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정 작가

김현정은 이제 서른 살의 촉망 받는 여류 한국화가다.

대중이나 미술애호가로부터 심각하게 홀대 받는 한국화 분야에서 유독 김현정 작가의 작품에 관해서는 이상하리만큼 예외로 반응이 뜨겁다.

그녀는 전시할 때마다 엄청난 화제를 불러 모으고, 수많은 관람객이 그녀의 그림에 열광한다. 심지어 그녀는 이미 미술계의 아이돌, 그리고 셀럽으로 떠오르며 실제 그런 평가를 받고 있다.

2017년 <포브스>지가 선정한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30인’에 선정된 것이 그 실제적인 증거다. 이중섭과 앤디 워홀 등 유수의 국내전을 제치고 오로지 SNS와 입소문만으로 개인전 국내 최다 관객 기록을 보여준 2016년 <내숭 놀이공원>에 6만7000명이라는 인파가 놀이공원에 다녀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녀의 작품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런 그녀가 3년 만에 이번에는 <계란 한판, 결혼할 나이>란 테마로 돌아왔다.

이번 전시는 금보성아트센터와 한국미술협회가 우수한 청년 작가에게 상금과 함께 수여하는 대한민국 청년 작가상 수상 기념 특별전이기도 하다.

이 전시에 그녀는 특유의 재치처럼 위트 있게 ‘계란 한 판, 결혼할 나이’展으로 타이틀을 붙였다. 제목에서 이미 결혼! 이제 서른 살의 그녀에게 흔하게 명절이 아니어도 쏟아지는 흔해 빠진 “결혼 안하니 ?” 같은 질문에 대한 화답이거나 솔직한 고백록으로 그림이 읽혀진다.

이전에 이미 그녀는 트레이드 마크가 되어버린 ‘내숭 시리즈’로 온·오프라인에서 넘치도록 화제를 일으킨 바 있다.

그녀는 종종 화폭에 이슈나 테마를 자전적인 주변의 이야기에서 건져 올린다.

어느 인터뷰에서 그녀는 스스로 “원래 파격을 추구하는 성격이 아니다. 오히려 다른 사람의 시선과 평가에 예민했다.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며 살아가는 것이 버거워 우울증까지 앓았을 정도니까. 그러면서 시선 때문에 생기는 표리부동한 사람들의 모습을 작품에 담아봐야겠다 싶어 ‘내숭 시리즈’를 만들게 됐다”라고 속내를 밝힌 적이 있었다.

“여자들의 속마음은 바로 이것이야”라고 솔직하고 가감 없이 발언한 그의 어법에 많은 청춘은 그래서 격하게 공감했다.

김현정은 이제 그 발언을 30대를 향하여 결혼을 무기로 화살을 날린다.

당연히 여자 30대는 결혼에 가장 민감한 세대로 특히 여자들에게 결혼은 두려움과 설렘 이전에 많은 갈등과 고뇌를 안겨주는 가장 핫한 이슈다. 김현정은 바로 그 여자들이 처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저격하고 있다는 점에서 모든 세대가 차별 없이 절대적으로 동감하는 스토리다.

그녀는 이전의 <내숭> 시리즈에서 겉과 속이 다른 여자들의 속마음을 어떻게 숨기고 들춰내는지를 속 시원하게 커밍아웃함으로써 보통 그림이 주지 못하는 또 다른 즐거움을 던져줬다.

<계란 한판의 나이, 서른> 의 결혼 편도 이 점에서 분명 쟁점이 될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그것은 여전히 보수적인 한국화단이나 화풍으로 볼 때, 여성 현실에 대한 분명 발언이자 일종의 파격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제 그녀는 <내숭>에서 <결혼할 나이>인 서른 살로 실제 옮겨 왔지만, 그녀의 화풍은 여전히 내숭 시리즈의 표현 형식이었던 한복을 주요 패션으로 장식한다.

이전의 작업이 격식과 고상함에 내숭을 올려놓은 것이라면, 이번에는 여자가 결혼에 대해 가지고 있는 모든 걱정과 설렘의 모습을 실감 나게 마치 결혼해서 몇 년 산 여자처럼 묘사한다.

▲  김현정, <결혼 : 천지차이>, 한지 위에 수묵과 담채, 콜라주, 199 x 428cm, 2019

예를 들면 신데렐라와 백설 공주 같은 동화 속에 등장하는 마법 같은 결혼을 꿈꾸는가 하면, 결혼에 대한 기품과 환상, 결혼에 대한 화려한 웨딩의 시작, 식장에서 멋있게 보이고 싶어 하는 본능적인 여인의 필사적인 다이어트, 신혼살림을 위한 화려한 쇼핑법, 살림살이의 녹록지 않은 험난한 과정, 마트에서의 알찬 시식법과 쇼핑술, 신부수업으로의 빨래하기, 집 안 청소, 혼자 밥 먹기, 출산과 육아 전쟁, 재테크, 가사노동, 혼수준비, 시어머니의 그리고 결혼전과 결혼후에 펼쳐질 그 변화무쌍한 세계를 작가는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를 패러디하고 있다.

그녀의 대표작으로 보이는 <천지차이>로 그녀는 드라마틱한 아우라와 현실의 삶의 풍경을 여전히 작가는 결혼이란 아우라에 취해 있는 듯하다.

마치 고갱의 <언제 결혼하니> 같은 물음에 즉답하듯이 말이다.

그러나 “결혼은 새장과 같다. 새장 밖의 새들은 안으로 들어오려고 애쓰며, 새장 안의 새들은 밖으로 나가려고 발버둥 친다.”라고 미셸 드 몽테뉴는 말했다. 이 아이러니를 그녀는 이해하고 있고 그것을 극적으로 대비시킨다. 마치 결혼해서 몇십 년 산 아줌마처럼 말이다.

그것도 아주 명랑하게 겉 다르고, 속 다른 풍자와 유머를 적절히 버무려가며 리얼리티와 은유를 섞어 사랑스럽게 한복의 어여쁜 여자로 그려낸다.

풍자와 위트로 둘러싸인 그녀의 그림은 모두 먼저 그녀가 표현하고 싶은 장면들을 실제 자신이 모델이 되어 마침내 모든 그림은 탄생한다.

그녀의 그림이 생동감 있게 돋보이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번거로운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또 하나 김현정은 그러한 풍속도의 기법은 그 풍경을 과거의 그림에서 빌려온다.

그 ‘21세기 풍속도’의 오늘을 혜원 신윤복의 빨래터에서 발견하고, 그것을 현대적으로 옮긴 박수근의 <빨래터>로 해석하거나 오마쥬 한다.

그 조선 시대 풍속화는 사우나에서 목욕하는 ‘목욕탕 시리즈’, 제손 빨래방에서 빨래하는 ‘빨래방 시리즈’, 미용실에서 메이크업과 머리를 하는 ‘미용실 시리즈’ 등으로 펼쳐진다.

인물의 표현법에서도 한국의 전통적인 기법인 수묵담채 기법을 쓰면서 서양화의 콜라주와 대비 되도록 이끌면서 내숭 시리즈를 아이덴티티를 간직하며 회화로 승화시키고 있다.

김현정은 기본적으로 그림이 음악처럼 우리에게 다가와 함께 나누고 대중적으로 널리 향유되기를 희망한다. 그 희망만큼 그녀는 충분히 성공하고 있다.

그렇다면 작가는 이번 전시 속의 그림들을 통하여 결혼에 두려움과 불안감을 솔직하고 흥미롭게 나타내면서 그 스트레스를 털어버릴 유쾌한 공간으로 우리를 모두 불러 초대하는 것이다.

어쩌면 그녀는 전통 한복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그의 화폭을 통해 알린 신윤복 이후 처음의 작가인지도 모른다.

▲ 김현정 작가

한결같이 한복 입은 일상 속 여인을 소재로 작품 활동을 해온 김현정 작가.

두말할 것도 없이 결혼은 ”3주일간 서로를 연구하고, 3개월간 서로를 사랑하며, 3년간 싸우고, 30년간 참는다. 그리고 아이들이 똑같은 짓을 반복한다”는 스토리를 내놓고 고백하는 고백록으로 보여진다.

궁극적으로 이번 <계란 한판, 결혼 할 나이>는 그녀가 작가 노트에서 아주 속 시원하게 밝혔듯이 “결혼, 출산, 육아에 대한 생각과 감정, .... 현재의 나에게 있어서 결혼은 머릿속에 늘 자리잡고 있는 최대의 화두”에 답하는 그림으로 보는 기자회견에 다름 아니다.

그리하여 기성세대의 결혼에 대한 고정관념을 넘어서는 중요한 담론을 불러일으키는 시간이 되기를 그녀는 기대한다. 특히 우리는 그의 제작기법도 눈여겨 볼 만하다. 그녀의 작품은 기본적으로 작가가 실제로 겪은 이야기들을 담아낸다. 그러한 풍경을 염두에 두면서 사진을 촬영하고 한복을 입은 모습과 타이츠를 입은 모습을 따로 촬영한 뒤 실제 화폭에 적절한 부분에 한지로 콜라주를 덧입힌다. 그녀의 작품들 대부분이 실제적인 리얼리티의 감정을 강렬하게 전해주는 이유가 그것이다.

김현정은 <계란 한 판, 결혼할 나이> 주제로 세대간의 이야기를 유머와 위트로 이미 김현정화풍으로 충분히 독창적인 형식을 보여 주고 그것으로 한국화단에 생동감을 불어 넣어준다.

여전히 그녀는 결혼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듯하다.

▲ 김종근 미술평론가(사)한국미협 학술평론분과 위원장고양국제 플라워 아트 비엔날레 감독서울아트쇼 공동감독
▲ 김종근 미술평론가
(사)한국미협 학술평론분과 위원장
고양국제 플라워 아트 비엔날레 감독
서울아트쇼 공동감독

마지막으로 나는 작가의 그 고민에 다음과 같은 러시아 속담 하나로 조언하고 싶다.

“전쟁터에 나가기 전에는 1번 기도하고, 바다에 나가게 되면 2번 기도하고, 그리고 결혼식장에 들어가기 전에는 3번 기도하라” 그만큼 결혼은 골치 아픈 행복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서른 살의 잔치에 나는 그녀가 세속적인 성공을 넘어 진전한 미술의 가치가 힘이 되는 그런 의미있는 노벨티(Novelty, 새로움)의 세계를 펼쳐 나갈 것을 확신한다.

아방가르드의 신화를 썼던 미국의 미술평론가 도널드 쿠스핏은 앞으로의 미술사는 인기 작가들에 의해 쓰여 진다고 했다.

적어도 김현정은 한복으로 한국화의 새로운 맛을 끊임없이 보여줄 빛나는 인기작가로 신뢰한다. 여기에서 한국화의 정통성과 정신세계는 또 다른 작가의 몫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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