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분기 기업 주요지표 하락
LG·삼성 디스플레이 희망퇴직 추진
르노삼성 등 車업계도 구조조정 바람
LCC 이스타항공 비상경영체제 선언
대기업 3곳 중 1곳, 채용 축소 계획
靑 “상시적 구조전환 불가피한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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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카드업계의 구조조정 추진에 대응해 카드노동자 생존권 사수 투쟁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뉴시스

【투데이신문 박주환 기자】 산업계 전반에 구조조정 바람이 휘몰아치고 있다. 국내외에서 발생한 무역분쟁은 물론 경기침체가 이어지며 기업들의 주요 경영지표가 악화됐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의 인력감축 기조는 자동차·항공·전자·중공업 등 업계의 구분이 없다. 

실제 국내 기업 3곳 중 1곳은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도 못내는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보여주는 지표는 이자보상배율이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인데 1보다 작으면 한 해 동안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를 갚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인 국내기업은 지난 2016년 28.4%에서 2018년 32.1%로 늘어났다. 

기업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말부터 크게 하락했다. 2018년 2분기와 3분기 각각 7.7%, 7.6%로 집계됐던 기업 영업이익률은 같은해 4분기 4.0%로 떨어진 후 올해 2분기에 와서도 5.2%에 머물렀다. 기업 매출액 증가율도 지난해 2분기에는 4.8% 수준이었지만 올해부터 마이너스로 하락해 2분기 -1.1%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기업들의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비율도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 황덕순 일자리수석은 최근 브리핑을 통해 국내 고용지표가 큰 폭으로 개선됐다고 밝혔지만 상당수의 기업들이 인력감축을 공식화하고 있어, 올 연말을 전후로 체감되는 고용불안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특히 주요 기업들의 구조조정은 자연스레 신규채용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구직시장에도 적잖은 위축이 예상된다. 

LG디스플레이 중국 광저우 8.5세대 OLED 공장 전경 ⓒ뉴시스
LG디스플레이 중국 광저우 8.5세대 OLED 공장. ⓒ뉴시스

산업계 전방위 구조조정 확산 우려

올해 인력감축의 테이프를 끊은 건 금융권이었다. 5대 시중은행인 신한·국민·KEB하나·우리·농협은 올해 초 2200여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카드업계 역시 고강도 구조조정과 운영비용 절감으로 실적저하 방어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금융권에 이어 산업계 전반으로 구조조정 바람이 번지는 것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중미무역분쟁, 한일경제갈등, 사우디발 오일쇼크 등 대내외적인 문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가시적인 경영개선을 이끌어내기 어려운 만큼 추가적인 인력감원이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자업계에서는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가 모두 희망퇴직에 나섰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국발 공급 과잉을 견뎌내지 못하고 대형 LCD를 생산하는 부서를 중심으로 희망퇴직을 받는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인력감축을 추진키로 했다. 지난해 급격한 실적저하로 2000명의 생산직 인력을 감원한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5000억원 가량의 영업손실에 직면하자 추가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17일부터 직원들을 대상으로 경영환경 설명회를 열고 희망퇴직 안내를 시작했다. 접수는 오는 23일부터 3주간 진행되며 10월 말까지 퇴직절차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규모를 웃도는 인력감축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계열사 현대일렉트릭은 지난 16일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고 대규모 자산매각과 인력감축 및 조직개편을 예고했다. 올해 2분기 기준 영업손실 807억원, 당기순손실 663억원을 기록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고강도 방책이 필요했다는 판단이다. 

현대일렉트릭은 먼저 용인 마북리연구소 부지에 이어 울산공장 내 선실공장 부지를 매각, 1500억원 가량의 자금을 확보하기로 했다. 이사회에서는 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실시안도 의결했다. 회사는 이 같은 자금 확보를 통해 차입금을 상환하고 부채 비율을 100%대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또 영업·연구개발(R&D)·경영 등 6개 본부 체제를 없애는 부서 통폐합 및 유휴인력 감원도 추진 중이며 전 임원에게 일괄 사직서를 받은 후 재신임 절차를 통해 임원 40%를 줄인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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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자동차 뉴스타트 프로그램 공고. ⓒ뉴시스

생산·판매 급감한 완성차 업계

자동차업계도 구조조정의 화살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이달 초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고 공고했다. 르노삼성이 대규모 희망퇴직에 나선 것은 2012년 1600명 감원 이후 7년만의 일이다. 신청 대상은 부산공장 제조본부 소속 P2, P3, MP인데 이는 가장 말단 직급을 가리키는 P1을 제외한 전체직원이라는 의미다. 

희망퇴직의 정식명칭은 ‘뉴스타트 프로그램’, 공고문에 따르면 희망퇴직 접수는 이달 27일까지다. 10월 31일자로 퇴직하는 직원들에게 36개월분의 급여를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생산과 판매 부진을 이어온 르노삼성이 끝내 구조조정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르노삼성의 올해 1~8월 누적 판매대수는 11만4705대다. 이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27.1%나 감소한 수준이다. 

쌍용자동차는 올해 상반기 판매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7%, 6.7% 증가했지만 경쟁 심화에 따른 영업비용 증가, 투자 확대 등으로 76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평택공장의 가동을 나흘간 중단하기도 했으며 임원 20% 감원, 임원 급여 10% 삭감 등의 처방을 내렸다. 이밖에도 노사 협의를 통해 사내 복지를 줄이는 한편 올해 말 무급휴직 시행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쌍용차 예병태 사장은 지난달 말 긴급 임직원 담화문을 내고 “상반기 실적은 2011년 하반기 이후 최대 적자이자 예상보다 충격적인 어닝쇼크”라며 “9월 중 시급한 경영 정상화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밖에도 한국지엠이 지난해와 올해 희망퇴직을 추진한데 이어, 인력 효율화를 위해 창원공장을 2교대에서 1교대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완성차 업계의 조직개편 움직임은 이미 본격화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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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항공사 위협하는 한일 경제분쟁

한일 경제분쟁의 유탄을 맞은 항공업계도 구조조정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저가항공사(LCC) 이스타항공은 수백억원대의 2분기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지며 비상경영체제 돌입을 공식화했다. 이스타항공 최종구 대표이사는 지난 16일 사내게시판에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위기극복 체제로 전환한다는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 

최 대표는 ‘임직원께 드리는 글’을 통해 “경영실적 악화로 지금의 상황이 지속된다면 회사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라며 “단기간 내에 이런 상황이 회복될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 “위기극복을 위해 선제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처해갈 것”이라며 “사내 대응 TF팀을 꾸려 단계별 방안을 마련하고 전사적으로 이를 실천해나가겠다. 위기 극복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고통이 수반된다”고 강조했다. 

이스타항공은 위기극복 방안을 마련해 상황별, 분야별로 대처 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이를위해 객실승무원을 대상으로 오는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간의 무급휴직도 추진한다. 

일본 노선을 통해 상당한 매출을 의존해왔던 LCC업계가 받은 타격은 대동소이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 폭격에 따른 유가 불안 등 LCC의 안정적인 경영을 위협할 요소가 산적해 있어 비성수기를 앞둔 항공업계가 인력감축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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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연구원이 조사한  ‘2019년 주요 대기업 대졸 신규채용 계획’ ⓒ한국경제연구원

신규채용 줄인다는 기업들

기업들의 인력감축 바람은 당연히 채용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구조조정으로 애써 인력을 줄인 기업들이 다시 채용에 나서기 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리서치앤리서치와 함께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중 131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9년 주요 대기업 대졸 신규채용 계획’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기업 3곳 중 1곳이 채용을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조사에서 올해 신규채용을 지난해보다 줄인다는 기업은 33.6%나 돼 지난해 대비 9.0%p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채용을 늘린다고 밝힌 기업이 17.5%에 그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특히 대졸신입 채용을 줄이겠다고 응답한 기업은 지난해 23.8%에서 올해 31.3%로 크게 증가해 취업준비생들의 어려움이 더해질 전망이다. 

신규채용을 줄인다고 응답한 기업들은 그 이유로 ‘국내외 경제 및 업종 경기상황 악화(47.7%)’, ‘회사 내부 상황 어려움(25.0%)’, ‘최저임금 인상 등 인건비 부담 증가(15.9%)’ 등을 꼽았다.

실례로 올 하반기 증권업계의 채용은 상위 10대 기업을 모두 합쳐도 300명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증권사 1곳의 연간 채용 규모가 많은 경우 100~200여명에 달하기도 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침체된 분위기다. 

靑 “구조조정 선제 대응 정책 디자인할 것”

청와대는 지난 15일 브리핑을 통해 최근 고용지표가 개선됐고 그 이유로 자동차·조선업 구조조정 여파 감소를 지목했다. 하지만 산업계 전방위에서 다시 구조조정이 속출하면 고용불안 역시 가중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구조조정의 바람이 대기업을 넘어 중소기업으로 확장된다면 서민경제에 미칠 여파는 상당할 수밖에 없다. 정부 역시 이를 염두에 두고 중소기업의 업종 전환, 구조조정을 도울 수 있는 정책 마련에 고심 중이지만 상시적 구조전환은 피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이와 관련 황덕순 일자리수석은 “이제 상시적인 구조조정, 구조전환이 불가피한 시대에 이르렀다”라고 평가하며 “자동차·조선업 구조조정은 우리가 숙제를 미뤘을 때 어떤 충격을 겪는지 보여줬다. 어려운 시기가 되기 전에 중소기업의 업종 전환,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선제적 정책들을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각 지역에 맞는 고용정책을 설계하고 중앙정부의 다양한 정책들을 묶어서 구조조정에 선제 대응할 수 있는 정책을 디자인할 것”이라며 “이를 과감히 지원하는 구조조정 선제대응 패키지를 내년부터 본격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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