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SK 입장문 통해 날선 공방 지속
LG화학 “수사로 불공정행위 밝혀야”
SK이노 “여론전 자제, 이성적 대응”
【투데이신문 최병춘 기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과 배터리 사업을 둘러싼 인력·기술 유출 분쟁이 격화되고 있다. LG화학의 고소로 경찰이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수사에 나선 가운데 분쟁 당사자들은 각자 입장문을 내놓으며 날선 공방전을 벌였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 산업기술유출수사팀은 이날 오전 종로구 서린동에 위치한 SK이노베이션 본사와 대전 대덕기술원 등에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번 압수수색은 지난 5월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산업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서울경찰청에 형사 고소한데 따른 것이다.
이와 관련해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확인드리거나 추가로 말씀드릴 내용 없다”고 말을 아꼈다.
반면 LG화학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이날 LG화학은 경찰의 압수수색과 관련해 입장문을 내고 “경찰에서 경쟁사의 구체적이고 상당한 범죄 혐의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를 진행한 결과 충분한 증거를 확보함에 따라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안은 경쟁사가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경력직 채용 과정에서 당사의 2차전지 관련 국가핵심기술과 영업비밀을 불법적으로 취득한 사건”이라며 “경쟁사는 선도업체인 당사의 영업비밀을 활용해 공격적인 수주활동을 벌이며 공정 시장질서 근간을 무너뜨려왔다”고 비판했다.
LG화학은 “이번 수사를 통해 경쟁사의 위법한 불공정행위가 명백히 밝혀져 업계에서 사라지는 계기가 되고, 선의의 경쟁을 통해 국가 배터리 산업 경쟁력이 더욱 강화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의 공세에 “여론전을 자제하라”며 맞섰다. 그러면서도 LG화학이 주장하는 인력·기술 유출 혐의에 대해 강하게 반박했다.
이날 SK이노베이션은 별도의 입장문을 통해 “국민과 정부, 경제계 및 고객뿐 아니라 소송 당사자인 LG화학과 그 구성원들에게도 배터리 소송을 조속히 마무리 하지 못하고 분쟁이 계속되는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SK이노베이션은 이를 조속히 해결하기 위한 대화 등을 비롯해 다양한 노력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LG화학은 사전 통지나 양해 없이 4월30일 새벽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소송을) 기습적으로 발표하면서 스스로 언론에서 관심을 갖도록 유도했다”며 “SK이노베이션의 대기업간 분쟁에 우려하는 국민들을 고려한 최소한의 대응을 무안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LG화학은 수차례 입장문을 통해 SK이노베이션이 여론전을 하고 있는 것처럼 얘기하고 있으나, 실제로 본 사안이 발생된 이후 두 회사의 공식적인 발표를 비교해 보면 LG화학이 두 배 가까이 된다”며 “이제부터라도 이성적인 대응을 해 주시길 정중히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또 SK이노베이션은 “지금까지 공식적으로도, 비공식적으로도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해 왔고, 그 의지는 변함이 없다”며 “법적인 절차들을 통해 확실하게 소명해 나갈 것이라는 대응 원칙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력 빼오기 주장에 대해서도 “배터리 사업 경력사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LG화학의 인력을 채용한 것이 사실”이라며 “헤드헌터를 통해 특정 인력을 타게팅해서 1명도 채용한 적 없고 공정한 기회 제공과 그를 위한 100% 공개채용 원칙아래 진행됐다”고 반박했다.
이어 “LG화학에서 채용해 간 경력직원이 100여명이라고 하는데, 이는 SK의 배터리 사업 경력사원 모집에 지원한 LG화학 출신 전체의 10%대에 불과하다”며 “경력사원 채용에 LG화학 출신 지원자들 규모는 실로 엄청나다. 이직을 희망하는 직원들의 입장을 먼저 헤아려 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배터리 분쟁은 지난 4월 LG화학이 인력 및 영업비밀 탈취 혐의로 SK이노베이션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제소하면서 촉발됐다. 이어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을 명예훼손과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채무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을 제기하며 맞섰다. 이달 초에는 ITC에 LG화학과 LG전자를 특허침해 혐의로 고발하면서 분쟁이 격화됐다.
분쟁이 격화되면서 지난 16일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최고경영자(CEO)가 회동하며 분쟁 해소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지만 서로의 입장차이만 확인하고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