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 선고를 시작하고 있다. ⓒ뉴시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 선고를 시작하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박근혜 전 대통령, 최순실씨,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을 모두 다시 심리하라고 판결했다.

전합은 29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징역 25년에 벌금 200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환송했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특가법상 뇌물 혐의는 다른 범죄 혐의와 구별해 분리 선고해야 함에도 1·2심 재판부가 이를 분리하지 않아 위법하다는 것이다. 공직자의 뇌물죄는 선거권 및 피선거권 제한과 관련되기에 현행 공직선거법 제18조 제3항은 선출직 공직자의 특가법상 뇌물죄에 대해 다른 죄와 분리 선고하도록 정하고 있다.

전합의 판단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의 파기환송심은 유죄가 인정된 뇌물 혐의에 대해 다른 범죄 혐의인 직권남용 및 강요 혐의 등과 구별해 따로 선고해야 한다. 이 경우 형량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에 대해서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삼성이 최씨의 딸 정유라씨 승마지원 과정에서 제공한 말 3필의 구입비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영재센터)에 지원한 금액을 뇌물로 인정한 것이다.

이 부회장의 2심 재판부는 말 구입액이 아닌 말 사용료만을 뇌물로 인정했다. 그러나 전합은 삼성과 최씨 사이 말 소유권 이전에 대한 의사 합치가 있었다며 말 구입액도 뇌물로 봤다.

전합은 “이 부회장은 최씨에게 말 소유권 이전에 대한 의사를 전달받고 원하는대로 해주겠다는 의사를 밝혀 실질적 사용·처분 권한을 이전한다는 의사 합치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며 “말 사용료만을 뇌물로 인정하는 것은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고 일반상식에도 어긋난다”고 밝혔다.

또 전합은 삼성의 조직적인 이 부회장에 대한 승계 작업이 있었다고 인정하고 이와 관련해 삼성과 박 전 대통령 사이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를 토대로 삼성이 영재센터에 지원한 16억2800만원도 뇌물이라고 인정했다.

부정청탁의 대상이 명확히 정의돼야 하고 그 인식은 뚜렷하고 명확해야 한다는 이유로 승계 현안이 없다고 판단한 원심 판단은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전합은 삼성이 독일 법인 코어스포츠에 용역비를 송금한 것과 관련해 이 부회장의 재산국외도피죄는 무죄로 판단했다.

박 전 대통령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최순실씨에 대해서도 징역 20년에 벌금 200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전합은 미르·K스포츠재단 등 출연금을 기업에 요구한 것은 강요죄가 성립할 정도의 협박이 아니라며 이를 유죄로 판단한 원심에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날 전합의 판단에 따라 이 부회장의 뇌물제공 총액은 50억원이 늘어나 실형이 선고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최씨에 대해서는 일부 무죄 취지로 2심이 다시 이뤄지게 됐으나 형량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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