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브랜드 X팩터’ 출간한 박찬정 국내 브랜드 전략 컨설턴트
예측 어려운 브랜드 업계, 기존 관점으로 BTS 같은 브랜드 성공 설명 어려워
브랜드 성공 재현하려면 기존의 방법론 벗어나 사고의 틀 자체를 바꿔야

‘브랜드 X팩터’ 박찬정 저자 ⓒ씨즈온

 

【투데이신문 박수빈 인턴기자】 박찬정은 자타 공인 국내 브랜드 전략 컨설턴트 1호로 통한다. 국내에 ‘브랜드 전략 컨설턴트’라는 용어도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던 1994년부터 브랜드 전략과 마케팅을 시작했다. 그가 담당했던 클라이언트만 삼성전자, LG화학, 호텔신라 등 화려하다. 

그는 ‘방탄소년단’ 같은 사례도 사고의 틀을 바꿔 패턴을 분석하면, 그 성공을 재현해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8월에는 브랜드 성공에 대한 그만의 통찰을 바탕으로 ‘브랜드 X팩터’를 출간했다. 책에서 성공을 거둔 브랜드들의 비밀, 즉 ‘X팩터’가 무엇이었는지 구체적으로 풀어냈다. 특히 이번 책에서 “앞으로 복잡계-프랙탈 이론이라는 관점이 브랜드 성공을 재현해내는데 유용할 것”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20년 넘게 브랜드 업계에 몸담으며 구축한 그만의 독특한 관점을 이해하기 위해 인터뷰를 부탁했다. 박 컨설턴트는 여의도에서 진행된 이번 인터뷰에서 ‘BTS의 성공’이 의미하는 바에 곁들여 ‘브랜드 X팩터’를 출간한 계기부터 설명했다.

# 브랜드 성공요소, 브랜드 X팩터

BTS의 성공, 기존의 선형적인 관점으로는 설명하지 못한다.

“BTS가 전례 없는 성과를 만들어낸 데에도 소비자와의 시너지, 즉 공명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 결국 팬덤 ‘아미’와의 공명을 통해 만들어낸 거다. 책에서도 다뤘지만 선형적인 관점에서는 그들의 성공 요인을 정확히 설명하기 어렵다. 이전까지 당연하게 존재하던 질서를 선형적인 질서라고 한다. ‘1 더하기 1은 2’는 기존의 선형적 질서다. 하지만 0이나 5, 무한대도 답이 될 수 있다. 이것이 비선형적 질서다. 브랜드 업계의 비선형적인 질서에 대해 화두를 던지고 싶다. 브랜드, 광고, 마케팅 분야는 더욱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브랜드 전략을 수립할 때 기존 접근법인 4대 매체(TV, 라디오, 신문, 잡지) 활용이나 디지털 마케팅도 중요하지만, 비선형적으로 풀어낸 요소가 합해지면 참값에 가까운 답이 될 것이다. 선형적으로만 접근한 솔루션은 근삿값에 불과할 거다.”

책 <브랜드 X팩터>를 쓴 계기는.

“변화된 브랜드 3.0시대에 적합한 ‘브랜드 전략서’를 쓰고 싶었다. 브랜드 1.0 시대에는 시장 중심이 기업에 있었다. 그 중심이 2.0 시대에는 브랜드로, 이제 소비자로 이동했다. 예전에는 여론 형성층의 인식만 바꾸면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로 넘어갔지만, 이제 미미한 다수라 불리는 80%의 힘이 세졌다. (웃음)이번 책이 어렵다는 반응이 많더라. 하지만 모든 개념은 처음 접할 때 어렵지 않나. 이해가 쉽도록 BTS나 한국 민속촌 같은 최근 사례로 개념을 설명했다.”

소비자가 브랜드를 만드는 시대인가.

“사실 소비자가 중요하지 않은 시대는 한 번도 없었다. 브랜드 1.0, 2.0 시대에도 기업들은 소비자 중심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때 ‘소비자’는 영향력 있는 특정 소비자 계층만을 의미했다. 이제 오피니언 리더 그룹보다 미미한 다수였던 80%의 역할과 중요성이 훨씬 커졌다. 가장 달라진 게 소비자의 위상이다. 전에는 소비자가 판매를 위한 설득 대상으로 존재했다. 제품을 팔고 설득하기 위해 최소한 우호적인 인식을 하게 만드는 게 중요했던 거다. 지금은 소비자가 브랜드의 주체다. 제품은 기업이, 브랜드는 소비자가 만드는 시대가 되었다.”

전략의 핵심은 잘 안 보는 곳에도 있는데.

“개인적으로 ‘잃어버린 동전’ 일화를 좋아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어떤 문제가 생기면 솔루션을 찾을 때 쉽고 또 알고 있는 것에서 출발했다. 답을 편한 데서 찾는 거다. 다들 잃어버린 동전을 밝은 곳에서만 찾아보는데, 사실 동전은 잃어버린 장소, 가로등과 가로등 사이 어두운 곳에 있다. 어두운 곳에 동전이 있을 수 있다. 사고의 틀을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상호작용을 통해 만들어지는 에너지가 정말 크다. 혼자 4톤을 끄는 말 2마리가 함께 끌면 22톤을 끈다고 한다. 만일 2마리가 분리되면 무려 14톤의 효과가 없어지는 거다. 업계 현실로 돌아오면 기존의 선형적 방식에 집중해서 4톤 끄는 말에 좋은 먹이도 주고 잘 관리해서 6톤 끌도록 하는 게 솔루션인 경우가 많다. ‘광고효과를 어떻게 높일까?’, ‘마케팅을 어떻게 할까?’를 새로운 사고의 틀에서 고민하면 눈에 보이지 않던 중요한 해법을 찾을 수 있다. 기존에 생각하지 못했던 시너지가 훨씬 더 중요한 시대가 됐다. 말 2마리가 끄는 무게는 선형적으로 보면 8톤이 답이지만, 실상은 22톤이 되기 때문이다. 책 <브랜드 X팩터>도 참값에 가까운 솔루션은 선형적, 비선형적 접근을 합해야 보인다는 주장을 담았다.”

브랜드 X팩터의 의미는.

“그 브랜드만 가지고 있는 고유하고 본질적인 매력이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성공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도 겉으로 보이는 외모나 유머 코드가 다가 아니다. 몇 번 접해봐야 알 수 있는 치명적인 매력이 있지 않나. 충분한 정보가 있어야 브랜드의 진짜 매력이 보인다. 브랜드 2.0 시대에는 TV, 라디오, 신문, 잡지에서 멋진 슬로건으로 홍보하면 충분히 승부를 겨룰 수 있었다. 정보가 한정적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소비자 누구나 정보를 직접 찾을 수 있지 않나. 브랜드 컨텐츠와 소비자 상호작용으로 만들어진 브랜드의 성공 요인이 바로 ‘브랜드 X팩터’다.”

‘브랜드 X팩터’ 박찬정 저자 ⓒ씨즈온

# 공명하고 진화하는 브랜드에 필요한 3박자

브랜드 성공에 필요한 3박자는 무엇인가.

“브랜드 성공에 필요한 3박자는 ‘시장에서의 진화 공간’, ‘브랜드 꼬리표’와 ‘소비자 되먹임(feedback)’이다. 큰 개념에서 보면 시장을 형성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이 세 가지 요인은 서로 어우러져 상호작용을 해야 한다. 그래야 경쟁우위를 점하고 새로운 시장 질서도 구축할 수 있다. 그리고 시장에서 10년 이상 성공해도 그 자리에 머무르면 요즘처럼 급변하는 시대에 뒤처질 수 있다. 이전의 선형적인 논리로만 접근하면 성공하기 어려운 시대다.”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는 시장에서 ‘진화할 공간’ 찾았지만 아쉬운 성공 사례다.

“2006년도에 매일유업에서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를 런칭했다. 그전까지 소비자들은 흰 우유는 건강을 위해서 바나나맛 우유는 맛있어서 마셨지 않나.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는 건강과 맛이라는 장점을 합쳐서 시장에서 진화할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낸 거다. 런칭 후 2-3년 동안 매출이 급상승했다. 지금 눈에 잘 띄지 않는 건 X팩터가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브랜드 꼬리표’가 없었고 소비자 되먹임 현상을 만들지 못했던 것이다. 이렇게 삼박자가 맞지 않으면, 잠시의 성공에 그치고 만다.”

‘브랜드 꼬리표’는 어떤 의미인가.

“전통적 브랜드들의 정체성이나 슬로건은 기업 차원에서 만들었다. 반대로 꼬리표는 소비자들이 직접 참여해서 상호작용하기 위해서 스스로 만든 언어다. 매일유업 ‘바나나는 원래 하얗다’처럼 진화 공간을 찾아도 브랜드 꼬리표가 없으면 다른 소비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는 만들어내기 어렵다. 예를 들면 BTS의 팬덤인 아미가 나서서 그들을 ‘내가 키운 아이돌’이라고 말하지 않나. 이게 바로 브랜드 꼬리표다. 꼬리표가 바로 소비자와의 공명의 시작이 된다.”

소비자의 피드백 대신 ‘되먹임’이라는 용어를 썼는데.

“주위에선 굳이 한글을 쓴 게 촌스럽다고 하더라(웃음). 피드백이란 단어가 현상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는 것 같다. 피드백은 일회성에 그치는 느낌이다, 되먹임은 출력된 결과물이 다시 입력으로 되돌아가는 걸 말한다, 가장 중요한 건 되먹임에 의한 상호작용이다. 되먹임이란 말이 조금 더 풍부한 의미를 지닌 것 같아서 좋다. 소가 오랫동안 되새김질하듯이 소비자와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통해서 브랜드가 나아가는 거다.”

소비자의 ‘되먹임’을 잘 활용하는 것이 모든 기업에 필수적인가.

“그럴 수밖에 없다. X팩터 세 번째 요소인 ‘되먹임’ 없이는 ‘공명’도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위치에서 진화를 위한 시장 공간을 찾고 ‘브랜드 꼬리표’가 있더라도 소비자의 되먹임까지 있어야 비로소 공명이 일어나고 새로운 시장 질서를 만들 수 있다. 이제 브랜드 3.0 시대에 가장 큰 변수는 ‘공명’과 ‘소비자 되먹임’이다. 과거에는 오피니언 리더들의 영향력이 과했다고 본다. 이제 일반 소비자의 공명을 끌어낼 수 있는 충분한 정보가 소비자들에게 있다. BTS가 전례 없는 성과를 만들어낸 데에도 소비자의 공명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 결국 팬덤 ‘아미’를 통해 만들어낸 거다. 책에서도 BTS 성공을 자세히 다뤘다.”

기업이 소비자의 ‘되먹임’을 활용하려면.

“예를 들어 연극이나 오케스트라 공연이 인상적인 순간에 관객은 박수를 쳐야 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게 된다. 괜히 잘못했다가 ‘흐름 끊는 게 아닌가.’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만약에 주변에서 한두 사람이 먼저 치면 다 같이 박수를 친다. 공명이 일어나는 거다. 결국 모든 관객이 박수를 치는 상황이 되먹임으로 인한 공명의 완성이다. 처음 한두 사람이 없었다면 이 현상이 만들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전체 100명이 박수를 치려면 1-2명이 치기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비자가 상호작용하면서 브랜드에 되먹임해주면 어떤 브랜드든 성공할 거다. 그러나 그걸 유도하는 게 쉽지 않다. ‘브랜드 X팩터’ 앞부분에 ‘마중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는데 소비자 되먹임을 확실하게 유도할 수 있는 기업의 촉매 전략이 필요하다. 그게 브랜드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 ‘진화’해야 할 때가 따로 있다

브랜드 ‘진화 전략’의 의미는.

“브랜드의 ‘진화 전략’은 ‘적응 전략’과 같이 이해하는 게 좋다. 진화만 해야 하는 게 아니라 잘 적응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예를 들면 ‘미샤’가 새로 중저가 화장품이라는 시장 공간을 만든 선두주자였다면, ‘더페이스샵’, ‘스킨푸드’ 같은 후발 브랜드들은 적응 전략을 취했다. 미샤가 만들어낸 중저가 화장품 시장에 들어가는 전략이다. 그렇게 산업군의 새로운 진화가 이뤄진 거다. 산업군의 진화가 막 시작되면 시장이 형성되고 거기에 소비자의 관심이 집중된다. 메가톤급 변화 없이는 그 새로운 질서를 바꾸기 어렵다. 오히려 그 과정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거기까지 소비자들이 관심을 돌릴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시장 분석을 잘해야 하는 이유다. 새롭게 질서가 형성된 시장에서는 그 시장의 후발주자로서 적응전략을 펼치든가 아니면 조금 더 시간을 갖고 지켜보는 전략이 필요하다.”

성공 가도를 달리던 ‘미샤’는 요즘 저조해 보이던데.

“미샤는 스스로 만들어놓은 중저가 화장품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10년을 유지하지 못했다. 중저가 시장군에서 미샤는 이제 4-5위밖에 안 된다. 새로운 질서가 구축됐다고 생각하는 순간 경쟁우위가 지속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때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야 했다. 다시 말하면, 새로운 진화를 해야 했다. 새로운 후발 브랜드들이 들어오면 그때부터 시장은 조금씩 무질서하고 혼란스러워진다. 기존 질서가 서서히 무너지고 있을 때, 그걸 통찰하고 다음 단계로 진화할 전략을 생각했어야 하는데 미샤는 안주했다고 본다. 큰 개념에서 보면 연속적인 진화에는 실패한 거다.”

‘미샤’처럼 한 브랜드에 경쟁 우위가 지속하는 기간이 짧아졌다. 급변하는 시장에서 어떤 조건을 갖춰야 연속적으로 진화할 수 있나. 

“진화를 위한 조건은 사실 없다고 본다. 물론 X팩터 3박자가 기본이지만 그건 진화를 위해 해야 할 일이지 전제조건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건 핵심 담당자의 시장을 보고 분석하는 통찰력이다. 변화를 위한 의지도 필수다. 먼저 시장이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지를 잘 분석해야 한다. 그리고 브랜드가 ‘혼돈의 가장자리’라고 불리는 새로운 변화의 중심까지 가 있는지를 분석하고 다음 단계를 준비할 수 있을 거다. 전에는 시장을 ‘환원주의적’으로 분석했다면, 앞으로는 ‘포괄주의적’으로 시장을 보는 게 중요하다.”

‘브랜드 X팩터’ 박찬정 저자 ⓒ씨즈온

# 브랜드 컨설턴트가 ‘복잡계-프랙탈 관점’에 사로잡힌 이유

브랜드에 대한 ‘복잡계-프랙탈 이론’이라는 접근은 독특하지만 다소 어렵게 느껴진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1994년도에 브랜드, 마케팅을 시작했다. 그때도 늘 2% 부족하다는 느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서양의 환원주의적 논리에서는 현상이 벌어지면 선형적으로 쪼개고 파고드는 것이 핵심이다. 과학(science)이라는 말도 ‘나누고 분리하다’가 어원이라 한다. 현상을 쪼개고 파고들어서 결과에 대한 주된 하나의 요인을 찾아내는 거다. 그게 요소 환원주의와 인과론적 결정론이다.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스스로 뭔가 늘 부족하다는 느낌이었다. 참값이 아닌 근삿값 같은 느낌이랄까. 그쯤 복잡계라는 용어를 알게 됐다. 2006년 어느 일요일 아침에 EBS 방송을 무심코 봤는데 한국예술종합학교 신광현 교수가 ‘프랙탈’이라는 개념을 설명하고 있었다. 그때 ‘저거다’하면서 무릎을 ‘탁’ 쳤다. 프랙탈 이론이 브랜드 전략에서 매우 의미가 있을 것 같더라. 찾고 찾아서 연락을 드렸다. 그걸 계기로 교수님과 연구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세계를 지배해온 ‘단순계’ 패러다임 벗어던져야 한다는 얘긴가.

“단순계는 기원전 그리스의 대학자 유클리드에서 시작되어 지금까지 온 세계를 지배해온 패러다임이다. 선형적으로 설명되는 것만 맞는다고 치부했다. 외생적 변수를 제외해온 거다. ‘단순한 게 최고(Simple is best)’가 단순계의 핵심이다. 단순계는 데카르트와 뉴턴을 거치며 ‘요소 환원주의’, ‘인과론적 결정론’ 같은 명쾌한 논리가 있지만, 복잡계는 아직 논리적 배경이 없다. 복잡계는 부분만 보지 말고 전체를 봐야 한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연구가 많이 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산타페 연구소를 중심으로, 일본에서도 많은 대학의 복잡계 연구소들이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삼성경제연구소 안에 복잡계 센터가 유일하다. 

우리가 잘 아는 나비효과도 복잡계 얘기다. 북경의 한 마리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에 거대한 폭풍을 몰고 올 수도 있다고 한다. 북경에만 수만 수억 나비가 넘게 있을 텐데 실제로 폭풍을 야기하는 나비 한 마리는 누구도 모른다. 복잡계는 확률론이기 때문이다. 복잡계에서는 ‘많으면 달라진다(More is different)’가 중요한 명제다. 단순계에서 제외해온 외생적 변수에 키포인트가 있을 수 있다고 보는 거다. 이를 설명 할 수 있는 게 ‘프랙탈’ 이론이다. 프랙탈 개념은 부분과 전체는 같다는 것으로 기존의 환원주의적 접근의 한계를 완벽히 해소했다. 지금까지 우리가 왜곡하고 배제했던 우발적, 이질적, 창발적인 현상들을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다. 앞으로 복잡계-프랙탈 패러다임으로 새로운 질서가 구축될 거다. 

복잡계는 방법론이 아니라 사고의 틀이라는 것인가.

“복잡계의 한계는 이게 확률론이라는 것이다. 결정론처럼 a에서 b로 바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니까 결과나 현상을 명확히 설명하기 어렵다. 2004년쯤 나온 책 ‘티핑포인트’도 복잡계의 관점에서 현상을 본다. 소수의 법칙, 고착성 요소, 상황의 힘이라는 세 요소가 있으면 티핑포인트, 즉 ‘창발’이 될 수 있단 거다. 그런데 이 요소들은 모두 확률적인 개념 아닌가. 이 개념들이 창발과 연결될 확률은 극히 낮다. 따라서 복잡계의 중요성은 자체로 현상을 명쾌하게 설명하는 방법론이 아니라 현상 전체를 봐야 한다는 사고의 틀이라는 점에 있다.

그렇다면 ‘프랙탈’이 성공을 재현할 방법으로 BTS와 같은 성공도 재현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브랜드 X팩터에서 강조하는 것은 브랜드도 복잡계라는 사고의 틀로 바라보고 프랙탈이라는 방법론으로 풀어내야 한다는 거다. 프랙탈은 무질서해 보이는 현상에 일정한 패턴이 있다는 이론이다. 아무리 복잡하고 무질서해 보여도 들여다보면 나름의 일정한 패턴이 있다. 그래서 방법론으로 쓰일 수 있다. 다양하고 복잡해진 현상 속에서 일정 패턴을 찾을 수만 있다면 향후 이것을 재현해 낼 수 있겠더라. 그래서 ‘예측’ 대신 ‘재현’이라고 표현했다. 예측뿐만 아니라 재현도 과학이라고 얘기하는 학자들도 있다. 재현은 쪼개고 파고들어 원인과 결과를 일치시키는 것이 아니다. 전체적인 패턴이 중요하다. BTS가 성공한 방식처럼 시장 진화공간, 브랜드 꼬리표, 소비자 되먹임이 서로 얽혀 새로운 질서 즉 일정한 패턴을 만든다면 음악 아닌 다른 분야에서도 얼마든지 재현해낼 수 있다.”

도움이 될 만한 마케팅 분야 저서는.

“말씀드린 ‘복잡계-프랙탈 관점’을 이해하는데 추천할 만한 마케팅 책은 많지 않다. 다만 복잡계를 이해하는 최소한의 단초는 책 ‘티핑포인트’가 될 수 있다. 행동경제학 도서 ‘넛지’, ‘스위치’ 등은 미국식 ’선형적 관점’에서 벗어나진 못했지만 인식론에서 행동론으로의 전환만으로도 읽을 가치가 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복잡계 개론’이나 장마리 플로셔의 ‘기호학 마케팅 커뮤니케이션’도 읽어볼 만하다. 브랜드 전략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각에서 나를 발전시킬 수 있다.”

‘브랜드 X팩터’ 박찬정 저자 ⓒ씨즈온

#저자 ‘박찬정’은 누구인가

책에서 ‘브랜드 전략 컨설턴트 1호’라고 소개돼있다. 언제부터 브랜드 전략, 마케팅 분야에서 일하셨는지.

“1994년도에 광고대행사 오리콤에서 시작했다. 오리콤에서 마케팅 전략 담당 부서에서 일했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브랜드 전략 컨설팅 회사인 ‘브랜드앤컴퍼니’로 옮겼다. 당시에 막 설립된 브랜드앤컴퍼니의 이상민 대표가 대한민국 브랜드 컨설턴트 1호다. 이후 내가 브랜드 전략을 총괄하면서 자연스럽게 브랜드 전략 컨설턴트 1호로 소개됐다.

삼성전자, LG화학, 호텔신라 등 화려한 프로젝트를 진행하셨다.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2013년쯤 진행했던 호텔신라 내부 브랜드 전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국내에서 아마 처음으로 내부 브랜드 전략을 진행했을 거다. 당시 호텔신라는 영국계 컨설팅 회사에서 ‘브랜드 아이덴티티 전략’을 수립했는데, 엄청난 비용을 들이고도 결과물을 제대로 못 활용하고 있었다. 당시 프로젝트 핵심은 ‘호텔신라의 브랜드 정체성을 구체화해서 명확한 아이덴티티를 직원들에게 체득시키는 것’이었다. 직원의 DNA를 호텔신라인으로 바꿔주는 거다. 직원들이 고객과 만나는 접점이 전부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리셉션 직원 포함해서 대리급, 과장급, 임원급 등 직급별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재구성했다. 아주 디테일한 행동강령을 만들고 내부 브랜드 교육안도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약 10개월 동안 팀원들과 거의 매일 밤새우면서 프로젝트에 빠져 살았다. 꽤 힘들었지만 기억나는 게 많다.”

아무리 리브랜딩, 마케팅해도 어렵겠다 하는 기업이나 프로젝트도 있으셨나.

“회사를 직접 언급할 수는 없고(웃음). 두 부류의 기업이 어렵다. 첫째는 소위 포장만을 필요로 하는 경우. 내부임직원 설득용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우다. 컨설턴트 입장에서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다. 둘째로는 변화에 대한 의지가 없는 기업도 굉장히 어렵다. 아무리 좋은 전략을 제시해주어도 변화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알겠다. 잘 들었다.’로 그치는 경우다. 프로젝트는 사장되고 실질적으로 구현되지도 않는다. 이런 기업은 다음에도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어떤 독자들이 읽었으면 좋겠는지.

“기업의 마케팅 실무자를 주요 독자로 생각하고 썼다. 가급적이면 마케팅, 광고 홍보 부서의 담당자들이 많이 읽으면 좋겠다. 아직은 내 관점에서 화두만 던졌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기존에 알던 게 다가 아니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브랜드 구축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데 일조하면 좋겠다. 새로운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데 아주 조금의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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