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규 기자의 젠더 프리즘] 혐오세력 이겨낸 제2회 인천 퀴어문화축제…“인천에도 퀴어가 있다”
[김태규 기자의 젠더 프리즘] 혐오세력 이겨낸 제2회 인천 퀴어문화축제…“인천에도 퀴어가 있다”
  • 김태규 기자
  • 승인 2019.09.03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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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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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김태규 기자】 지난해 혐오세력의 방해로 진행되지 못한 인천퀴어문화축제가 올해는 경찰의 협조 속에 성공적으로 개최됐습니다.

지난 8월 31일 인천 부평역 북부광장에서 ‘퀴어 잇(있)다’를 주제로 열린 제2회 인천퀴어문화축제가 열렸습니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진행된 인천퀴어문화축제에는 서울·광주·경남·제주 등 각 지역의 퀴어문화축제 단체들과 인천대·경기대·연세대 등 경인권 대학 성소수자 동아리, 성소수자 부모모임 등 퀴어 인권단체 부스 50개가 마련돼 있었습니다.

또 아일랜드·독일·프랑스·영국·뉴질랜드·호주·북유럽 4개국 대사관들도 부스를 열고 축제에 함께했습니다. 이들 대사관은 지난해 혐오세력으로 인해 무산된 제1회 인천퀴어문화축제를 보고 성소수자 가시화에 힘을 보태고자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9월 8일 동인천역 북광장에서 열린 제1회 인천퀴어문화축제는 보수 개신교 등 혐오세력의 방해로 무산된 바 있습니다. 당시 혐오세력은 퀴어문화축제가 예정돼 있던 북광장을 점거하고 참가자들을 위협·폭행하는 등 축제를 저지했습니다. 어렵사리 진행된 퍼레이드에서도 혐오세력은 참가자들을 둘러싼 채 깃발을 들지 못하게 하고 구호를 외치지 못하게 하는 등 방해했습니다. 당시 경찰은 혐오세력들의 방해를 방관했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혐오세력의 반대집회가 열렸습니다. 인천기독교총연합회와 반동성애 단체 등은 인천퀴어문화축제가 열리는 북부광장 인근에서 반대집회를 열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와는 분위기가 달랐습니다. 경찰은 경력 2300여명과 안전펜스 및 경찰버스를 동원해 반대집회 참가자들의 접근을 막고 충돌을 방지했습니다.

이날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는 보이는 라디오, 무대공연 등이 이뤄졌으며 ‘혐오세력 회심 기원 심령 대부흥 성회(인천퀴어 축복식)’이 김돈회 신부(성공회 인천나눔의집), 임보라 목사(섬돌향린교회), 이동환 목사(감리교 퀴어함께)의 집례로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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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5시경부터 진행된 퍼레이드는 1000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습니다. 행렬은 북부광장을 출발해 부평구청 인근 산곡입구 삼거리까지 약 1.7km를 행진했습니다. 퍼레이드 도중 일부 혐오세력이 뛰어들어 행진을 막아섰지만 경찰의 빠른 대처로 큰 충돌 없이 행진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또 퍼레이드에서는 특별히 개신교 찬양집회 콘셉트의 디제잉이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신의 이름으로 일어나는 차별과 혐오를 전복해 신의 이름으로 서로를 사랑하고,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긍정하는 멋진 순간이었습니다.

이번 인천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한 기자는 성소수자들의 행진에서 개신교 찬양이 울려 퍼질 때 충격을 받고 당황하던 혐오세력의 표정을 생생히 기억합니다. 반대집회에 나선 혐오세력 중 많은 이들이 ‘성소수자들이 하나님의 이름을 욕되게 한다’고 여겼을 겁니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퍼레이드에서 들려온 찬양을 듣고 ‘성소수자들도 하나님 안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요.

혐오는 신의 언어가 아닙니다. 오직 사랑만이 개신교에서 말하는 신의 언어일 것입니다. 반대집회의 혐오를 넘어선 제2회 인천퀴어문화축제의 성공적인 개최를 축하합니다. 더불어 신의 이름으로 혐오를 일삼는 혐오세력이 혐오에서 돌이켜 사랑을 이뤄가기를 하나님의 이름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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