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지대 신당 창당’ 외치며 집단탈당한 대안정치
선 긋는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대안정치의 운명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민주평화당 내 제3지대 구축 모임인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 유성엽(가운데) 의원이 탈당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민주평화당 내 제3지대 구축 모임인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 유성엽(가운데) 의원이 탈당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민주평화당 내 제3지대 구축 모임인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이하 대안정치)’가 지난 12일 결국 집단탈당을 선택했다.

대안정치 소속 의원 10명은 “대안정치는 현재 사분오열되고 지리멸렬한 제3세력들을 다시 튼튼하고 건강하게 결집시키면서 국민적 신망이 높은 외부인사를 지도부로 추대하고 시민사회와 각계의 전문가가 대거 참여해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대안 신당 건설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며 제3지대 신당 창당 추진을 선언했다.

내년 21대 총선을 앞두고 다시금 제3지대론을 꺼내든 대안정치의 출현으로, 호남발 정계개편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제3지대론이 성공한 경우는 지난 2016년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의 경우에 불과한 등 극히 드문 상황에서 대안정치가 호남 정계개편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시 꺼내든 제3지대론

대안정치는 제3지대 신당 창당을 목표로 제시하며 광야로 나왔다. 이들은 탈당기자회견문을 통해 “새로운 대안정치세력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국정운영에 대해 실망한 건전한 진보층, 적폐세력의 부활로 역사가 후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합리적 보수층, 국민의 40%에 육박하는 중도층과 무당층의 지지를 하나로 모을 수 있는 비전과 힘,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수와 진보의 사이에 있는 중도를 결집시키겠다는 제3지대론은 그간 선거를 앞두고 꾸준히 제시돼온 대전략이다. 보수나 진보 정당에서도 중도층에 대한 지지층 확장은 선거를 앞두고 매번 이뤄져 왔다. 중도층이 국민 이념 분포에서 늘 과반에 가까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행정연구원이 발표한 ‘2018년 사회통합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민 이념 성향에서 중도 성향은 47.4%로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중도 성향은 ▲2013년 46.3% ▲2014년 46.8% ▲2015년 50.0% ▲2016년 47.8% ▲2017년 48.4% 등 해당 통계조사가 실시된 지난 2013년 이후 지금까지 가장 높은 응답을 보여왔다.

해당 조사는 한국행정연구원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에 의뢰해 2018년 9월 1일~10월 31일까지 전국 19~69세 남녀 8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1.84%p이며, 자세한 사항은 한국행정연구원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처럼 국민 이념 성향에서 꾸준히 과반에 가까운 비율을 보이고 있는 중도층을 공략하겠다는 대전략은 바른미래당, 평화당 등도 꾸준히 제시해온 목표였다. 그러나 지지율 등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 본회의장 모습 ⓒ뉴시스
국회 본회의장 모습 ⓒ뉴시스

선 긋는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대안정치의 탈당으로 호남발 정계개편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이들이 외치는 제3지대 신당 창당과 관련해 먼저 과거 국민의당에서 함께 했던 바른미래당 내 호남계와의 교감이 주목되고 있다.

앞서 대안정치가 주최한 제3지대 관련 토론회에 참석하며 교감을 보여온 바른미래당 내 호남계 중진 박주선 의원은 바른미래당이 주축이 된 제3지대 빅텐트론을 꺼내들며 호응하고 나섰다.

박 의원은 1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국민이 신뢰하고 기대할 수 있는 제3지대 빅텐트를 쳐서 중도, 실용, 개혁, 민생 네 가지 가치에 동의하는 모든 정치세력과 신진세력이 합해서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을 대신하는 정당으로 서자고 주장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대안정치도) 그런 전제를 계산하고 탈당한 것으로 이해한다”며 “당내에선 아직 제3지대 빅텐트를 설치할 것인가, 다른 당과 통합할 것인가에 대해 공식적인 논의를 해본 일이 없다. 지금부터라도 논의하고 토론해 결말을 내려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야 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바른미래당 내에서 치열한 토론과 결과를 갖고 바른미래당이 함께 통째로 참여하는 빅텐트가 돼야 한다. 그런 노력을 당내에서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바른미래당 내 비당권파의 생각은 다르다. 오신환 원내대표는 13일 출입기자단과의 차담회에서 “평화당 탈당파들과 함께 통합하는 것은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다”라며 대안정치와의 통합에 선을 그었다.

오 원내대표는 “제3지대 신당 창당이란 것이 내부적으로 완전히 새롭게 변화하고 혁신하는 과정 속에서 뭔가 역할이 주어진 것이지, 단순히 ‘호남자민련’처럼 형성되는 모습에는 전혀 동의할 수 없다”며 “혁신도 변화도 아닌 아무런 감동 없는, 오히려 국민들한테는 구태스럽게 보이는 모습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호남발 정계개편 전망에 대해서도 “그런 것에는 단순히 감동도 없을 뿐 아니라 의미 부여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그것보다 철저한 자기혁신 속에서 국민들이 ‘새로워지는구나’, ‘변화하는구나’, ‘다시 기회를 줄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이 들게 스스로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며 “단순히 1 더하기 1이 2도 안 될 것”이라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대안정치, 그 파급력은?

이처럼 제3지대 신당 창당을 내세우며 닻을 올린 대안정치에 대한 셈법이 엇갈리는 가운데, 대안정치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녹록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대안정치의 실질적인 목표는 제3지대 신당 창당이지만, 실제 내용은 호남 신당을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현재 정당 구도를 보면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나 자유한국당 등 거대양당과 정의당 등 확실한 지지층을 갖고 있는 정당들이 전체의 과반을 훌쩍 넘는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안정치가 경쟁해 확보할 수 있는 지지율이 얼마 없다는 설명이다.

또한 실질적으로 대안정치가 우군 확보 타깃으로 삼은 바른미래당 내 호남계, 당권파의 경우에도 쉽게 움직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엄 소장은 “바른미래당 당권파가 그동안 유승민계, 안철수계 등 비당권파와 당권싸움을 벌이면서 내놓은 자강론 등 늘어놓은 말이 너무 많아 (당내 상황이) 쉽게 정리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정계개편 과정에서 상처를 많이 받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역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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