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일 만에 정개특위 넘은 선거법 개정안
합의 처리 촉구하는 與…반발하는 한국당

홍영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장이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개특위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자유한국당 장제원 간사와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홍영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장이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개특위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자유한국당 장제원 간사와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준연동형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이 지난 29일 첫 문턱인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통과했다. 지난 4월 30일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의 합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검경수사권조정안 등 사법개혁 법안들과 함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지 121일 만이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르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에 최장 180일, 법제사법위원회에 최장 90일간의 체계·자구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 부의된다.

이날 정개특위의 의결로 선거법 개정안은 최장 180일간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심사할 수 있는 기간 중 59일을 줄였고, 정개특위를 떠난 선거법 개정안은 법사위로 넘겨졌다.

자유한국당 여상규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법사위에서 90일간의 심사 기간을 모두 채울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선거법 개정안은 오는 11월 27일 본회의 표결이 가능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법 개정안 처리에 대해 자유한국당이 “패스트트랙 처리 과정에서 앞으로 더 이상 정치협상은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선거법에 대한 여야 합의와 처리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협조 촉구하는 민주당…반발하는 한국당

민주당은 선거법 개정안 통과와 관련해 최종 확정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게임의 룰을 정하는 선거법 개정을 여야의 합의로 처리하기 위해 지금까지 제대로 된 선거법 개정안을 내놓지 않는 자유한국당이 협상 테이블에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정개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홍영표 의원은 29일 선거법 개정안 표결 이후 “오늘 불가피하게 (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하게 됐는데, 자유한국당이 지금이라도 정치개혁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에 적극 응해야 한다”며 “자유한국당은 오늘만 넘기면 내년도 4월 선거는 지금 이대로 치를 수 있다고 생각하신 것 같으나, 태도를 바꿔 진정성을 갖고 국민들이 바라는 정치개혁에 적극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도 이날 “법안 내용과 관련한 정치적 합의, 협상의 여지는 얼마든지 열려있다”며 “자유한국당 쪽에서 어깃장을 놓는 선거제 개선안을 제출하는 게 아니라,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포함한 안을 내놓고 협상에 나오면 충분한 논의를 통해 합의를 도출할 수 있다는 신념을 잃지 않고 있다”고 보탰다.

이해찬 대표 역시 30일 확대간부회의에서 “중요한 점은 이번 의결이 선거법 개정의 최종 확정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란 점”이라며 “선거법은 게임의 법칙인 만큼, 법사위 계류기간동안 여야 간 충분한 협의를 통해 여야가 합의해 확정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자유한국당을 향해 “이제부터 협상을 시작해 오는 12월 15일 (21대 총선) 예비후보 등록기간 전 확정돼 안정적으로 내년 선거가 이뤄질 수 있도록 가능한 협상에 임해줄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패스트트랙 진행 과정에서 더 이상의 정치협상은 없다고 선언하며 총력 저지 의사를 밝힌 상태로, 향후 여야 간의 갈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29일 긴급의원총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상상할 수 없는 저항을 하겠다”며 “패스트트랙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앞으로 더 이상 정치협상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인사청문회를 제외한 국회 일정 보이콧을 시사하면서 내달 정기국회가 공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나 원내대표는 30일 “야당에게 국회는 중요한 투쟁의 장이므로 함부로 국회를 버리진 않는다”며 국회 일정 보이콧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지가처분 신청과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고, 홍영표 위원장과 김종민 안건조정위원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형사고발하고, 장외와 원내 투트랙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밝히는 등 선거법 개정과 관련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선거법 개정에 대한 여야 합의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준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한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준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의결한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이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입장차 큰 여야 4당과 한국당…향후 정국은

선거법 개정과 관련해 여야 4당과 자유한국당의 입장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여야 4당이 합의한 선거법 개정안은 의원정수는 300명으로 유지하되, 지역구 의석수는 225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 의석수는 75석으로 늘리며, 정당 득표율의 50%를 권역별로 배분하는 준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도 주요 골자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국회의원 정수 270명 축소, 비례대표 폐지’ 안을 내세우고 있다. 이처럼 선거법 개정과 관련해 여야 간의 입장차는 크다.

여야 4당은 비례대표 폐지를 주장하는 자유한국당의 안이 반대를 위한 반대안이라며 제대로 된 선거법 개정 합의 의사를 보이라고 압박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역시 여야 4당의 합의안에 대해 복잡한 준연동형비례대표제의 의석수 산출 방식을 문제 삼으며 정치적 야합을 통한 일방적인 선거법이라고 맞서고 있어 합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편 선거법 개정안의 정개특위 통과와 관련해 여야 4당과 자유한국당이 극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으로 얼어붙은 정국은 향후 더욱 경색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정기국회를 앞둔 상황에서 자유한국당이 앞으로 조국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에서 정부·여당에 더욱 대립각을 세울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이 진통 끝에 첫 문턱인 정개특위를 넘었지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강한 반발에 부딪힌 상태다.

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이 선거법 개정과 관련해 협상 테이블에 나오라고 압박하고 있지만, 자유한국당이 협상 거부를 선언한 상황에서 최장 90일간의 법사위 심사 동안 여야 4당과 자유한국당 간의 합의가 이뤄질 수 있을지, 강 대 강 대치 속에 본회의 표결로 마무리되며 향후 또 다른 정국의 뇌관이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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