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TV와 옥수수TV의 결합, 가입자 1400만여명 확보
시정조치‧망사용료 부담 등 경쟁력 악화 우려도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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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방송3사가 모인 콘텐츠연합플랫폼과 SK텔레콤은 지난 1월 옥수수와 푹의 결합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상파 방송3사와 SK텔레콤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결합을 승인함에 따라 국내 최대 OTT가 탄생하게 됐다. ‘웨이브(WAVVE)’라는 이름으로 출범할 이 서비스는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해외 OTT의 대항마로 지목된다. 다만 공정위가 조건으로 내건 시정조치와 불평등한 망사용료 부담 등에 따라 국내 OTT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OTT운영을 위한 지상파 방송3사와 SK텔레콤의 통합법인은 다음달 18일 영업양수도 및 신주 인수 절차를 마치는 동시에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통합법인 및 서비스의 명칭은 ‘한류(K-wave)’와 ‘파도(Wave)’의 의미를 담아 ‘웨이브(WAVVE)’로 결정했다. 

서비스 전반에 대한 승인은 전날인 20일 이뤄졌다. 공정위는 지상파 방송3사가 모인 콘텐츠연합플랫폼의 SK브로드밴드 OTT 사업부문 양수 건과 SK텔레콤의 콘텐츠연합플랫폼 주식 30% 취득 등을 심사해 조건부로 승인했다. 

다만 공정위는 신산업 분야에서의 혁신경쟁 촉진이 필요하다며 ▲OTT 사업자와의 기존 지상파 방송 VOD 공급계약 정당한 이유 없이 해지 또는 변경 금지 ▲OTT 사업자의 지상파 방송 VOD 공급 요청 시 합리적이고 비차별적인 조건으로 성실하게 협상 ▲홈페이지 또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 무료로 제공 중인 지상파 실시간 방송의 중단 또는 유료 전환 금지 ▲SK텔레콤의 이동통신서비스 또는 SK브로드밴드의 IPTV를 이용하지 않는 소비자의 OTT 가입을 제한 행위 금지 등의 조건을 내걸었다.

앞서 이들은 지난 1월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각각 운영해오던 온라인동영상서비스를 결합해 신규법인을 출범하기로 했다. MOU 이후 양자 간 실계약이 이뤄졌으며 지난 4월 공정위에 기업결합 신고가 이뤄졌다.

콘텐츠연합플랫폼과 SK브로드밴드는 각각 푹(POOQ)TV와 옥수수TV를 운영해왔다. 푹은 지상파 콘텐츠에 강점을 보여 왔고 옥수수는 케이블 방송 위주의 서비스가 돋보였다. 이번 결합은 지상파와 케이블을 아우르는 통합 서비스의 출범이자 1400만여명 규모의 가입자를 확보한 거대 OTT 서비스의 탄생을 의미한다. 현재 옥수수의 가입자는 946만명, 푹의 가입자는 400만명 정도다. 

통합법인 ‘웨이브’는 생산된 콘텐츠 제공을 넘어, 오리지널 콘텐츠의 제작‧공급 계획도 세웠다. SK텔레콤이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900억원 규모의 자금도 여기에 사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웨이브’ 탄생은 해외 기업들에 의해 위축된 국내 OTT 기업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웨이브’가 이처럼 공격적인 투자를 추진하는 이유는 넷플렉스 및 유튜브 등 해외 OTT에 대항하기 위함이다. 실제 넷플릭스는 지난 2016년 국내 시장에 진출한 이후 한국 오리지널 컨텐츠에 1500억원을 투입했다. 

그 결과 넷플릭스의 지난 2월말 기준 방문자는 240만2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9만9000명에 비해 3배 이상 수준으로 급증했다. 이와 함께 업계에서는 넷플릭스의 유료이용자 역시 지난 6월 기준 184만명 수준에 이르렀고 결제액도 241억원에 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오는 11월에는 세계적인 미디어 기업 월트디즈니의 OTT ‘디즈니플러스’가 서비스를 시작한다. 디즈니는 이미 어떤 매체에도 뒤지지 않을 오리지널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으며 제작 여건도 갖추고 있는 만큼 북미 지역을 시작으로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는 내년 초쯤 진출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이 국내 OTT의 경쟁에 한계를 부여해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밖에도 공정한 경쟁을 위해서는 해외 OTT가 망사용료를 부담하지 않고 있는 시장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망사용료란 국내 온라인망을 사용하는 기업들이 지불하고 있는 비용으로 이동통신사들을 비롯한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정보통신기술 기업들이 매년 수백억원을 내고 있지만 넷플릭스, 유튜브 등 해외 기업들은 제외돼 왔다. 

다만 공정위의 시정조치에 대해서는 1년 이후 합리적 근거가 있을 경우 변경을 요청할 수 있다는 단서가 있어 업계에서도 크게 문제 삼지 않는 분위기지만 망사용료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논의 요구가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 ‘웨이브’의 이태현 대표는 21일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국제방송영상마켓(BCWW)’ 2019에서 이 같은 상황을 ‘기울어진 운동장’에 비유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웨이브는 글로벌 OTT 업체에 대항할만 하다고 판단한다. 국내의 드라마, 음악 등은 글로벌 경쟁력을 인정받았다”라면서도 “네이버, 카카오, 왓차 등은 이통사들에게 연간 망사용료로 몇백억씩 내지만 유튜브, 넷플리스 등 해외 사업자들은 이를 거의 부담하지 않고 있다. 국내 OTT 업체들이 글로벌 업체에 맞서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울어진 OTT 시장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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