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위, 추석 앞두고 최대 50% 가량 임금 체불 예상
‘선작업 후계약’ 등 불공정한 하도급 계약구조 지적

현대중공업법인분할중단 하청노동자임금체불해결촉구 울산지역대책위는 지난 3일 오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추석 전 임금체불 현대중공업 원청이 책임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뉴시스
현대중공업법인분할중단 하청노동자임금체불해결촉구 울산지역대책위는 지난 3일 오전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추석 전 임금체불 현대중공업 원청이 책임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뉴시스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글로벌 1위 조선사를 목전에 두고 있지만 사내 하청 근로자들은 임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일부 하청업체에서 대규모 임금체불 사태가 거의 확실시 되면서 원청인 현대중공업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현대중공업법인분할중단·하청노동자임금체불해결촉구 울산지역대책위원회는 지난 3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추석을 앞둔 오는 10일 임금 지급일에 현대중공업 건조부와 도장부에서 최소 10%에서 최대 50% 가량의 임금체불이 예상되고 있다”며 “3000명이 넘는 하청노동자가 일을 하고도 임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특히 매년 10월은 하청업체 재계약 시기라 재계약에서 탈락하는 업체들의 부도 위기 속에 임금체불은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대책위원회에는 민주노총 울산본부와 울산시민연대 등 지역 시민·사회·노동단체와 정당 20여곳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협력업체의 임금체불 위기는 ‘선작업 후계약’ 방식의 불공정한 하도급 계약구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원청인 현대중공업에 책임을 물었다.

대책위는 “원청은 ‘선작업 후계약’ 방식으로 투입된 인원과 상관없는 불공정 하도급계약을 하고 있다”며 “계약을 먼저 체결하고 작업 공정에 들어가는 ‘선계약 후작업’이 일반적이지만 조선업계에선 이같은 상식이 통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단 작업에 착수하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원청이 작업대금을 얼마를 주든 주는대로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상식적인 원·하청 계약관계마저 방해해 온 원청의 갑질을 더 이상 수수방관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대중공업 측은 현대중공업 측은 일부 협력사에서 임금 체불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계약 구조와 관련한 갑질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하청 근로자 임금 미지급 문제에 대한 해법 등에 대해서는 마땅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협력사와 합의한 금액으로 계약을 체결했고 기성금 또한 공률에 따라 정상적으로 지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선작업 후계약 주장 또한 전혀 사실과 다르며 이는 이미 법원 판결 등을 통해서도 명백히 확인된 바 있다”고 해명했다.

다만 현대중공업 측은 사업 부진과 고임금 노동자 중심의 환경을 임금 갈등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일감 부족 현상이 이어지고 있고 최저임금 인상과 청장년층 조선업 입사 기피 현상으로 고령의 고임금 노동자 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의 하청노동자 임금을 둘러싼 갈등은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4월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는 당시 임금을 받지 못한 협력업체 직원들의 작업 거부하는 사태가 불거지기도 했다. 현대중공업 건조부와 후행도장부에 포함된 20여개 협력업체의 직원들이 임금 미지급을 이유로 작업을 중단, 작업 중지 인원만 약 2000여 명에 달했다.

당시 협력사들은 현대중공업이 일방적으로 기성금을 삭감해 직원 임금을 줄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원청의 책임을 물었다. 기성금은 공사 완성 정도에 맞춰 원청이 하청에 지급하는 돈을 말한다. 대책위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말까지 80%대에 달했던 기성금 비율이 50%대까지 줄어 임금을 지급할 여력 자체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기성금이 삭감되면서 협력업체 대표들이 전자세금계산서 승인을 거부하는 사태로 이어졌고 결국 2월 임금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 일부 업체의 경우 절반 정도 임금을 지급했지만 나머지는 전액 임금이 체불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책위는 현대중공업이 협력업체에 비용을 떠넘기려고 기성금을 삭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현대중공업은 협력업체에 공문을 보내 “공정지연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도급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손해 배상청구 절차도 진행할 수 있다”며 강경하게 대응했다. 동시에 협력업체들에 상생지원금을 지급키로 하면서 대다수 노동자들이 작업장에 복귀, 작업거부 사태는 어느정도 진화됐다.

하지만 하청노동자 임금을 둘러싼 갈등은 쉽게 해소되지 않았다. 현대중공업지부 사내하청지회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이하 본부)는 하청노동자 임금 인상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요구안을 제시, 본격적으로 원청과의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중공업는 노조와의 임금 협상도 난항을 겪고 있다. 노조의 대우조선 인수 반대도 해결해야할 과제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달 21일 금속노조 총파업에 동참해 부분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대우조선 인수 과정에서 회사의 물적분할 반대 및 무효화 투쟁 과정에서 조합원 1430여 명에 대한 징계방침을 확정한데 따른 결정이었다.

앞서 노조는 지난 7월 임단협 파업체제로 전환, 같은달 중순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파업을 가결하기도 했다. 현대중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기본급 12만3526원(6.68%) 인상, 성과급 현대중공업지주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산정 지급, 연차별 호봉승급분 격차 조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임금문제는 정규직 노조가 하청지회 공동투쟁을 예고, 지역시민사회와 연대 투쟁 움직임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대책위는 “현대중 노조는 오는 5일 하청노동자 총궐기대회와 원·하청노동자 공동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라며 “원·하청 노동자들의 공공투쟁을 지지하며 지역시민사회의 많은 관심과 연대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편, 현대중공업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 국내외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하며 본격적인 인수 절차에 착수했다. 두 회사의 결합이 시장의 경쟁을 제한하는지 따지는 절차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에 이어 최근 중국 당국에도 기업결합심사 신고서를 제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기업결합심사 난관을 넘어서면 사실상 대우조선 인수를 위한 절차는 마무리된다. 수주 잔량 기준으로 세계 1~2위 조선사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이 결합하게 되면 글로벌 조선시장 점유율이 21%에 달하는 ‘매머드 조선사’가 탄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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