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아 지음/416쪽/153*224mm/2만3000원/이학사


【투데이신문 김지현 기자】 저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를 통해 ‘악의 평범성’에 대해 설파한 한나 아렌트는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철학자다. 27살부터 25살까지 무국적 난민이였던 그는 이를 토대로 정치적 권리 박탈과 의미에 대해 고찰하기도 했다.

최근 그의 ‘정치 행위’ 개념을 통해 본 쫓겨난 자들의 정치적 주체화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 <한나 아렌트, 쫓겨난 자들의 정치>가 출간돼 눈길을 끈다.

‘쫓겨난 자’는 근현대 유대인의 정치사에서 초창기에 등장한 주체 개념인 파리아(pariah)를 우리말로 번역한 것이다. 더불어 오늘날 사회‧정치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기도 하다.

아렌트가 나치 독일에서 ‘독일계 동화 유대인 지식인’이자 ‘무국적 난민’으로서 경험한 쫓겨남을 통해 얻은 관점은 아렌트의 정치 행위 개념을 구성하는 중요한 계기이자 기준점이 된다. 아렌트의 행위 개념은 이러한 철학과 정치의 긴장유대인 정체성 경험으로부터 만들어진 것이다.

이 책은 아렌트의 유대인으로서의 경험이 그의 정치 사유에 끼친 영향을 다각적으로 고려했으며, 조금 더 나아가 그 경험을 유대인의 경험에 한정하지 않고 근현대 국민국가 및 사회에서 ‘쫓겨난 자’의 경험으로 확장해 살펴보고 있다. 다시 말해, 한나 아렌트의 쫓겨난 자로서의 경험을 다른 쫓겨난 자들의 경험과 연결해 그의 ‘정치 행위’ 개념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밝혀나가고 있다. 

아렌트의 쫓겨남의 경험은 지금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난하다는 이유로, 외모 때문에, 정규직이 아니라는 까닭으로 쫓겨나거나 차별 당하는 경험을 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쫓겨남에 대항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누군가를 잃고 삶을 이어간다는 것은 과연 어떤 의미이며, 기억하겠다는 약속은 어떻게 지켜질 수 있는지, 정치적 경험이 전무한 사람들이 어떻게 정치적 언어를 구성하고 집단적 행위를 시작할 수 있는지, 고통과 상처의 정치적 의미는 무엇인지, 상처가 고립과 혐오로 이어지지 않고 저항과 연대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책은 아렌트의 사유의 궤적을 따라가며 이러한 질문에 대해 답하고 있다. 그러면서 아렌트에게서 이후의 탐색을 위한 개념적 자원을 발견해나가면서 우리 시대의 문제를 확인, 공유코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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