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한방 없던 인사청문회, 후보자 아내 檢 기소로 반전
장고 들어갔다는 관측 깨고 임명 수순 밟은 문재인 대통령
반발하는 야당, 장관 해임 건의안·국정조사·특검 추진 선언
여야 대립각에 급랭하는 정국, 9월 정기국회 개원도 미지수?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이 9일 청와대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을 마친 후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이 9일 청와대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을 마친 후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남정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조국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지난달 9일 개각에서 신임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한 지 한달여 만이다.

문 대통령은 조 후보자를 임명하면서 권력기관 개혁에 대한 의지를 재차 밝히며, 조 후보자에게 힘을 실었다. 그러나 이번 결정에 대해 정의당을 제외한 야권은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특히 앞서 중대결심을 언급한 제1야당 자유한국당은 장외투쟁, 국정조사, 특검 추진 등 초강경대응을 시사하고 나섰다. 원내3당인 바른미래당 역시 장관 해임건의안 의결과 국정조사 추진 등 강력 대응을 선언하면서 이달부터 시작되는 정기국회를 비롯한 향후 정국은 안개 속으로 향하고 있다.

한방 없었던 인사청문회…분위기 반전시킨 檢

앞서 6일 치러진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결정적 한방 없이 여야의 지리한 공방만 이어졌다.

자유한국당은 초반부터 새로이 제기된 동양대 표창장 위조 의혹으로 맹공을 펼쳤지만, 민주당은 관련 의혹들에 대해 철저히 방어에 나섰다.

이어진 증인신문에서도 자유한국당은 별다른 공세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청문회 전날 법사위를 통과한 증인·참고인 출석요구서 송부기간을 충족시키지 못해 강제력이 없었던 탓에 웅동학원 김형갑 이사를 제외한 핵심증인들이 모두 불출석했기 때문이다.

이후 자유한국당은 사모펀드, 웅동학원 관련 의혹 등 그간 제기해왔던 의혹들로 돌파구를 찾아보려했지만, 이미 조 후보자의 기자간담회와 자유한국당의 반박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내용 이상의 것은 없었다.

이처럼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합의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결정적 한방이 나오지 못하자, 이번 인사청문회 개최에 합의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에 대한 비판여론이 거세졌다. 조 후보자 임명에 대한 절차적 요건만 충족시켜줬을 뿐이라는 비판이었다. 이날 자유한국당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분노한 지지자들이 나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등의 비판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그러나 인사청문회 종료 직후, 검찰이 동양대 표창장 위조 의혹과 관련해 조 후보자 아내를 사문서위조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분위기는 반전됐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아내가 검찰에 기소되는 초유의 상황 속에서 조 후보자의 임명 강행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전망이 이어졌다.

조국 택한 文 대통령

앞서 청와대는 여야 합의로 열린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로 임명을 위한 절차적 준비를 마쳤다. 그러나 청문회 종료를 앞두고 검찰이 동양대 표창장 위조 의혹과 관련해 조 후보자 아내를 사문서위조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문 대통령이 장고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문 대통령은 결국 9일 조 후보자 임명을 택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임명장 수여식 이후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권력기관 개혁에 대한 의지를 재차 밝히면서 조 후보자의 임명에 힘을 실었다.

문 대통령은 “인사청문회까지 마쳐 절차적 요건을 모두 갖춘 상태에서 본인이 책임져야 할 명백한 위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며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선출된 국정운영 책임자로서 선출될 때 국민들께 약속한 공약을 최대한 성실하게 이행할 책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를 보좌해 함께 권력기관 개혁을 위해 매진했고 성과를 보여준 조국 장관에서 그 마무리를 맡기고자 한다는 발탁 이유를 분명하게 밝힌 바 있다”며 “그 의지가 좌초돼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이 점에서 국민들의 넒은 이해와 지지를 당부드린다”고 전했다.

각종 의혹과 관련해 가족이 수사대상이 되고, 후보자의 아내가 기소된 상황에서 장관 직무수행에 대한 우려와 관련해서는 “검찰은 이미 엄정한 수사 의지를 행동을 통해 의심할 여지없이 분명하게 보여줬다”며 “검찰은 검찰이 해야할 일을 하고, 장관은 장관이 해야할 일을 해나간다면 그 역시 권력기관의 개혁과 민주주의의 발전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교 서열화, 대학입시의 공정성 등 기회의 공정성을 해치는 교육 분야 제도 개혁을 강력히 추진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긴급의원총회에서 참석 의원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철회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긴급의원총회에서 참석 의원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철회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반발하는 野

이날 문 대통령의 조 후보자 임명에 정의당을 제외한 야권은 일제히 반발했다. 특히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법무부 장관 해임 건의안 의결 추진, 국정조사·특검 추진 등 강력 대응을 시사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명연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오늘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는 사망했다”며 “편법, 비리 세트 조국 후보자의 임명으로 대한민국의 상식과 정의는 실종됐다”고 평했다.

이어 “문 대통령의 조국 임명은 국민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검찰을 압박한 것으로도 모자라 국민을 지배하려하는 시도다. 국민기만, 국민 조롱”이라며 “앞으로 있을 모든 국민의 분노, 협치 무산의 책임, 폭정을 행한 역사의 평가는 모두 문재인 정권의 종말로 귀결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자유한국당은 이를 뒷짐지고 지켜보지 않을 것”이라며 “제1야당으로서 더 강력한 투쟁에 나설 것이다. 대한민국을 지켜달라는 국민의 목소리를 담고, 국민 속으로 들어가 모든 수단을 동원해 국민과 함께 강력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참담하다. (대통령이) 기어이 민심을 거스르는 결정을 했다”며 “대한민국 역사상, 헌정사상 가장 불행한 사태로 기록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진 긴급의원총회에서 자유한국당은 추석 연휴 기간 중 거점별 규탄대회 개최 등 장외투쟁, 9월 정기국회 의사일정 일부 보이콧 등도 대응책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미래당도 이번 조 후보자의 임명과 관련해 ‘국민에 대한 정면 도전’, ‘대한민국 사법체계에 대한 모독’이라고 강력 반발하면서 법무부 장관 해임 건의안 의결 추진과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 추진 등 ‘조국 퇴진 행동’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상태다.

향후 정국은

이번 임명으로 인해 향후 정국은 급속도로 냉각기에 접어들 전망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법무부 장관 해임 건의안 의결, 국정조사 추진 등 대응 방침을 밝히고 있는 상황에서 당장 이달부터 개회되는 정기국회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야당이 (조 후보자 임명을) 추석 밥상에 올리기 위해 장외투쟁에 나설 것”이라며 “추석 이후에도 9월 중에는 국회 개원이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을까 싶다. 국회 자체가 올스톱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이어 “민심과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조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함으로써 정국 교착은 불가피해 보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야당이 무한정 국회를 보이콧할 순 없기 때문에 여야가 타협을 통해 국회 복귀의 실마리를 찾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다만 엄 소장은 여야의 관련 협상에서 주고받을 것이 마땅치 않다는 점을 들며 여야의 대치정국이 길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 입장에서는 총선 출마와 직결될 수 있는 패스트트랙 관련 수사가 검찰로 넘어간 상황에서 현재 정부여당과 검찰 간의 경직된 분위기 등으로 인해 타협이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다만 여야가 민생 등 국내외 현안이 산적해있는 상황에서 (국회를) 무한정 내버려둘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9월 정도 장외투쟁을 거쳐 국회 복귀의 실마리를 찾지 않을까 싶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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