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A 중학교서 TVOCs·포름알데히드 등 유해물질 검출
대책마련 촉구 국민청원·등교거부 등 학부모 반발 이어져

사진출처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사진출처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경기 평택시의 한 실설 중학교 교실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돼 개학이 연기된 가운데 해당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의 부모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청원을 올렸다.

지난 19일 시작된 ‘평택 A 중학교, 목숨 건 등교가 정당한가요?’라는 제목의 청원에서 자신을 A 중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자녀를 둔 부모라고 밝힌 청원자는 “부실시공과 붕괴위험, 발암물질이 가득한 곳에서 수업을 받아야 한다”며 “기본권인 생존권을 지켜달라고 아무리 외쳐도 돌아오는 건 침묵이다. 엄마들은 등교거부를 외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청원자는 “교육청은 그냥 지내다 보면 새집증후군이 없어진다고 말한다. 속이 터진다”면서 “발암물질과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학교로 아이를 보내기가 무섭다. 아이들을 지켜달라”고 말했다.

A 중학교는 여름방학을 마치는 지난 12일 개학이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공기질 측정결과 환경 안전기준치를 넘는 총 휘발성 유기화합물(TVOCs)과 자일렌이 검출됐다.

주로 호흡기를 통해 인체에 흡수되는 TVOCs는 두통, 현기증, 피로 등을 일으키며 노출 정도가 심할 경우 마비, 의식 상실 등 신경계에 장애를 일으키는 발암물질이다. 자일렌은 새집증후군을 일으키는 물질 중 하나로, 피부 접촉이나 호흡 등을 통해 체내에 흡수될 경우 구토, 두통, 현기증, 호흡곤란 등 다양한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지난 6월 23일 평택교육지원청(이하 교육청)이 실시한 1차 측정에서는 2층의 1학년 1반 교실과 컴퓨터실에서 각각 622.7㎍, 1334.6㎍의 총 휘발성 유기화합물(TVOCs)이 검출됐다. 이는 학교보건법 상 관리기준인 400㎍/㎥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또 컴퓨터실에서는 784.7㎍의 자일렌이 검출돼 환경부 신축 공동주택 실내공기질 권고기준인 700㎍/㎥을 초과했다.

이후 같은 달 28일 실시된 2차 측정, 7월 23일 이뤄진 3차 측정에서는 컴퓨터실에서 각각 639.9㎍/㎥, 1420.1㎍/㎥의 TVOCs가 검출됐다.

개학을 앞둔 지난 6일 실시된 4차 측정에서는 1학년 1반 교실에서 467.6㎍이 검출됐다. 컴퓨터실에서는 무려 기준치의 여섯 배가 넘는 2882.0㎍의 TVOCs와 1155.9㎍의 자일렌이 검출됐다. 또 시청각실에서는 1629.4㎍의 TVOCs와 504.9㎍의 포름알데히드(학교보건법 상 관리기준 80㎍)가 검출되기도 했다.

이처럼 학생과 교사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에도 교육청은 법정 수업일수를 이유로 개학을 강행하려고 했다. 학부모들이 이에 반발하자 교육청은 A 중학교 관계자, 학부모들과 만나 대책을 논의한 끝에 방학을 연장하기로 했다.

교육청 “야간에도 환기 가동…등교학생 비율 증가”

A 중학교는 올해 신설된 학교로 지난 3월 1일 개교했다. 그러나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인근 신설 초등학교의 빈 교실에서 수업을 진행했다. 이후 7월 2일부터 A 중학교 건물에서 수업을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측정 이후 7월 1일부터 5일까지 학교장 재량휴업을 시시하고 조기 여름방학을 실시했다.

8월 12일 개학을 앞두고도 공기질이 개선되지 않자 A 중학교는 14일까지 방학을 연장하고 지난 16일 개학했다. 아울러 학부모 의견을 수렴해 상급기관에 수업일수 감축을 요청한 상황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시공사와 하도급업체 간의 금전적 분쟁으로 공사가 3개월가량 중단됐다”며 “지난 6월까지 공사 지연으로 신설 초등학교의 교실을 빌려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교육청은 학생안전 확보를 위해 임시휴업, 단축수업 등의 대안을 제시했으나 학부모들은 잦은 임시휴업으로 인한 겨울방학 단축, 안전 미확보 등을 이유로 이를 반대했다.

인근 학교 등 제3의 교육공간을 마련해달라는 학부모들의 의견도 있었으나 A 중학교 인근에서 9학급의 학생을 수용할 수 있는 학교를 찾기는 어려웠다.

이 관계자는 “공기질 개선을 위해 삼림욕기 설치, 피톤치드 작업 등을 시행했으나 아직 5차 측정 결과가 나오지 않아 등교를 거부하는 학부모님들도 있다”면서 “지난 16일에는 67%의 학생이 등교했으며 21일은 80% 이상의 학생들이 등교했다. 등교하는 학생 비율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청은 청원자가 주장한 부실시공, 붕괴위험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학부모들이 4층 골조공사가 설계도와 다르게 시공됐다는 의혹을 제기했으나 시설팀과 감리단 확인 결과 설계도대로 진행됐다는 것이다.

현재 교육청은 A 중학교에 인력을 배치해 야간에도 공기순환기 가동, 환기를 실시하고 있다.

사진출처 = A 중학교 홈페이지 캡처
사진출처 = A 중학교 홈페이지 캡처

5차 측정서도 기준치 최대 7배 초과

그러나 이 같은 조치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교육청이 지난 15~16일 이틀간 진행한 5차 공기질 측정 결과 음악실 2188.8㎍, 컴퓨터실 1974.5㎍, 시청각실 1609.2㎍, 방송실 2998.2㎍, 보건실 1173.9㎍의 TVOCs가 검출됐으며 1학년 8반 교실 486.5㎍, 3학년 2반 교실 1084.4㎍로 일반교실에서도 기준치를 넘어섰다.

또 음악실, 시청각실, 방송실 등 특별교실에서 기준치 이상의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됐다.

5차 측정 결과 일반교실에서도 기준치 이상의 유해물질이 검출되자 A 중학교는 지난 21일 긴급 학부모협의회를 개최해 22~23일 이틀간 평택청소년문화센터에서 진로교육을 진행한다. 오는 26일부터는 자연환기·강제환기·원인 물질 조치 등 안전대책을 병행하며 정상수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후 일정은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통해 결정할 예정이다.

A 중학교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22~23일 이틀간 외부에서 체험학습을 진행하고 학교에서는 분석 결과를 토대로 학생들이 안전한 교실에서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26일부터는 정상수업과 함께 베이크아웃(실내온도를 높여 유해물질을 제거하는 방식), 삼림욕기 가동, 학생 하교 이후 대형 선풍기를 통한 환기 등 안전대책을 진행한다”며 “또 측정결과에 따라 피톤치드 도포작업을 실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학교 측은 학부모들이 전수조사를 요구한 만큼 교육청과의 조율을 통해 빠른 시일 내 6차 측정을 실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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