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사진출처 =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최근 서울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일본인 관광객이 30대 남성에게 폭행을 당한 이른바 ‘홍대 일본인 폭행 사건’이 SNS를 통해 퍼지면서 ‘반일’ 운동이 ‘혐일’로 번져가는 것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23일 발생한 이 사건은 피해 여성 A씨가 자신의 SNS를 통해 피해 현장을 촬영한 영상과 사진을 공개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A씨에 따르면 30대 남성 B씨는 A씨 일행을 따라가 헌팅을 시도했으며, 이를 무시하자 A씨 등에게 욕설을 퍼붓고 불안함을 느낀 A씨 일행이 동영상을 촬영하기 시작하자 A씨의 머리채를 잡아당기는 등 폭행을 했다.

피해 이후 병원에서 검사를 받은 A씨는 머리를 강하게 맞아 목과 오른팔이 마비됐으며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수 있어 통원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B씨는 머리채를 잡은 것은 맞지만 직접적으로 때린 적은 없다는 입장이다. A씨 측이 마치 자신이 A씨를 때린 것처럼 사진이나 영상을 편집해 게시했다고도 주장했다.

B씨는 <YTN>과의 인터뷰에서 A씨가 먼저 자신에게 외모 비하발언을 했으며 이에 자신이 화가 나 욕을 하자 일본인 관광객들도 같이 욕을 했다고 설명했다. B씨는 사건에 대해 “개인적 싸움이었을 뿐 일본에 대한 악감정은 없다”며 반일운동과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이 사건 발생 당일 경기 김포시의 한 골프장에서는 50대 남성이 주차장에 주차된 일본산 차량 3대를 훼손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 남성은 경찰 조사에서 “골프를 치러 가는데 일본 차량 3대가 연달아 주차돼 있어 순간적으로 화가 나 범행했다”고 범행 사실을 인정했다. 한일관계가 악화하는 가운데 일본산 차량을 타는 차주들에게 화가 나 범행했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 12일에는 부산의 한 고깃집에서 ‘일본인 출입 금지’ 현수막을 내걸어 SNS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해당 현수막에는 ‘힘내라 대한민국’, ‘일본인에게는 어떤 서비스도 제공하지 않습니다’ 등의 문구가 함께 적혀있었다.

해당 현수막에 대해 한국에서 활동 중인 프리랜서 기자 라파엘 라시드는 자신의 SNS에 “이것은 국가주의가 아니라 인종차별주의다(This ain't nationalism, this is racism)"이라는 글을 올리며 비판했다. 국적을 이유로 한 차별이라는 지적이다.

최근 일본제품 불매운동 등 국민적 반일운동이 이뤄지는 가운데 이 같은 사건들이 알려지자 반일을 넘어 ‘혐일’ 문제로 비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한 트위터 이용자(@dda**********)는 "반일을 넘어서 혐일이 된 것 같다. 한국인으로서 부끄럽다“는 트윗을 올렸으며 다수의 SNS 이용자들도 ‘반일운동은 일본 정권 내지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 대한 반대여야 하며, 일본인 혹은 일본제품 사용자들에 대한 혐오감정으로 번져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사건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은 만큼 혐일은 과도한 우려라는 지적도 있다.

상지대학교 교양학부 이종우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반일운동이 혐일로 번지는 것은 과도한 우려”라며 “한국사회는 아직까지 이성적으로 잘 대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혐일 범죄나 행위들이 확산되는지를 봐야 한다”면서 “오히려 해당 범행을 저지른 이들에 대한 비난 목소리가 높다. 한국시민들은 잘 대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혐일은 한국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아닌 일부 사람들의 과도한 행위이며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지배적인 만큼 걱정할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오히려 문제가 되는 것은 일본 정부와 일본 언론의 태도”라며 “이 같은 사건들을 부풀려서 일본사회에 확산시키는 등 혐일이 한국사회 전체의 이야기인 양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 등 한국에 대한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시작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혐일로 번져 의미가 퇴색되지 않도록 시민사회의 차분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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