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박스 포장 퇴출에 일부 소비자 ‘불만’…환경부 “불필요한 폐기물 줄여야”
대형마트 박스 포장 퇴출에 일부 소비자 ‘불만’…환경부 “불필요한 폐기물 줄여야”
  • 전소영 기자
  • 승인 2019.09.09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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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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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전소영 기자】 대형마트에서 일회용 비닐봉지가 사라진데 이어 박스 자율포장대도 자취를 감춘다.

국내 4개 대형마트들에서 불필요한 폐기물을 줄이고 장바구니 사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협약 체결에 따른 것인데,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버리는 상자를 재사용 하는 건데 무엇이 문제냐”며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달 29일 환경부는 농협하나로유통, 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등 국내 4개 대형마트 및 소비자공익네트워크와 ‘장바구니 사용 활성화 점포 운영 자발적 협약’을 맺었다.

이 협약에는 ▲속비닐 비치 개소 축소·규격 조정 ▲무색·무코팅 트레이 권장 ▲재사용종량제 봉투 판매 ▲장바구니 제작·보급 및 대여 시스템 운영 등이 포함돼 있다.

이 협약의 핵심 중 하나가 바로 박스 자율포장대 운영 중지다. 빈 종이박스를 제공하는 박스 자율포장대 운영을 중단함으로써 불필요한 폐기물 발생을 줄이고 자원 재활용을 적극 노력하겠다는 취지다.

환경부에 따르면 대형마트에서는 박스 자율포장대 운영에 따른 포장용 테이프나 끈 등 플라스틱 폐기물이 계속해서 발생해왔다. 롯데마트와 이마트, 홈플러스를 기준으로 연간 발생한 플라스틱 폐기물은 658t에 달하는데, 이는 상암월드컵경기장 857개 분량이다.

플라스틱 폐기물로 인한 2차 환경오염이 우려되고, 종이상자 제공으로 장바구니 이용률도 저조하자 대형마트들은 자발적으로 이 같은 협약을 체결하기로 결정했다.

4개사는 2~3개월 홍보기간을 통해 박스 자율포장대 운영 중지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이 과정에서 고객들을 불편을 줄이기 위해 장바구니 제작·보급·대여 등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박스 자율포장대 운영 중단이 이미 시작된 곳도 있다.

제주도 현지 중형마트 6곳과 대형마트 4곳은 2016년 9월 종이상자와 플라스틱 재질의 포장테이프 및 끈을 모두 없앴다. 대신 종량제 봉투와 종이상자를 구입할 수 있도록 하고, 대여 가능한 장바구니를 비치했다.

그 결과 3년 후인 현재 제주도 대형마트의 종이상자 이용률은 현저히 줄어들었으며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장바구니 사용 문화가 자리 잡게 됐다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다.

이번 협약에 참여한 대형마트들이 소비자 혼선에 대비해 대책방안을 구축하겠다고 약속하는 한편 박스 자율포장대 운영 중지 성공 사례도 있지만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걱정 섞인 불만이 나오고 있다.

최근 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에 따라 대형마트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이 금지된 데 이어 버려지는 종이상자 재사용마저 금지하겠다고 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일주일에 2~3일은 주거지 인근의 대형마트를 이용한다는 박모씨는 “박스 자율포장대를 없애겠다는 취지를 솔직히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박스 포장에 이용되는 플라스틱 소재 테이프가 문제라면 이를 대체할만한 종이테이프 같은 대안을 내놔야지 일방적으로 없앤다는 건 소비자로서 납득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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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의식 변화 중요”

프랑스에서는 2003년부터 주요 공급업체들이 자율협약을 통해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량을 줄여왔으며, 2016년 3월부터는 ‘녹색성장을 위한 에너지 전환법’을 시행해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을 규제했다.

호주에서도 지난해 7월부터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을 규제해, 전국적으로 비닐봉지 사용률이 약 80%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언급된 것처럼 우리나라도 올해 4월부터 자원재활용법 시행규칙에 따라 대형마트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이 금지됐다. 그리고 이번 박스 자율포장대 운영 중단과 더불어 13개 유통업체에서는 종이영수증 사용에 따른 자원 낭비, 환경오염 개선을 위해 이를 대체할만한 시스템 변화를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불필요한 종이나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게 세계적 추세다. 

때문에 이번 박스 자율포장대 운영 중단 협약에 있어 소비자들이 불편함을 호소하기보다는 환경오염을 줄이면서 대체 방향을 찾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환경부도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의식 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마트에서 사실상 대용량 박스는 없다. 상품 몇 개를 사면 그걸 담아오는 정도다. 박스도 박스지만 포장 시 사용되는 테이프와 끈도 어마 무시한 양이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협약을 처음 진행할 때 소비자들이 우려하는 불편을 고민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면서 “초기 불편은 충분히 예상되지만 제주도에서는 이미 시행되고 있는 사안이다. 소비자들이 약간의 수고만 있으면 불필요한 폐기물을 줄일 수 있다. 종이는 재활용된다고 알려졌지만, 그건 정말 분리배출이 잘 됐을 때 이야기일 뿐 테이프가 덕지덕지 붙은 박스는 소각처리된다”고 말했다.

또 “전통시장 비닐봉지 사용을 문제 제기하는 분도 있는데 전통시장의 상품은 개별 포장돼있지 않다. 검정 비닐봉지가 사실상 대형마트 상품의 속비닐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부연했다.

이 관계자는 “장바구니를 이용하는 소비자와 그렇지 않은 소비자 등 소비패턴이 나눠져 있다. 소비자의 의식 변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10년 넘게 몸에 밴 습관을 갑자기 바꾼다는 건 쉽지 않다. 때문에 홍보기간을 두고 마트에서 장바구니 사용을 유도하는 방향을 고려 중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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