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두 번째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청문회 개최
기업·국방부·환경부·질병관리본부까지 문제점 집중 추궁

가습기살균제 참사 기업분야 증인들. 왼쪽부터 이치우 전 LG생활건강 생활용품 사업부 개발팀 직원, 박헌영 LG 생활건강 대외협력부문 상무, 박동석 옥시 PB대표이사, 곽창언 옥시 PB 대외협력전무. ⓒ투데이신문
가습기살균제 참사 기업분야 증인들. 왼쪽부터 이치우 전 LG생활건강 생활용품 사업부 개발팀 직원, 박헌영 LG 생활건강 대외협력부문 상무, 박동석 옥시 PB대표이사, 곽창언 옥시 PB 대외협력전무.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 청문회에 참석한 옥시레킷벤키저와 LG생활건강이 가습기살균제사건에 대해 아쉽고 참담한 심정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전향적인 배·보상 책임에 대해서는 단독으로 대책을 내놓기 어렵다는 등 조건부로 일관해 피해자들의 질타를 받았다.   

27일에 이어 28일까지 이틀째 이어진 가습기살균제참사 진상규명 청문회는 옥시레킷벤키저(이하 옥시)와 LG생활건강(이하 LG생건) 등 기업 분야와 국방부·환경부·질병관리본부 등 정부 분야로 나눠 각종 문제점을 짚어보고 진상규명에 나섰다.

LG생건, ‘119가습기살균제’ 흡입독성 검사 없이 ‘안전’ 주장 
옥시, “SK·정부가 잘 했어야” 회피성 발언에 항의 빗발

첫 번째 순서인 1부 기업 분야 세션에서는 옥시 본사의 임직원 개입 여부와 LG생건에서 나온 119가습기세균제의 안전성 문제 등을 추궁했다. 그러나 LG생건 차석용 대표와 옥시의 외국인 임원인 락스만 나라시만, 아타사프달, 거라브 제인 등 핵심 증인이 참석하지 않아 원론적인 답변과 형식적인 사과가 이어졌다.

옥시에 대해서는 다국적기업인 본사의 개입 여부와 정부가 인정한 ‘천식’ 피해자에 대한 배·보상 협의를 지연한 행위 등의 의제가 나왔다.

최예용 특조위 부위원장은 “옥시는 13년이나 외국인 대표 체제로 운영됐지만 감옥에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며 외국인 임원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조위가 공개한 옥시 직원들끼리 주고받은 이메일을 통해 가습기 살균제 관련 문제가 대표이사에게 충분히 보고될 사안임을 확인시키기도 했다. 

최 위원장은 “거라브 제인의 경우 2016년 검찰 출석 요구에 불응하고 국회 국정조사에도 불출석했으며, 같은 해 12월에 인도 정부에 범죄인 인도요청을 했으나 그마저 거절당해 2018년 5월 인터폴에 적색 수배된 상태다”라며 옥시 측에 범죄자를 고위직 임원으로 발령한 것이 회사 차원에서 책임져야 할 일이 아닌지 질의했다.

이에 박동석 옥시 대표이사는 “개인적인 형사사건이기 때문에 관여를 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아울러 최 위원장은 “옥시의 천식 질환에 대한 배·보상 협의 지연행위는 폐 손상 때와 마찬가지로 끝까지 인정하지 않는 태도로 대응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고, 이에 박 대표이사는 “8월 12일 환경부에서 해당 자료를 전달받았기 때문에 아직 내부적 검토를 거치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또 전향적인 피해 배·보상에 대한 질문에 박 대표이사는 “가습기살균제문제는 다양한 원인으로 장기간에 걸쳐 복잡하게 얽혀있다”며 “저희 회사 단독으로 대책을 내놓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박 대표이사는 “있어서는 안될 가습기 참사가 왜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게 됐는지 살펴봤더니 원재료 공급사인 SK케미칼과 정부에서 더 안전한 기준을 내놨어야 했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같은 옥시의 발언에 방청석에서는 “피해자가 할 말이다”, “살인기업 옥시”라며 피해자들의 고성과 울분이 터져나왔다. 

이와 관련 황필규 비상임위원은 “옥시는 사회적 기업이라는데 정부보다 먼저 나서서 선제적인 대책을 내놓은 적이 없다. 이것이 옥시가 말하는 윤리경영이냐”라며 “거라브제인의 가장 중대한 죄목은 옥시 제품으로 사람을 죽인 것이지만 아직도 공공연하게 임원으로 일하고 있다. 죄를 짓지 않았다면 당당하게 조사를 받고 무혐의 처리를 받는 게 맞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LG생건에 대해서는 가습기살균제 원료인 염화벤잘코늄(BKC)의 안전성이 집중적으로 조명됐다.

이날 특조위는 환경부가 2017년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의뢰한 실험결과를 발표했다. 실험결과에 따르면, 염화벤잘코늄 물질이 90일가량 반복 흡입됐을 경우 비강과 후두 등 상기부 호흡기 계통에, 고농도로 흡입할 경우 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게다가 특조위 조사 결과 LG생건은 ‘경구독성’ 실험만 했을 뿐 ‘흡입독성’ 실험은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경구독성 실험은 입을 통해 소화기관에 들어가는 약물이 신체에 장애를 일으키는지의 여부를 보는 것으로, 코·입 등 호흡기를 통해 들어가는 가습기 살균제는 흡입독성 실험을 해야 한다. 

특조위가 공개한 1997년 LG생활화학연구소의 ‘119가습기세균제거 살균력 및 방부력 평가 결과 최종 처방 송부의 건’ 자료에는 염화벤잘코늄의 ‘경구독성값’은 있지만 ‘흡입독성값’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에 홍성칠 비상임위원은 “흡입독성테스트도 안 했는데 어떻게 ‘전신독성 위해성 없음’이라고 하느냐”고 질의했다.

박헌영 LG생건 대외협력부문 상무는 “흡입독성 실험을 직접 하지 않았다”라며 “안전하다는 주장은 일반적인 독성학 자료들과 문헌을 활용한 결과지만 지금 생각하면 당시 당연히 해야 했었는데 아쉬운 점이 있다”고 해명했다.

최예용 부위원장은 “특조위에서 부산시의 공무원을 대상으로 LG생건 가습기살균제를 쓴 사람들을 조사한 결과 20명의 사용자가 나왔고 이 중에는 사망 사례도 있었다”며 피해자들의 배·보상 문제에 대한 대책을 물었다.

이에 박 상무는 “현재 국가 기관에서 진행하는 인과관계 실험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신속하고 빠른 배·보상을 할 의향이 있다”고 발언했다.

LG생건은 이제껏 흡입독성물질로 인정받지 못했던 염화벤잘코늄을 사용해 만든 ‘119 가습기 살균제’를 1998년부터 2001년까지 판매했다. 

ⓒ투데이신문
선서하는 가습기살균제 참사 정부 분야 증인들. 왼쪽부터 박준동 서울대 의대 교수, 강춘 국립보건연구원 과장, 이남우 국방부 인사복지 실장, 석웅 국군의무사령관, 노형욱 국무조정실 실장. ⓒ투데이신문

피해신고자는 빙산의 일각, 그 빙산을 힘 합쳐 들어내야
환경부·질병관리본부, 피해자 찾는 노력 부족·소극적 질타

1부에 이어 진행된 2부 정부분야 세션에는 윤성규 전 환경부 장관과 조명래 환경부 장관,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등이 참석했다.

특조위는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벌어진 후에도 피해자 찾기에 적극적이지 않은 환경부의 소극적인 대처와 국방부의 미온적인 군 피해자 추산과정 등을 추궁했다. 

정부분야를 시작하면서는 가습기살균제 피해 지원과 관련해 정부의 사건 초기의 소극적인 행정과 피해자 지원 과정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최 부위원장은 “실제 피해자 대비 피해구제 신청자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며 신청자도 모두 자발적으로 신고한 것이다”라며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피해자 찾기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2017년 국립환경과학원이 발표한 가습기살균제참사 관련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가급기살균제 사용자가 350만∼400만명, 건강피해 경험자가 49만∼56만명, 병원 진료 경험자가 35만∼40만명에 이른다고 나와 있지만 정부에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신청한 사람은 6509명에 불과하다”고 발언했다.

최 부위원장은 정부의 구체적 노력 방안으로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가 지역 보건소를 통해 각 가구를 방문하며 진행하는 지역사회건강조사를 활용하는 방법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있는 전 국민 의료 빅데이터 활용 등을 제시했다. 

답변 중인 조명래 환경부 장관 ⓒ투데이신문
답변 중인 조명래 환경부 장관 ⓒ투데이신문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최 부위원장의 제안에 대해 “지역사회건강조사를 활용하는 방안은 보건복지부 및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시행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데이터에서 특정 질병의 빈도를 확인해 피해자를 추적하는 방법 등을 찾아보겠다”고 답변했다. 

최 부위원장은 질병관리본부의 피해조사에 대한 행정 과정에도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질병관리본부에서 수행한 원인미상의급성폐손상증후군에 대한 초기 역학조사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것. 

게다가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피해신고 문의에 추가 접수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안내하는 등 접수사례를 사실상 무시했다고도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당시 정부의 태도로 봤을 때 폐손상 조사위원회가 사퇴 의결 등으로 강하게 나가지 않았다면 초기 34명의 확진자 지원으로 끝났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지난 2013년 4월 4일 당시 폐손상 조사위원회는 각 의심사례에 대한 추가조사를 주장했다. 하지만 이를 반대하는 정부와의 의견 불일치로 그달 11일 조사위원회 사퇴서를 제출했다. 이에 정부는 다음달인 5월 6일 위원회 측 의견을 수용해 가습기살균제 폐손상 의심사례 조사 재개 발표를 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양병국 전 보건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당시 저는 질병관리본부의 담당 국장으로서 2011년 4월 말에 첫 신고를 접수한 후 조사를 즉각적으로 시행했으며 민간의원 사퇴에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며 “당시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의 기본 입장은 접수된 것이라도 빨리 진행하자는 입장이었으며 이 조사를 시행하지 않으려 했다거나 초기 (피해자)34명으로 국한하려 했던 바가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군 현역 입대 후 증상 호소하자 정신질환자로 분류
군 부대 55곳서 가습기살균제 2416개 구매…‘군인 병원’ 의무사 62% 소비

국방부가 특조위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총 55개 부대에서 2416개의 가습기살균제를 구매했다. 이 중 절반이 넘는 1612개가 의무사령부 소속 15개 부대에서 사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였던 청년이 군입대 후에 고통을 호소하자 국방부 측에서는 ‘빨리 나가려면 정신적인 문제로 처리하는 것이 낫다’면서 ‘정신질환자’로 병명을 분류한 점이 드러나 부실한 군의 보건안전 시스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황전원 상임위원은 “해당 청년은 가습기 살균제로 천식을 앓았으며 담당 주치의로부터 폐 기능이 약하다는 소견을 받은 병사였다”라며 “정부와 기업의 잘못으로 피해자가 됐는데 여기에 정신적 질환까지 추가하는 게 대한민국과 국방부가 할 일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석웅 국군의무사령관은 “신고 및 지원센터를 만들면 이런 문제까지 챙겨 볼 수 있을 것이다”라며 “군 복무가 불가능한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발언하는 석웅 국군의무사령관(준장) ⓒ투데이신문
발언하는 석웅 국군의무사령관(준장) ⓒ투데이신문

이틀 동안 이어졌던 가습기 살균제 청문회는 28일 일정으로 마무리 됐다. 이는 지난 2016년 국정조사에 이어 국가기관이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가해 기업과 정부의 책임을 물은 두 번째 자리였다. 

청문회 의장인 장완익 위원장은 청문회를 마치며 “청문회를 통해 기업의 참사 발생과 대응 과정의 문제점, 정부의 관리 감독과 피해 지원의 문제점, 진정성 있는 사과와 피해 구제에 대한 답을 얻고자 했다”며 “피해자의 절실함을 담아 진행했음에도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이번 청문회가 진상 규명을 위한 마중물이라 생각하고 특조위는 진실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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