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투증권, 고용보험기금 DLS 투자로 원금 80% 손실
노동부, 운용사 평가 강화…한투증권 교체 가능성↑

ⓒ한국투자증권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한국투자증권이 독일 국채 금리 연계 DLS(파생결합증권) 투자로 대규모 손실을 보면서 고용보험기금 운용사 자리를 계속 지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손실로 고용노동부가 주간운용사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방침을 내세우며 한투증권의 운용사 중도 교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고용보험기금 위탁운용주간사인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7월 두 회차에 걸쳐 독일국채(10년) 금리 연계형 상품(DLS)에 투자해 476억6000만원의 손실을 봤다. 투자 1년 만에 원금의 81.6%를 날린 것이다.

해당 상품은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0% 이상일 경우 5~6% 고수익을 내지만 금리가 내려갈수록 원금까지 손실을 입는 고위험 상품이다. 금리가 –0.1% 이하로 내려가면 원금의 20%가 손실되기 시작해 -0.5% 이하부터는 원금 전액을 잃는다.

고용부는 한투증권이 투자를 결정할 당시인 작년 7월 미국과 유럽에서 금리인상 흐름에 있었던 점, 최근 10년 이내 독일의 금리가 마이너스로 하락한 사례가 극히 적었던 점(1회) 등을 고려해 투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올해 2월 이후 독일 국채금리가 급락하면서 손실이 발생했다. 한투증권은 금리가 하락하자 펀드 중도 매각 등을 검토했지만 금리가 수시 등락하고 만기 이전 매각시 10% 내외의 추가 손실이 불가피한 점 등을 고려해 만기 상환을 결정했다고 부연했다.

정부는 고위험 상품 투자에 나선 고용보험기금에 대해 기금평가에서 ‘우수’ 등급으로 평가됐다. DLS 손실이 지난달 확정돼 평가에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게 정부의 설명이다.

다만 고용부는 고용보험기금이 지난달까지 2853억원의 수익을 올리고 DLS가 포함된 채권자산군에서도 805억원의 수익을 내는 등 개별 상품으로 인한 손실에도 전체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유지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고용보험기금이 공적 자금인 만큼 수익성보다 안정성을 바탕으로 운용한다는 점에서 투자 방식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특히 주간운영사에 대한 책임과 선정과정에 대한 문제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앞서 한투증권은 금융당국으로부터 불법대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운용사에 선정되면서 자격 시비가 이어져 왔다. 한투증권은 지난 3월 28일 고용보험기금 위탁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지난 2015년 4월 이후 두번째로 기금 운용사로 낙점된 것이다.

당시 한투증권은 발행어음 자금을 최태원 SK 회장에게 부당 대출을 한 혐의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었다. 하지만 고용보험기금 운용사 후보에서 배제되지도 않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후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위원회가 올해 5월 22일 5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며 한투증권의 불법대출 혐의를 인정했다. 검찰 또한 관련 혐의에 대한 조사를 5월부터 진행 중이다.

고용부는 4년마다 성과 평가 등을 거쳐 주간운용사를 선정한다. 이에 이같은 논란에도 한투증권은 올해 주간운용사로 재선정돼 앞으로 4년간 고용보험기금을 운영하게 된다.

이번 대규모 투자 손실이 발생하면서 기금 운용사 선정 과정과 함께 투자 의사 결정 체계도 도마위에 오르게 됐다.

논란이 일자 고용부는 투자의사결정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한편 주간운용사와 개별 펀드 운용사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기금 손실 사례가 기금 주간운용사 성과평가에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제도와 체계를 개선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주간운용사의 중도 교체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당장 내년 한투증권의 지위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위탁운용사 계약기간은 4년이지만 매년 3월 운용성과를 평가해 계약 유지 여부를 점검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운용사 평가 체계 강화에 나서면서 한투증권이 운용사 지위를 잃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기금 투자 손실과 관련해 한투증권 관계자는 “고용부에 문의하라”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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