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저대교 이미지 사진제공 = 부산시
대저대교 이미지 <사진제공 = 부산시>

【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부산 식만-사상을 잇는 낙동강 하구 대저대교 건설공사와 관련해 부산시가 낙동강유역환경청(환경청)에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가 왜곡·날조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낙동강하구지키기전국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은 지난 20일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가 환경청에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는 대저대교가 지나는 지점의 환경피해를 감추기 위해 왜곡·조작된 내용으로 가득하다”며 “관례대로라면 평가서는 관련내용의 진위와 상관없이 그대로 통과될 확률이 높다”고 주장했다.

대저대교는 부산 강서구 식만동과 사상구 삼락동을 잇는 8.24km 길이의 왕복 4차선 대교로, 오는 2024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대저대교 건설이 계획된 낙동강 하구는 세계적인 철새 도래지로 문화재보호구역(천연기념물 제179호)로 지정돼 있다.

시민행동에 따르면 시가 제출한 평가서에는 시민행동 측과 공동조사를 진행했다고 기술돼 있으나 실제로는 공동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또 사업 구간의 일부인 삼락둔치·대저둔치만 해도 각각 하루 정도가 소요됨에도 사업구간 전체에 대한 현지조사를 8시간 만에 실시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시민행동은 “형식적으로 운영하다 시의 일방적인 평가서 제출로 중단된 자문회의를 정상적으로 운영한 것처럼 기술하는 등 거짓·부실·왜곡 사례는 하나하나 열거하기 힘들 정도”라고 평가서 내용을 비판했다.

그러나 시는 시민행동 측의 주장에 대해 허위사실이라고 반박했다. 시는 전체 생태계 조사 시간은 15일간 총 63시간 15분가량 이뤄졌으며 특히 조류 조사는 7일간 총 44시간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또 시민단체와 공동조사를 벌여 의견수렴을 거쳤음에도 환경단체가 사업에 제동을 걸고 있다고 주장했다.

시민행동은 환경영향평가 날조 등을 이유로 지난 20일 오거돈 부산시장과 환경영향평가 대행사 대표를 부산지검에 고발하는 한편 환경청 앞에서 평가서 부동의를 촉구하는 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대저둔치에서 촬영된 큰고니. 사진출처 = ‘습지와새들의친구’ 홈페이지
대저둔치에서 촬영된 큰고니. <사진출처 = ‘습지와새들의친구’ 홈페이지>

‘조작 vs. 허위사실’ 대립…환경청 “전문위원회 구성해 검토”

시는 주변 교량과의 거리도 가깝지 않고 철새민감지역을 피해 계획된 만큼 대저대교 건설로 인한 환경영향은 미미하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저대교가 건설되는 구간은 문화재 보호구역이다. 때문에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생태조사라든지 그런 부분은 다른 지역에 비해 더 엄중하게 조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공동조사가 없었다는 시민행동 측의 주장에 대해선 “시민행동 측이 안내를 하면서 공동조사를 수행했다. 시민행동 측이 보낸 공문에도 ‘공동조사’라는 표현이 담겨있고, 공동조사에 대한 시민행동 측과의 대화 녹취록도 있다”며 “이와 별도로 조류학을 전공한 경북대 교수 등 조류 전문가들이 공동으로 조사를 진행해 신뢰성이 더 제고된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이 관계자는 “서부산권 개발에 따라 만성적인 교통체증을 완화할 배후도로의 필요성이 높아졌다”며 “철새민감지역을 피해 계획을 하고 있고 다른 교량과의 거리도 1.6km로 가깝지 않은 만큼 환경영향은 미미하다고 본다”고 대저대교 건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시민행동 측은 시의 보고서가 조작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시민행동 박중록 집행위원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조사 내용, 시기, 방법, 참여 인원 등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이 되지 않아 공동조사가 지연되던 중 새로 부임한 도로계획과장이 현장 답사를 하고 시민단체의 의견을 청취하겠다고 해 시민단체와 공무원들이 현장답사를 한 적이 있다”면서 “이를 갖고 시는 ‘공동조사’를 했다고 날조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집행위원장은 “시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 있다고 주장하는데, 검찰 고발장에 이것이 거짓이라고 명기했다”고 덧붙였다.

시가 제출한 평가서에 대해서도 “조사를 하지 않은 시간에 조사를 했다고 기록한 경우도 있다. 또 한 사람이 8시간도 안되는 시간에 조류, 포유류, 곤충, 양서류, 파충류, 탐문조사 등 8km가 넘는 구간을 모두 조사했다고 돼 있다. 조류 하나만 조사한다고 해도 하루 갖고는 모자라다”고 주장했다.

양측의 대립 속에 환경청은 지난 29일 평가서의 거짓·부실 여부를 가리기 위한 검토 전문위원회 구성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위원회의 활동시기, 위원 등 구체적인 사항은 평가서 검토시한인 내달 4일 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사진출처 = ‘습지와새들의친구’ 홈페이지
사진출처 = ‘습지와새들의친구’ 홈페이지

‘공탁제’ 도입 등 환경영향평가 제도개선 요구

아울러 시민행동 측은 환경영향평가제도의 허점을 지적하며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환경영향평가 대행업체에 평가서 작성을 대행하도록 하는 등 제도상의 허점으로 인해 지금의 제도는 실효성 있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저대교뿐 아니라 4대강 보, 설악산 케이블카, 경북 영주시 영주댐, 흑산도 공항 등이 모두 환경영향평가를 둘러싸고 발생한 문제들이다.

환경단체들은 사업 진행을 가정해 평가서를 작성하기 때문에 환경영향평가제도가 개발사업의 면죄부가 되는 셈이라고 주장한다.

이 같은 폐단을 개선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는 ‘환경영향평가 비용공탁제(이하 공탁제)’를 공약으로 내건 바 있다. 공탁제는 환경영향평가를 발주하는 사업자가 공인된 발주 전담기관에 환경영향평가 비용을 공탁하고 이 기관이 공정한 방식으로 대행자를 선정해 사업자와 대행자 간의 수직적 계약관계를 수평적 계약관계로 유도하고 가능성을 배제하는 제도다.

그러나 공탁제는 아직 검토단계에 머물러 있어 시행 시기는 요원하다. 때문에 시민행동 등 환경단체들은 정부의 공탁제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한편 시민행동은 환경청과 시에 각각 재보완서의 진위 여부를 가릴 것과 대저대교 건설계획 변경 등을 촉구하며 농성와 함께 촛불문화제, 간담회 등을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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