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웹툰 무단 도용 불법사이트 수사 촉구 기자회견 ⓒ뉴시스
지난해 5월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웹툰 무단 도용 불법사이트 수사 촉구 기자회견 ⓒ뉴시스

【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원조 웹툰 불법 공유사이트로 알려진 ‘밤토끼’ 운영자가 검거된 이후 주춤하는 듯했던 웹툰 불법 공유사이트 시장이 다시 활개를 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웹툰 불법 공유사이트 신고 및 차단 처리 등 심의 절차 간소화와 모니터링 인력 증원 등 대책을 통해 근절에 나섰지만 효과가 미비하다는 평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더불어 저작권법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는 한편 웹툰을 소비하는 독자들의 인식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등 웹툰 불법 공유사이트 근절 방안에 관한 의견이 분분하게 이어지고 있다.

웹툰가이드가 제공한 웹툰 불법 공유사이트 트래픽(PV) 자료 편집 ⓒ투데이신문
웹툰가이드가 제공한 웹툰 불법 공유사이트 트래픽(PV) 자료 편집 ⓒ투데이신문

판치는 웹툰 불법 공유

지난해 5월 23일 부산경찰청은 국내 최대 웹툰 불법 공유사이트 ‘밤토끼’ 운영자 검거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밤토끼는 2016년 10월부터 허위로 법인을 설립해 미국에 서버를 두고 운영돼 왔다. 밤토끼는 네이버와 카카오를 포함해 유료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 탑툰, 투믹스 등에서 서비스하는 다양한 장르의 국내 웹툰 9만여편을 불법으로 복사해 게시해 왔다.

밤토끼 월 평균 방문자 수는 3500만명, 하루 평균 116만명으로 국내에서 13번째로 방문자 수가 많은 사이트로 급부상했다. 이들은 배너광고료라는 명목으로 도박사이트 등으로부터 매월 최대 1000만원씩 총 9억500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도 받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밤토끼의 위력은 상당했다. 웹툰 정보 제공·분석 서비스 ‘웹툰가이드’의 웹툰통계분석서비스 ‘WAS’ 집계자료에 따르면 2017년 1월부터 2018년 8월까지 웹툰 불법 복제로 인한 누적피해액은 1조8621억원에 달한다. 8월 기준 피해액은 무려 1208억 원이다.

불법 복제된 작품 수는 3955편으로, 이는 2003년 이후 제작된 한국 웹툰의 누적 작품 수 8500여편에 46%에 달하는 양이다.

한때 웹툰 불법 공유사이트 시장의 80%를 점유할 만큼 강력했던 밤토끼 검거 이후 주요 웹툰 불법 공유사이트 방문자·페이지뷰 수가 크게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도 잠시 새로운 웹툰 불법 공유사이트들이 등장하면서 피해는 원점으로 돌아왔다.

웹툰가이드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밤토끼가 검거되기 전인 2018년 1월부터 5월까지 웹툰 불법 공유사이트 트래픽(PV), 즉 폐이지뷰 수는 ▲1월 8억6307만8605뷰 ▲2월 8억8800만4786뷰 ▲3월 9억3316만8763뷰 ▲4월 10억1492만4455뷰 ▲5월 9억5814만8206뷰로 집계됐다.

밤토끼가 검거된 직후인 6월에는 5억4261만6036뷰로 급격히 감소했다. 그러나 이후 PV는 다시 증가 추세를 보이며 지난해 9월부터 올해 6월까지 약 10억~16억뷰를 꾸준히 유지했다. 밤토끼 검거 이전보다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웹툰가이드는 본지에 “유사 웹툰 불법 공유사이트의 올해 상반기 월 최고 PV를 살펴보면 호두코믹스는 밤토끼 최대 트래픽의 91%, 툰코는 77%로 증가를 많이 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갤러리에 웹툰 불법 공유사이트 ‘호두코믹스’를 검색한 결과 캡처 <사진 출처 = 디시인사이드갤러리>

“불법 사이트 인식개선 우선”

방심위는 지난해 11월 해외 웹툰 불법 공유 사이트 근절을 위한 대책으로 차단 심의 기간을 일주일 이내로 단축하겠다고 밝혔다.

이전까지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저작권보호원을 거쳐야 했지만 방심위가 직접 접수해 처리함으로써 시간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듬해인 2019년부터는 담당 인력을 늘려 3~4일 이내로까지 대폭 기간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그러나 웹툰 불법 공유사이트는 잠시 주춤했을 뿐 다시 성행했고, 방심위 대책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관련법이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행 저작권법 제136조에서는 저작재산권, 그 밖에 이 법에 따라 보호되는 재산적 권리(제93조에 따른 권리는 제외한다)를 복제, 공연, 공중송신, 전시, 배포, 대여, 2차적저작물 작성의 방법으로 침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이를 병과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저작권법 위반에 따른 처벌 수위가 침해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2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불법웹툰사이트 단속을 강화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게재됐다.

청원자는 “웹툰을 불법으로 구독하는 것은 작가들을 무시하시는 것뿐만 아니라 작가라는 직업을 가진 분들의 인생을 망치는 것과 같다”며 웹툰 불법 공유사이트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저작권법이 강화돼야 한다. 저작권침해로 인해 벌어들인 수익에 준해 불법사이트 운영자들로부터 저작권자에게 피해기간동안 만큼의 마땅한 피해 보상금을 지불하게 하고, 불법사이트 이용자들 또한 가해자이기 때문에 벌금을 물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처벌 이전에 저작권문제의 심각성을 알려주고 나라에서 저작권 관련 법안을 강화하고 개선함으로써 애초에 잘못된 방식의 문화생활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무엇보다 웹툰을 소비하는 독자들의 인식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한다.

웹툰가이드 관계자는 “공개한 PV 자료만 보더라도 불법사이트 이용률이 줄어드는 듯하다가 다시 늘어나고 있다. 밤토끼 검거 이후 불법사이트들이 직접적으로 많이 노출되진 않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의식의 변화가 필요한 것 같다. 방심위 조치에 따라 심의 절차가 간소화돼 불법사이트 접속이 어려워짐에 따라 불편함을 느끼며 이용률이 줄어든 현상은 있지만 여전히 불법사이트를 이용하거나 추천하는 사례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거 성행했던 음원과 영화 불법 공유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늘어난 것처럼 웹툰에 대해서도 이 같은 의식변화가 이뤄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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