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설’ 한국GM 노조 “미래 불투명...내후년 생산할 차량 없어”
생산 감축 르노, 구조조정 시동…노조 “오히려 인원 충원해야”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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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한국GM과 르노삼성. 외국 자본이 투입된 이른바 외국계 기업이지만 한국 땅에 생산 기반을 두고 있어 국내 완성차 업체로 분류되고 있는 곳이다. 최근 또 다른 완성차 업체인 현대‧기아자동차와 달리 노사 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임금협상 등이 난항을 겪고 있다. 한국GM은 급기야 파업에 돌입했고 올해 임금협상을 앞두고 있는 르노삼성도 구조조정 움직임을 보이면서 노조가 강력 투쟁을 예고하고 나섰다.

9일 한국GM 노조가 전면 파업에 나서면서 한국GM 인천 부평공장이 멈췄다. 사측이 노조의 임금단체협상 요구안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한데 따른 결정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는 이날부터 추석 연휴 전날인 11일까지 파업을 이어갈 방침이다.

노조는 이날 오전 6시부터 인천 부평공장의 서문을 제외한 정문과 남문 출입구를 봉쇄하고 출입을 막고 있다. 추석 연휴기간인 12~15일에도 간부들을 투입해 문을 막고 노조원들의 추가 근무가 이뤄지지 않도록 통제한다는 방침이다.

한국GM, 인수 후 첫 파업…사측 “신차계획 없어”

이번 파업에는 부평공장과 창원공장의 한국GM 소속 조합원 8000여명뿐 아니라 연구개발(R&D) 신설법인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 소속 조합원 2000여명 등 1만여명이 참여한다.

앞서 한국GM의 전신인 대우자동차 시절인 1997년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적은 있었지만 제너럴모터스(GM)가 회사를 인수한 2002년 이후 전면파업은 없었다.

지난해 사측이 군산공장을 폐쇄하는 결정을 할 때도 전면파업 카드를 꺼내들진 않았다.

노조는 그동안 기본급 5.65% 정액 인상과 통상임금의 250% 규모 성과급 지급, 사기진작 격려금 650만원 등의 내용을 담은 임금협상 단체교섭 요구안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부평2공장 신차투입계획과 창원공장 엔진생산 확약, 부평엔진공장 중장기 계획, 부평1공장 및 창원공장 생산물량 확보, 내수시장 확보방안 등을 요구했다.

올해 총 8차례에 걸쳐 사측과 단체교섭을 진행했으나,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하지만 사측은 최근 경영 위기 상황 때문에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결국 파업으로 이어졌다.

노조는 최근 사측으로부터 임금동결 및 성과급 지급은 물론 호봉 승급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의견을 전달받았다. 이와 함께 신차 투입 계획, 부평엔진공장 중장기 및 생산물량 확보 계획 등 요구안 수용 계획도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사측은 임금 인상은 경영상 체질개선을 성공하기 전까지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사측은 지난해 44만4816만대를 생산, 연간 생산규모가 지난 2013년 78만2721대에 비해 43%나 급감했고 최근 5년간 누적 영업손실도 3조원에 달한다는 실적 부진을 거부 이유로 들고 있다.

이와 함께 현재 본사인 GM이 글로벌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신차 투입 요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노조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작년 부도 위기까지 가는 상황에서 조합원들은 교섭과정에서 임금 동결, 성과급 삭감 등 모든 걸 양보를 했지만 팀장급 이상은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며 “그들도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지만 무엇을 감내했는지 모르겠다”며 사측의 불공정함을 성토했다.

지난 4월 한국GM은 팀장급 이상 간부 직원에게만 평균 1670만원의 성과급을 지급한 바 있다.

이어 실적과 관련해서도 “올해 8000억 적자를 봤다지만 매년 제기됐던 회계 문제만 제대로 처리했어도 1조원 가량 흑자 기업이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한국GM은 작년 2월 군산 공장이 폐쇄됐고, 8월엔 산업은행으로부터 8000억원의 공적 자금을 지원받아 부도 위기를 넘겼다. 하지만 당시 한국GM의 회계 부실은 본사를 대상으로 한 고금리 대출과 불공정한 납품가, 과도한 연구개발 비용 때문이라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다. 당시 제기된 문제가 해소되지 않아 실제 실적과 괴리가 있다는게 노조 측 주장이다.

노조는 무엇보다 앞으로 신차투입 계획 무산 등 불투명해 진 것이 이번 파업 결정에 큰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가 신차로 투입 하겠다는 트렉스 후속차량 등은 이미 수년 전에 약속된 것으로 내년부터 실제로 투입되는 차량임에도 사측은 물량을 줄이겠다고 협박만 하고 있다”며 “현재 부평2공장에 말리부 후속차량은 전혀 없다고 하는데 내후년에는 부평2공장에 생산할 수 있는 차량이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인금 인상도 중요하지만 생산물량 계획을 제시한다면 양보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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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물량 및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 문제는 생존이 걸린 문제라는 것이다.

줄리언 블리셋 미국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지난달 21, 22일 한국을 방문해 임직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파업이 계속돼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 해외로 물량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일각에서는 GM이 노사 갈등을 한국 철수를 위한 명분 쌓기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글로벌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는 GM은 한국 철수설이 꾸준히 불거졌다. 지난해 군산공장 폐쇄과정에서 정부가 산업은행을 통한 공적자금 지원하면서 이른바 ‘먹튀’를 방지하기 위해 GM 본사에 한국에서 10년 이상 생산시설과 물량을 유지하겠다고 약속을 받아낸 바 있다.

노조는 사측이 요구안을 받아들일 때까지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라 노사 갈등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르노삼성, 생산량 감축 동반한 희망퇴직

한국GM과 마찬가지로 외국계 자본이 투입된 르노삼성도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 움직임이 본격화 되면서 노사 갈등이 표면화됐다. 지난 6월 1년 만에 임단협을 매듭짓고 올해 새로운 협상에 돌입해야하는 상황에 또 다시 내홍이 시작된 것이다.

르노삼성은 지난 5일 사내에 ‘뉴스타트 프로그램’ 희망퇴직을 공고했다. 르노삼성이 대규모 희망퇴직에 나선 것은 2012년 이후 7년만이다.

르노삼성은 다음 달 닛산 로그 위탁생산 종료와 내수판매 악화 등으로 생산량 감축이 불가피해 인원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르노삼성의 1~8월 누적 판매대수는 11만 4705대로, 전년 동기에 비해 27.1% 감소했다. 르노삼성은 라인 작업 속도를 시간당 60대에서 45대로 줄일 방침이다.

업계는 르노삼성의 구조조정 대상 인원이 400명 안팎일 것으로 보고 있다. 사측은 자발적 희망퇴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노조 측은 사실상 구조조정으로 받아들이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사측의 생산 감축 방침으로 결국 현장 노동 강도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 대규모 인력 감축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르노삼성의 경우 적자구조에 빠진 한국GM이나 쌍용자동차와 달리 과거 단행한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이미 수천억원대 흑자를 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르노삼성 노조와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르노삼성차지회는 지난 5일 보도자료를 내고 “내년 생산물량이 12만대이므로 1시간당 60대 생산을 1시간당45대로 줄여 생산해야 하므로 인원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 사측의 논리”라며 “하지만 사측 주장과 달리 르노삼성에는 구조조정을 해야 할 이유가 하나도 없으며, 오히려 인원을 충원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르노삼성 노동자들은 세계 최고의 노동강도를 견디고 있고, 이를 통해 6년간 1조7000여억원의 흑자를 냈다”며 “사람을 잘라 돈 벌 생각하지 말고 두 달 전 2018년 임단협에서 임금 동결까지 하며 합의한 인원충원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르노삼성 근로자 또한 생존을 위해서 한국GM과 마찬가지로 본사차원의 생산물량 확보가 중요한 상항이다. 앞서 프랑스 르노그룹은 올해 3월께 XM3 모델의 유럽 수출 물량 생산공장을 결정하기로 했지만 부산공장을 선뜻 선택하지 못하고 있다. 물류비 부담과 함께 노사문제로 인한 생산 안전성을 이유로 들고 있다. 르노삼성 노사 갈등 또한 물량확보가 쟁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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