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 검찰 압수수색...임상중단 등 거듭 악재
인보사 사태 코오롱티슈진, 결국 상장폐지 수순
주가폭락 악재, 소액 투자자 피해 줄소송 예상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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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주식시장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평가받던 바이오산업이 주요 기업의 연이은 악재로 신뢰도 하락 위기에 처했다. 최근 코오롱의 세포유전자 치료제 인보사 사태에 이어 신라젠의 임상 중단과 경영진의 부당한 주식거래 문제가 불거졌다. 업계에서는 거듭된 사업 실패 사례가 누적되고 있는 가운데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까지 맞물리면서 바이오산업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될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황금알 낳는 거위’의 배신

한 때 코스닥 시장을 주도했던 신라젠은 신약 임상중단에 이어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주가 처분 의혹까지 더해지면서 연일 주가가 추락하고 있다.

28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김영기) 이날 오전 부산 북구 소재 신라젠 본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이번 압수수색은 신라젠 일부 임원들의 미공개정보이용 주식거래 혐의를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신라젠은 항암바이러스 ‘벡사펙’ 글로벌 임상3상 중단 권고를 받으면서 시장에 충격을 줬다. 신라젠은 이달 초 독립적인 데이터 모니터링 위원회(Independent Data Monitoring Commitee, DMC)와 펙사벡 간암 대상 임상3상 시험(PHOCUS)의 무용성 평가 관련 미팅을 진행했고 그 결과 DMC가 임상시험 중단을 권고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사실상 회사 가치의 대부분이라고 평가받던 신약 개발에 제동이 걸리면서 주가도 추락했다. 공시가 있었던 지난 2일 신라젠 주가는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져 52주 신저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이후 잠시 시장에서 신라젠 주가가 반등기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임직원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 거래 의혹이 불거지면서 다시 시장은 흔들렸다.

지난해 부장급 직원이 스톡옵션으로 49억 원을 번 뒤 퇴사한데 이어 ‘펙사백’ 관련한 미국 권고가 나오기 전 신사업추진을 담당하고 있는 신라젠 신현필 전무가 16만7777주를 매도(처분금액 88억원)하는 등 내부 임원의 대규모 주식 매도가 벌어지며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일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이 직접 수사에 나서면서 주가는 또 다시 추락했다.

신라젠 주가는 검찰의 압수수색 소식에 30%가량 급락했다. 28일 오전 11시30분 현재 신라젠 주가는 전 거래일(1만2850원) 대비 3850원(29.96%) 급락한 9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신라젠 주가가 1만원 이하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17년 2월 이후 2년 6개월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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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상 신라젠 대표ⓒ뉴시스

이에 앞서 코오롱그룹의 ‘인보사 케이주’(이하 인보사) 상장폐지 문제가 코스닥 시장을 뒤흔들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26일 기업심사위원회를 개최해 코오롱티슈진의 상장폐지를 심의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코오롱티슈진이 개발한 세계 최초의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 인보사는 핵심 성분 중 하나가 애초 허가받은 것과 다르다는 드러나 논란이 됐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보사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내렸고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이 투자자보호를 위해 상장폐지를 심의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주식시장 흔들, 투자자 피해 불가피

코오롱티슈진이 상폐 수순 소식은 주식시장에 충격파를 줬다. 이미 코오롱티슈진은 인보사 허가 취소로 지난 5월 종가 8010원으로 코스닥 시장에서의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코오롱티슈진 모회사인 코오롱생명과학의 주가는 이틀 연속 폭락세를 보이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주가는 28일 오전 장중 8%대까지 급락했다. 27일 21%대 하락에 이어 이틀연속 30%가량 폭락한 것이다.

여기에 신라젠 사태까지 더해지면서 제약·바이오주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문제는 추진 사업 실패 뿐 아니라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등으로 불거진 피해가 고스란히 투자자들에게 전이되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코오롱티슈진의 경우 상장폐지가 최종적으로 확정될 경우 소액주주 5만9000여명의 1800억원 투자금액과 함께 시가총액 4800여억원이 휴지조각이 된다. 이에 코오롱티슈진 소액주주 등 투자자들의 줄소송도 예상된다. 현재 코오롱티슈진은 투자자와 환자 등으로부터 제기된 피소 가운데 드러난 것만 5건 이상이다. 총 손해배상 청구액 규모는 500억원을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상 중단으로 인한 사업 신뢰도 하락에 경영진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처분 의혹으로 도덕성에 타격을 입은 신라젠 또한 주가 하락에 따른 투자자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실제 배상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손실이 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한 주식거래 특성 때문이다. 이에 실제 상장폐지 된 주식의 손해배상 소송이 승소한 사례는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배임혐의 법 적용 문턱이 높아 경영진의 책임을 묻는 과정도 순탄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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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석 코오롱생명과학 사장이 지난 4월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버텍스코리아 비즈니스센터에서 열린 인보사 유전자 치료제 관련 미팅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뉴시스

‘양날의 검’ 바이오, ‘묻지마 투자’ 없어질까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 사태로 주가가 널뛰며 주식시장에 혼선을 준데 이어 올해 코오롱과 신라젠 등 주요 상장사 악재가 연이어 불거지면서 바이오 종목에 대한 신뢰 하락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다.

나아가 바이오산업에 대한 투자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바이오산업은 매출 등 당장 성과 없이 장기간 자금 투자가 필요한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 이른바 ‘성공 가능성’에 기대 투자가 이뤄지는 것으로 일반 제조업과 달리 재무적 리스크가 크고, 신약 개발 등 성과를 내기까지 과정도 험난하다.

이에 시장에서는 최근 바이오 리스크가 반복되면서 그동안 투자 관행의 변화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묻지마 투자 방식에서 탈피해 대신 옥석가리기에 집중할 것이란 분석이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임상 성공 후 투자심리는 일시적으로 개선되겠지만 이후에는 옥석을 가리려는 투자자들의 노력이 깊어지고 투자전략도 더욱 현실적으로 바뀔 것”이라며 “R&D비용을 과도하게 집행하는 제약사들에 대해선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가 적용되고 바이오시밀러, 보툴리늄 톡신, 임플란트, 의료기기 등 가격경쟁력을 기반으로 수출을 통해 이익성장을 꾀하는 일부 업체에 더욱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어 “바이오 섹터 주가는 이벤트에 선행해 왔고 가치평가도 해외 피어그룹과의 막연한 비교로 이뤄진 경우가 많았지만 앞으로 주가는 이벤트에 후행하고 가치평가도 냉정해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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