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연대, 회사기회유용 위배 지적
DB “지주격 회사 상표권 관리는 당연”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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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DB그룹의 계열사간 상표권 사용료 거래를 두고 위법성 논란이 불거졌다. 시민단체에서 오너일가 사익편취 규제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온 가운데 DB그룹은 적법한 거래라고 맞서고 있어 상표권 사용료 지급 성격을 둘러싼 위법 논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개혁연대는 지난 2일 논평을 통해 DB손해보험, DB생명보험, DB하이텍, DB금융투자 등 계열사가 사실상 지주회사인 (주)DB Inc.(이하 DB)에 지급하고 있는 상표권 사용료가 공정거래법상 금지하고 있는 회사기회유용에 해당될 수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촉구했다.

DB그룹은 동부건설 매각 과정에서 ‘동부’ 대신 ‘DB’로 상호를 변경했다. DB는 지난 2017년 6월 상표권을 출원한 이후 각 계열사들이 상호를 모두 DB로 변경했다. DB손해보험, DB생명보험, DB하이텍, DB금융투자 등 계열사 상표권 모두 DB가 출원했다.

그 결과 지난 2018년 11월부터 같은 해 12월말까지 DB그룹 계열사들은 DB에 상표권 사용료 명목으로 총 29억3000만원을 지급했다. 연단위로 환산할 경우 총 175억여원 규모다. 상품권 사용료에 적용되는 요율이 현재 0.10%에서 오는 2020년 이후 0.15%로 증가해 사용료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쟁점은 이 같은 상표권 사용료 지급이 적정하냐는 것이다. 경제개혁연대는 “DB그룹의 주력계열사로 그룹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DB손보가 연간 약 150억원 규모의 상표권 사용료를 DB에 지급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상호 변경 전 상표권 사용료를 지급한 내역이 없던 DB손보가 그룹명을 변경하고 나서 상표권을 DB가 출원하도록 한 뒤 사용료를 지급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지목했다.

이어 “DB손보가 직접 상표권을 개발·출원했다면 이러한 불필요한 부담을 줄여 회사에 상당한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계열사로부터 상표권 사용료를 거둬들이고 있는 DB는 김준기 전 회장의 장남인 김남호 부사장과 친족이 지분 39.49%를 보유하고 있어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 규제 대상회사에 해당한다. DB의 최대주주는 지분 16.83%를 보유한 김남호 부사장이다. 아버지이자 창업주인 김준기 회전 회장가 11.20%로 그 뒤를 잇고 있다.

공정거래법에서는 ‘회사가 직접 또는 자신이 지배하고 있는 회사를 통해 수행할 경우 회사에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기회’를 특수관계인이 일정 규모 이상의 주식(상장사 30% 이상)을 보유한 계열회사에 제공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동법 시행령에서 회사가 해당 사업기회를 수행할 능력이 없거나 회사가 사업기회 제공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급받은 경우, 그 밖에 회사가 합리적인 사유로 사업기회를 거부한 경우 등에 한해 예외를 두고 있다.

하지만 상표권 사용료를 가장 많이 지급하고 있는 DB손보의 경우 그룹의 주력 계열사임에도 사업기회를 수행할 능력이 없거나 사업기회 제공에 따른 정당한 대가를 지급받은 경우 등에 해당하지 않아 예외 조항에도 적용되지 않는다는 게 경제개혁연대의 해석이다.

경제개혁연대는 “공정위는 지난 5월 대림산업이 그룹 호텔 브랜드 ‘글래드’(GLAD) 상표권 사업기회를 특수관계인 회사인 APD에 제공하고 이후 계열사가 APD와 유리한 조건으로 브랜드 사용거래를 한 행위를 엄중히 제재했다”며 “DB그룹의 상표권 거래도 이와 유사한 사례로 의심되므로 공정위는 즉각적인 조사에 착수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DB그룹은 상표권 사용료 거래는 ‘당연한 일’일로 특수관계인 사익편취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맞섰다. DB그룹은 논평이 나온 다음날인 3일 입장문을 내고 이 같이 반박했다.

DB그룹은 “DB가 상표권에 대한 관리 주관회사가 된 이유는 DB가 현행 공정거래법상 계열 기업집단의 대표기업으로 지정돼 대표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회사로 사실상의 지주회사 역할을 수행해오고 있는 회사이기 때문”이라며 “지주격인 회사가 그룹 상표권을 개발, 관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밝혔다.

이어 “단지 매출액 비중이 높은 회사라고 해서 그룹 상표권을 직접 개발, 등록해야 한다는 것은 지주회사를 통한 상표권 일원화 정책과 국내 산업계 및 금융계의 현실과 배치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DB상표 개발 배경에 대해서도 “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동부건설을 인수한 사모펀드 측이 기존 ‘동부’ 상표권에 대한 사용료를 청구하는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라며 “당시 DB손보를 포함한 각 계열사들은 상표를 새로 만들지않을 경우 매출액의 0.1~0.23%에 해당하는 거액을 사모펀드에 제공해야하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DB그룹은 “DB INC는 구조조정 여파로 인해 2013년 이후 주주들에게 배당을 못해오고 있는 형편”이라며 “특수관계인의 사익편취행위가 의심된다는 주장의 근거가 과연 무엇인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경제개혁연대는 상법상 DB가 공식적인 지주회사가 아니고 공정거래법상 예외 규정에 없다는 점에서 회사기회유용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회사기회유용 위배는 맞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DB가 상법상 지주회사가 아닌데 그 역할 맡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특허출원을 총괄해야하는 지위에 있는가하는 것은 여전히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공정거래법상 예외규정에 적용되지 않아 법적으로 충돌되는 지점이 있다”며 “상표권만 출원하고 비용을 받지 않는다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겠지만 실제 사용료가 나가고 있어 결국 무엇을 우선시 해야하는냐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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