 한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특허무효심판에서 패소한 인스타페이는 수년째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 참석하기도 했던 인스타페이 배재광 대표는 카카오페이가 대형 변호사 8명을 대동해 결국 2심에서 패소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기술을 가진 사람이 서비스를 하지 못하는 부조리한 상황을 규탄했다. 

공공기관을 통한 스타트업 기술 베끼기 의혹도 제기된다. 지난해 스타트업 유라이크코리아는 농촌진흥청이 소의 생체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할 수 있는 기술을 독자적인 기술인 것처럼 발표한데 이어 특허 등록을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라이크코리아의 김희진 대표는 지난해 8월 기자회견에서 “농진청이 최근 발표한 바이오캡슐이 유라이크코리아가 6년 동안 100억원을 들여 국내 최초로 개발한 ‘라이브케어’와 매우 유사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기업과 거대 기관의 아이디어 강탈은 스타트업 기업에게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기술 개발에 힘써야할 신생기업의 에너지가 분쟁이나 소송에 집중되면 제대로 된 성장으로 이어지기가 힘들다. 

대기업은 기술 분쟁을 대비한 전문인력이 확보돼 있지만 스타트업은 그럴 형평이 못된다. 대표와 직원들이 이곳저곳 불려 다니는 사이, 기술은 사장되거나 다른 카피캣 스타트업에 의해 시장의 점유를 빼앗기기 쉽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을 위시한 국내 스타트업계는 법제화를 통한 정부의 기준 제시와 대화의 장 마련을 지속적으로 촉구하고 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홈페이지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을 포함한 국내 스타트업계는 법제화를 통한 정부의 기준 제시와 소통창구 마련을 지속적으로 촉구하고 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홈페이지

명확한 기준과 소통창구 마련이 절실하다

스타트업을 둘러싼 규제 및 분쟁 요소를 정부가 명확한 방향으로 이끌지 못한다면 사회적 갈등은 격화될 수밖에 없다. 승차공유 시장에서 나타나는 스타트업과 기존 업계 간 갈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택시단체들이 모빌리티 서비스 업체의 영업중단과 운영진 구속을 주장하는 가운데, 타다의 운영사 VCNC는 최근 서울개인택시조합을 불공정행위로 신고했다. 이에 서울조합은 VCNC에 대한 고발장 접수를 예고하며 맞불을 놓는 등 법적 공방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 같은 문제는 정부가 명확한 기준을 내놓지 않는 한, 스타트업 어느 분야에서든 촉발될 가능성이 있는 문제다. 

기술 분쟁 역시 일부 사례에 그치는 수준이 아닌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태도가 중요하다. 특허청의 조사에 따르면 지식재산권 분쟁으로 인한 피해는 중소·벤처 기업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지식재산연구원이 2016년 발표한 국내 지식재산권 분쟁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기업 중 분쟁경험이 있는 중소‧벤처 기업은 115곳으로 75.7%나 됐다. 

스타트업을 통한 새로운 경쟁력 창출은 미래 국가경제 견인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 다만 이와 함께 스타트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스타트업 일선에서 몸담고 있는 당사자들은 창업기업들이 불법의 경계에 서지 않을 수 있도록, 기존 사회와 지속적으로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과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관계자는 “정부는 혁신성장과 규제혁신을 외치지만 정작 스타트업은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서 신음하고 있다. 기존 사업자가 소관부처에 큰소리치는 동안, 스타트업은 언제 철퇴를 맞을지 불안에만 떨고 있다”라며 “거대한 변화 앞에 선 스타트업 역시 두렵다. 이제 우리는 혁신 성장을 도모하고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상생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정부가 나서야 한다. 기존사업자, 중소상공인, 노동계, 시민사회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만날 수 있도록 확실한 길을 열어달라. 신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오해는 걷어내고 타당한 비판은 수용하여 함께 대안을 만들겠다”라며 “사회안전망과 인재 양성은 스타트업에게도 매우 중요한 숙제다. 청년들이 신산업에 도전하고 기업이 성장해야 좋은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 이것이 혁신 성장이자 지속가능한 소득주도 성장일 것”이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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