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개통하던 노동자 6층서 추락, 55일째 의식불명
지부 “안전대책 없이 쥐어짜는 죽음의 일터 바뀌어야”

ⓒ희망노조연대
희망노조연대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가 지난 28일 오후 8시경 LG유플러스 부산초량사옥 앞에서 ‘안전한 일터를 위한 투쟁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희망노조연대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LG유플러스 인터넷 설치 노동자가 6층 높이의 아파트에서 작업 중 추락해 55일째 의식불명 상태다. 노조는 위험한 작업환경에 대해 수년간 개선을 요구했지만 수용되지 않았고 결국 사고로 이어졌다고 말한다. 더욱이 LG유플러스의 통신업 재해율은 노조 조합원 기준 업계 평균 17배에 달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어 안전문제에 대한 중대한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9일 희망연대노동조합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에 따르면 지난 7월 6일 오전 11시경 부산 중구의 한 아파트에서 인터넷 개통 업무를 하던 설치기사 김모(41)씨가 5~6m 높이에서 낙상 사고를 당했다. 김씨는 아파트 내부에서 인터넷 선을 끌어올 수 없어 창문 밖으로 작업을 하려다가 추락했다. 뇌출혈 진단을 받은 김씨는 응급수술 이후 재수술까지 받았지만 여전히 의식을 찾지 못했다.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는 이에 따라 지난 28일 오후 8시경 LG유플러스 부산초량사옥 앞에서 ‘안전한 일터를 위한 투쟁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이들은 “안전대책 없이 쥐어짜기만 하는 죽음의 일터, 위험노동 산업재해 LG유플러스가 책임져라”라며 위험한 작업현장의 개선을 촉구했다.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에 따르면 이번 사고는 예견된 일이다. 지부는 노조가 조직된 지난 2014년부터 중계기 설치의 위치를 낮춰 추락사고를 방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지부는 이밖에도 원활한 개통작업을 위한 중계기 추가 설치, 인력증원을 통한 안전 확보, 고정급여 실시 등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본청인 LG유플러스는 번번이 비용을 문제로 이를 거부해왔다는 설명이다. 

이를 증명하듯 LG유플러스의 설치기사들의 재해율이 동종업계 평균 17배에 달한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고용노동부가 집계하고 발표한 산업재해현황 통계를 살펴보면 올해 1분기 통신업 재해율은 0.05인데 반해,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 조합원 95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재해율은 0.84나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의식불명에 빠진 김씨가 소속됐던 LG유플러스 서부산서비스센터에서는 지난 4월에도 감전사고가 발생했다. 이 노동자는 인터넷선 설치를 위해 전신주에 올라갔다가 전기에 감전돼 화상을 입고 피부이식 수술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부는 전날 진행한 투쟁결의대회에서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 안전대책 없이 쥐어짜기만 하는 죽음의 일터를 바꾸려고 한다”라며 “위험한 현장을 안전하게 바꾸고 노동자들이 스스로 자기착취를 하는 특수고용 임금체계를 없애나가려 한다”고 공표했다. 

희망연대노조 박장준 정책국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 같은 문제를 지난 2014년 노조를 만들고 나서 계속 얘기해왔다. 인력도 부족하고 임금체계도 매건별로 집계되기 때문에 노동자 입장에서는 작업을 서두를 수밖에 없다”라며 “위험한 현장이라고 판단되면 설비나 추가 인원을 요청해 작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하지만 원청은 이게 모두 비용이라고 생각하고 거부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노조가 있는 사업장도 이렇게 힘든데 다른 사업장은 재해가 은폐될 가능성도 있다. 이건 방송통신업계 전체의 문제다”라고 강조했다. 

LG유플러스는 당초에도 하청업체에서 안전교육을 진행해 왔지만, 사고 이후 보다 철저한 교육과 안전장비 확보 및 재발방지가 이뤄지도록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대리점에서는 그동안에도 안전관련 교육과 제반조치들을 취해왔다고 말한다. 다만 계속 사고들이 발생하고 있으니 추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대책을 요구했고 이에 대한 고민과 검토작업을 하고 있다”라며 “필요하면 제반장비, 시설들을 확보하라고 전달했고 직원들의 안전이 1번이다는 의견도 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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