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BMW 화재는 계속, 약속은 뒷전…소비자 불신만 키워간다
[기자수첩] BMW 화재는 계속, 약속은 뒷전…소비자 불신만 키워간다
  • 박주환 기자
  • 승인 2019.08.16 18: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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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무더위의 고비를 넘겼다 싶었던 8월 중순. 또 다시 BMW 차량에서 불이 났다. 15일 오전 9시 25분경 경상남도 김해시 동김해 나들목 인근을 주행하던 320d GT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이다. 운전자의 신속한 대피로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불은 엔진에까지 옮겨 붙어 소방대가 출동한 후에야 진화됐다. 

BMW 리콜이 시작된 지 어느덧 1년이 넘었다. BMW는 지난해 7월 27부터 엔진화재 우려 차량에 대한 리콜 조치에 돌입했다. 대상이 된 차량은 520d 3만5115대, 320d 1만4108대, 520d x드라이브 1만2377대 등을 포함해 총 10만6000여대나 됐다. 국내 리콜 이후 유럽에서는 디젤차 32만여 대를 무상수리 한다는 보도가 나왔고 올해 4월에는 미국에서 18만여 대를 추가로 리콜 한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BMW의 차량 화재는 그야말로 전 세계적인 이슈로 부상했다. 

그러나 BMW의 리콜 조치에도 소비자들의 불신은 진화되지 못했다. 보상 문제에 접점을 찾지 못한 차주들은 집단 소송에 나섰고, 리콜에 포함되지 않은 차량에도 불이 나면서 불신은 더욱 깊어졌다. 급기야는 일부 건물 주차장에서 BMW 차량의 출입을 거부하는 사태까지 생겨났다. 

실제로 BMW는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 및 다나와자동차 등이 내놓은 자료를 살펴보면 BMW의 올해 1월부터 7월까지의 판매량은 2만1721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2017년과 2018년 각각 3만2186대, 3만8527대를 팔았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감소폭이다. 이에 따라 동기간 BMW의 국내 수입차 시장 점유율도 24% 수준에서 16%대로 하락했다. 

BMW의 행보를 보면 오히려 불신을 더욱 키워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BMW는 최근 리콜차량에 대한 렌터카 지원을 사실상 중단하라는 공문을 각 지점에 보냈다. 자발적인 리콜 이후 무상렌터카를 지원한다던 대대적인 약속이 무색해지는 조치였다. BMW는 현재의 리콜 요구량은 각 지점이 보유한 로너카만으로도 충당이 가능하고 고객요청시 렌터카를 지원할 수 있다는 설명을 내놨지만 공지문의 뉘앙스가 사뭇 심상치 않다. 

공지문의 내용을 보면 ‘렌터카는 원칙적으로 지원되지 않으며 예외적 필요시에만 승인 후 진행’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모든 지점은 렌터카를 지원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로너카를 우선적으로 제공하는 한편 이를 원치 않는 고객에게는 1회에 한해 택시비 4만원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공문이다. 

아직 리콜이 온전히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약속이 철회 된다는 것은 중대한 신뢰의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 더욱이 각 지점의 상황에 따라 차량 지원에 대한 여건이 다를 수 있어 고객 불편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이 점은 BMW 측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이 같은 조치에 대한 고객 공지나 국토교통부와의 사전 교감도 없던 것으로 전해져 더욱 논란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BMW의 대내외적 불신은 자초한 측면이 크다. 앞서서도 BMW는 자사의 잇단 차량화재 발생 이후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고 원인으로 지목된 EGR(배기가스 재순환장치) 결함 및 흡기다기관 천공 관련 기술분석 자료를 수개월 동안 지연해 제출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정부의 민간합동 조사에서는 BMW가 화재 위험성을 알고도 이를 은폐 및 축소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으며 리콜 결정 이후 화재위험 차량을 리콜 대상에서 제외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난 5월에는 BMW 코리아 김효준 회장이 서울지방경찰청에 소환돼 조사를 받기도 했다. 

국토부와 BMW는 화재원인을 두고 여전히 논쟁을 벌이고 있다. 정부는 화재 원인을 EGR시스템 설계 결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BMW는 신품 교체만으로도 재발을 막을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이 같은 갈등이 시사하는 바는 BMW의 화재가 아직도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아직 리콜되지 않은 BMW차량은 1만여 대. 이 가운데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모두 8대의 BMW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BMW의 설명대로 현재 리콜 대상으로 남아있는 차량에는 차주의 해외 이동 등 허수가 포함돼 있을 수 있다. 하지만 15일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여전히 화재 위험을 안고 있는 차량들이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개인에 있어서나 기업에 있어서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회피하는 자세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특히나 안전과 관련된 문제에 있어서는 좀 더 보수적인 시각을 갖고 더디게 해결해야할 책임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BMW의 렌터카 지원 ‘원칙적’ 중단 조치가 마치 이 모든 사태를 급하게 끝내려는 모습처럼 보인다면 비약일까. 어떤 관계에서든 신뢰라는 건 결국 태도의 문제다. 소비자가 기업에게 기대하는 모습도 바로 그런 책임 있는 자세일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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