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국홍보전문가’ 성신여대 교양학부 서경덕 교수
불매운동으로 한국 젊은층 깨어나…일본 아베 정부의 자충수
개개인 판단에 시작된 불매운동…마무리도 개개인 판단 중요
지금까진 한국 홍보 1부, 향후 업그레이드된 활동 펼칠 것

성신여대 교양학부 서경덕 교수가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는 성신여대 교양학부 서경덕 교수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일본의 수출규제로 시작된 경제보복 이후 한일관계는 급격히 냉각되고 있다.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대한 반발로 시작된 일본의 경제보복은 한국에 대한 화이트리스트(수출우대국) 배제로까지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한국에서는 대대적인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시작됐다. 자발적으로 시작된 불매운동은 금방 사그라질 것이라는 일본 측의 기대와 달리 나날이 그 기세를 더해가고 있다. 3.1운동,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올해 시작된 불매운동은 ‘독립운동은 못했어도 불매운동은 한다’는 문구로 대변되며 지속적으로, 또 차분하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홍보전문가로 잘 알려진 성신여대 교양학부 서경덕 교수는 이 같은 불매운동을 “또 하나의 문화운동으로 진화했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90년대생, 젊은층들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일본의 역사왜곡에 관심을 갖게 됐고, SNS상에서 이들이 주축이 돼 풍자와 해학이 더하며 불매운동 장기화를 이끌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이를 통해 외국인들에게도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해 알리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서 교수는 또 최근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욱일기 응원을 허용한다는 방침을 밝힌 것과 관련해서는 끝내 일본 측이 방침을 고수한다면 욱일기가 나치의 하켄크로이츠와 같은 전범기라는 사실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데이신문>은 지난 4일 서 교수를 만나 최근 일본 불매운동에 대한 생각과 욱일기 사용 문제 등에 대해 물었다.

지난 8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402차 정기 수요시위’에서 한 참가자가 일본 불매운동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지난 8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402차 정기 수요시위’에서 한 참가자가 일본 불매운동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이어지는 日 혐한 발언, 제대로 된 역사 교육 받지 못한 결과물

Q. 현재 진행 중인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가장 큰 차이는 예전 불매운동은 보통 몇몇 시민단체의 주도로 ‘동참하자’는 식으로 진행됐다면, 지금은 네티즌 개개인의 자발적 참여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생활 속에서 자신이 바로 실천에 옮길 수 있는 것들을 찾아하는 거다. 그러다보니 불매운동이 지속적으로, 광범위하게 진행될 수 있었다고 본다. 여기에는 가장 큰 매개체 역할을 했던 SNS의 힘이 컸다. 불매운동이라는 자체가 권유는 할 수 있지만, 강요할 순 없지 않나. 자연스럽게 개개인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했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Q. 과거 불매운동과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예전에는 ‘일본맥주를 마시지 말자’, ‘일본여행을 가지 말자’처럼 뭉뚱그려서 했다. 지금은 너무나 위트 있게, 재미있게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본맥주 마시지 말자’가 아니라 지금은 ‘일본맥주 한잔에 100만원에 판다’라고 한다. 같은 먹지 말라는 얘기지만 얼마나 재밌나. 또 이번에 나온 최고의 어록 중 하나가 ‘독립운동은 못했어도 불매운동은 한다’다.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나중에 밥이라도 한끼 사려 한다. 그런 위트 있고, 풍자와 해학이 있는 방식으로 불매운동을 유도하고, 재미있게 진행되는 부분들이 불매운동이 장기적으로 갈 수 있도록 하는 큰 역할을 한다는 생각이 든다.

또 예전 불매운동이 국내 위주였던 반면, 이제는 SNS나 인터넷으로 인해 재외동포와 유학생들도 많이 동참한다. 그들의 SNS 팔로워에는 외국인들이 많지 않겠나. 거기에 불매운동이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한 것이며, 그 수출규제의 가장 큰 원인은 강제징용에 대한 배상에 관련된 불만표현이었다는 걸 알릴 수 있다. ‘강제징용’이라는 단어를 외국인들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는 거다. 아울러 나이든 세대가 아니라 90년대생이 움직인다는 점도 큰 특징이다. 90년대생, 젊은층이 직접적으로 참여하다보니 더 폭넓게 진행됐다. 이들이 강제징용 관련된 부분이 이번 사태의 시발점이라는 걸 언론을 통해 알게 되고, 이 같은 일본의 역사왜곡에 관심을 갖게 됐다. 때문에 불매운동이 또 하나의 문화운동으로 진화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Q. 이번 사태가 한국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나

불매운동을 하면서 일본 아베 정부의 가장 큰 자충수라고 생각 들었던 부분이 우리 젊은층을 깨어나게 한 거다. 지금까지는 일본의존도가 이렇게 높았는지 몰랐던 거다. 반도체 생산 세계 최강국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걸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일본 부품이 그렇게 반드시 들어가야 했는지 몰랐던 거다. 이번 계기가 앞으로 한국이 일본의 의존도를 줄여나갈 수 있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됐다고 본다. 국산화, 내수화의 중요성 등에 대해 자각할 수 있었던 좋은 계기가 된 것 같다.

Q. 불매운동에 대한 일본의 반응은 어떻게 보고 있나

그들의 혐한발언은 늘 있었다. 이번에 크게 터졌던 DHC사건이 전형적이다. 한국과 중국에 큰 시장을 갖고 있으면서도 한국과 중국의 역사를 왜곡하는 발언을 방송하고 있는 거다. 제대로 된 역사교육을 받지 못했던 결과물이라 생각한다. DHC 같은 경우는 불매운동이 아니라 퇴출운동이 맞다고 제가 주도 아닌 주도를 하게 됐다. 관련해서 일본 언론은 연일 제 이름을 많이 팔더라. 그걸 보면서 느꼈던 부분은 역시 역사교육의 중요성이었다. 알고 있는 데도 그런 식으로 억지주장을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런 발언을 할 수 있다는 건 그 역사를 전혀 모른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가 계속 일어난다는 것 자체는 한 나라의 근간인 역사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는 좋은 사례라고 본다.

성신여대 교양학부 서경덕 교수가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성신여대 교양학부 서경덕 교수가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투데이신문

순수한 자발적 불매운동, 감정적 대응 경계해야

Q. 진행 중인 캠페인과 관련해 일본 네티즌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고 알고 있다. 집 주소도 노출됐다고 알고 있는데.

아직 집으로 뭐가 날아오진 않았다(웃음). 제 활동이 일본에도 많이 기사화되고, 야후재팬에 메인뉴스로 많이 노출되다보니까 일본에 있는 팔로워나 네티즌들이 당분간 오지 말라더라(웃음). 제 활동이 그들에게 많이 노출되는 걸 보면, 제 활동전략이 잘 먹힌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하는 일들이 일본의 아킬레스건을 제대로 건들고 있다’는 판단이 들기 때문에 오히려 기분은 좋다. 제 활동에 대해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메일을 보낸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또 욕먹으면 오래 산다고 하지 않나(웃음).

Q. 앞으로 불매운동 진행에 있어 경계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감정적인 대응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 네티즌들의 순수한 자발적 불매운동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그런 것들이 외신에 소개되면 한국인들이 과격하게, 감정적으로 대응한다며 마이너스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 부분과 관련해 초심을 잃지 않는 것, 우리가 왜 불매운동을 해야 되는지에 대해 정확히 인지한다면, 불매운동은 일본에 뭔가 큰 메시지를 전달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최근 있었던 일본인 관광객 폭행사건에서도 한국 네티즌들은 감정적 대응을 하지 않았다.

그렇다. 굉장히 현명한 대처를 하고 있는 거다. 해당 사건에 대해서도 이건 아니다, 오히려 일본과 감정적 대립싸움밖에 되지 않느냐는 거다. 또 서울 중구청의 NO재팬 배너 논란도 있었다. 네티즌들이 이건 관이 주도한 거처럼 해서 안된다고 해서 몇시간 만에 다 내리지 않았나. 순수하게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벌이는 불매운동이 일본이나 다른 나라에 왜곡돼 전달될 수 있다. 이런 것들도 네티즌들이 제대로 항의해서 잘못된 부분들을 바로잡아나갈 수 있었다. 때문에 지금의 불매운동은 굉장히 현명하고 유익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Q. 새로운 한일관계 정립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 한일관계는 어떻게 정립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투트랙으로 정확하게 나눠 진행해야 된다고 본다. 네티즌들은 불매운동과 관련해 현명하게 잘 대처해나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일본과 맨날 등 돌리고 살 순 없지 않나. 외교적 측면에서 정부는 대화채널을 열어놓고 한일관계가 좋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 이 투트랙을 동시다발적으로 감정적이지 않게 잘 가동해서 한일관계가 좋아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건 당연한 일이란 생각이 든다.

Q. 불매운동은 어떤 식으로 마무리될 것이라 보나

솔직히 예상하기 쉽지 않다. 다만, 요즘 ‘한일 관계가 좋아진다면 불매운동을 안 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그건 개개인이 판단할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개개인의 판단을 통해 불매운동을 했던 것처럼 그 이후도 개개인의 판단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 곳곳의 욱일기 디자인 활용 상품들 (사진=서경덕 교수 제공) ⓒ뉴시스
전 세계 곳곳의 욱일기 디자인 활용 상품들 (사진=서경덕 교수 제공) ⓒ뉴시스

욱일기 디자인 사용…전범기라는 인식 없기 때문

Q. ‘전 세계 욱일기 없애기’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거둔 대표적인 성과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재미난 것들을 많이 고쳤다. 제 SNS 팔로워가 통틀어 15만여명이 넘었는데, 전 세계 도시마다 팔로워분이 안 계시는 곳이 거의 없을 만큼 다양한 곳에서 좋은 제보들을 해주셔서 감사드린다. 제보를 받으면 그 기관에 무엇이 잘못됐고, 욱일기를 왜 없애야 하는지 항의메일과 함께 거기에 따른 기본적인 자료도 보내고 있다. 처음에는 그들이 잘 모르기 때문에 쉽지 않았다. 이제는 그간의 성과들이 쌓이다보니 피파 공식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욱일기 응원사진을 몇 시간 만에 바꾸기도 했다. 그런 것이 많아지다 보니 하나의 사례집이 만들어졌다. 그 사례집을 메일에 첨부파일로 보내니까 이젠 다른 세계적 기관과 글로벌 기업에서도 인정하고 바꾼다.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누렸던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홍보영상에 한 멤버가 욱일기 티셔츠를 입고 나왔다. 그것도 영화사 쪽에 연락해서 바로 지웠다. 계속 고쳐나가다 보니 이제는 수월하게 잘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Q. 욱일기는 전 세계에서 디자인 용도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전범기라는 인식이 없기 때문인가

그렇다. 대부분 몰라서 사용했던 거다. 욱일기가 나치의 하켄크로이츠와 같은 의미라고 하면 다 놀란다. 때문에 우리도 욱일기 관련 디자인을 사용했다는 것에 대해 당사자들을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사용한 욱일기가 뭐가 잘못됐는지를 전 세계에 적극 홍보하는 게 중요하다. 지금까지 욱일기 전 세계 퇴치 캠페인을 10여년 동안 펼쳐왔다. 점점 속도가 붙고 있기 때문에 지금 상황으로 봤을 때 욱일기의 완전 퇴치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 같다. 충분히 욱일기를 지구상에서 퇴출할 수 있는 날이 반드시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Q. 그런 와중에 최근 도쿄올림픽 조직위에서 욱일기 응원을 허용했다.

당연히 사용하지 못하도록 미리 노력해야겠다. 하지만 그들이 끝내 대대적인 욱일기 응원을 펼친다면, 욱일기가 하켄크로이츠와 같은 전범기임을 전 세계인에게 제대로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어떻게 보면 이들은 큰 자충수를 또 벌이는 거다. 욱일기를 응원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세계적인 여론과 IOC를 통해 계속해서 민간차원이나 정부 차원에서 노력했는데도 끝내 사용한다면, 이걸 큰 기회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Q. 그간 꾸준히 일본의 역사 왜곡에 맞서 활동해왔다. 활동을 이어온 원동력은 무엇인가

누군가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독도, 일본군 위안부, 강제징용, 욱일기 문제 등으로 인해 다음 세대들은 더 이상 우리처럼 마음 상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거였다. 그들이 독도와 관련해 망언을 하면 욱하지 않나. 그런 것은 우리 세대가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세대에게 정말 올바른 역사를 물려줄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다.

Q. 그동안의 활동 중에 아쉬움이 남는 일은 없었나

그간 뉴욕 타임스퀘어에 일본의 역사왜곡 뿐 아니라 한식, 한글, 다양한 문화콘텐츠 관련 광고 등 수많은 광고들을 냈다. 그곳에서 우리가 광고한다는 건 다른 기업 광고판의 시간을 사는 거다. 그 비용도 만만치 않다. 5년 전 생각이 들었던 게 세계인들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뉴욕 타임스퀘어에 국가단위로는 세계 최초로 ‘대한민국 전용광고판’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계속 작업을 하고 있지만, 비용문제 등으로 쉽지 않다. 이처럼 아쉬움이 남았던 부분들이 많지만 계속 도전해나가고 있다. 계속 도전하다보면 언젠가는 되지 않을까 한다. 타임스퀘어 전용광고판도 준비한 지 5년이 됐는데, 10년 안에는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너무 서두를 필요도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일들을 꾸준히 하다보면 뭔가 잘 되지 않을까라고 본다.

Q. 앞으로의 활동계획은 어떻게 되나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시작해 이런 활동을 해온 지 올해로 25주년이다. 지금까지는 한국 홍보의 1부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25년은 2단계에 들어선다는 생각이다. 지금까지는 많이 알리는 활동을 했다면, 이제는 한국의 문화, 역사를 외국인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쪽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부분을 진행해보려 한다. 어떤 브랜드가 만들어지는 데에는 지금까지 해왔던 캠페인들을 꾸준히 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물론 새로운 캠페인도 만들어지겠지만, 꾸준함을 유지하면서 2부에는 보다 세련된 방식으로 캠페인을 진행해보려는 게 또 다른 목표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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